구 분 | 내 용 |
우리말 | 맛깔나다 |
해 설 | ◾‘맛깔나다’는 ‘맛깔스럽다’나 ‘맛깔 지다’와 비슷한 뜻이다. ‘맛깔스럽다’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맛깔스럽다: (1) 입에 당길 만큼 음식의 맛이 있다. ≒맛깔나다. (2) 마음에 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산스크리트어에 ‘맛깔나다’와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단어가 있다. 그 단어와 뜻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makaranda मकरन्द : the juice of flowers, honey; a species of jasmine; a fragrant species of mango; a bee; (in music) a kind of measure. ◾[번역] 마까란다 : 꽃들의 즙, 꿀; 쟈스민의 일종; 향기로운 망고의 일종; 꿀벌; (음악에서) 일종의 리듬/박자. ◾꿀이 ‘마까란다’이기 때문에 ‘맛깔나다’는 말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꿀을 먹어보고 맛깔나기 때문에 꿀을 ‘마까란다’라고 이름을 붙인 것인지, 그 전후를 알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말이다. 물론 ‘맛깔나다’가 또 다른 어원을 가질 수도 있다. 어원은 유사성을 가지고 말할 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수천 년이나 수만 년을 거쳐 오면서 생성변화를 거듭해왔을 단어들을 어떻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가 ‘마까란다’를 강조해서 말하기 위해 사이 ‘ㅅ’을 넣어 발음하다 보니까 ‘맛깔나다’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우리가 음식뿐만 아니라, 누가 판소리나 어떤 노래를 썩 잘 하면 “거 참! 맛깔 난다/맛깔 지다!”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마까란다’ 역시 음악에서도 사용하는 걸 보면 더욱 흥미가 돋는다. |
우리말 | 때리다, (악기를) 타다 |
해 설 | ◾우리가 다반사로 사용하는 '때리다'나 (가야금을) '타다'의 언어적 뿌리를 산스크리트어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참 흥미있는 일이다. 먼저 옥스퍼드 범영(梵英) 사전에 나온 단어를 보자. ◾taḍ तड् : to beat, strike, knock, strike (with arrows), wound, punish; to strike a musical instrument; (in astronomy) to obscure or eclipse partially. [OSED] ◾따드 : 때리다, 치다, 두드리다, (화살로) 공격하다. 상처를 입히다, 처벌하다, 악기를 타다/뜯다/치다. (천문학) 부분적으로 흐리게 하거나 가리다.
◾‘taḍ[따드]’는 ‘때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악기를 ‘연주하다’의 뜻으로 쓸 때, 우리는 ‘기타를 치다, 피아노를 치다, 거문고를 타다’ 등으로 말한다. ‘taḍ[따드]’에서 파생된 단어 하나를 더 보자. ◾saṃtaḍ : to strike together or forcibly, hit hard; to beat or play a musical instrument. [OSED] ◾쌈따드 : 함께 또는 힘차게 때리다, 세게 때리다. 악기를 타다/연주하다. ◾‘saṃtaḍ’는 ‘saṃ[쌈]_taḍ[때리다]’이다. ‘saṃ[쌈]’은 ‘taḍ[따드]’ 동사 앞에 붙은 접두어인데, 어쩐지 ‘상추쌈, 보쌈, 쌈 싸먹기’ 할 때의 ‘쌈’처럼, ‘(∼을 ∼으로) 싸다’의 명사형 같아 참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 뜻 역시 ‘함께, 모두, 강하게, 완전히’ 등의 뜻이다. 따라서 ‘saṃ_taḍ[쌈_따드]’는 ‘(여럿이) 함께 때리다’는 뜻이 된다. 또는 ‘힘을 한데 싸서[모아서] 때리다’ 즉 ‘세게 때리다’의 의미가 된다. 이 얼마나 기발한 조어법인가! |
우리말 | 배따라기 |
해 설 | ◾<배따라기>는 김동인의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배따라기’는 ‘이선가(離船歌)’ 또는 ‘이선악(離船樂)’이라 한다. 또는 ‘선리(船離)’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배따라기: (1) <예술> 서경(西京) 악부(樂府) 열두 가지 춤의 하나.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이 배를 타고 떠나는 광경을 묘사한 것으로, 무대에 채선(彩船)을 갖추어 두고 기생과 동기(童妓)들이 나와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그 채선을 타고 떠나는 흉내를 낸다. (2) <음악> 서도 민요(西道民謠)의 하나. 배따라기 춤을 출 때 나중에 부르는 것으로, 어부들의 신세타령을 노래한다. [네이버국어사전] ◾그러면 이 단어의 어원은 무엇일까? 학창시절 김동인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따라기’의 어원이 무엇인지 몰라 몹시 궁금했었다. ◾tara तर : carrying across or beyond, saving; passing over or beyond; surpassing or conquering; crossing, passage; a raft; a boat. [OSED] ◾[번역] 따라 : 태워서 건네주는, 구해주는; 넘어가는; 능가하는/정복하는; 건너가기, 항로; 뗏목; 배. ◾이런 뜻을 가진 ‘tara[따라]’는 어근 ‘tṛī[뜨리-]’에서 파생된 말이다. ◾tṛī : to pass across or over, cross over (a river), sail across; to surpass, overcome. [OSED] ◾[번역] 뜨리- : 건너가다. (강을) 건너가다, 배로 건너가다; 능가하다. 극복하다. ◾따라서 ‘배따라기’를 분석하면 ‘배_따라(tara)_기’가 되어 ‘배로 건너가다/건네주다_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 ‘기’는 무슨 뜻일까? 그냥 ‘∼하기’의 ‘기’로 보면 ‘배로 건너가기/건네주기’가 된다. ◾그런데 ‘기’를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면 ‘노래’와 연관이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gīta[기-따]’나 ‘gīthā[기-타-]’는 ‘노래’라는 뜻이며, ‘ga[가]’역시 ‘노래(歌)’ 또는 ‘노래하는(singing)’이다. ‘ga[가]’의 어근은 ‘gai[가이: 노래하다]’로 ‘gāyati[가-야띠]’가 ‘노래하다, 찬송하다’이며, ‘gīyate[기-야떼]’는 수동태로 ‘노래를 듣다, 찬송을 듣다’이다. 따라서 만일 ‘배따라기’의 ‘기’가 ‘gīyate[기-야떼]’의 ‘gī[기-]’에서 왔다면, ‘노래를 듣는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배따라기’는 ‘배를 타고 (바다나 강을) 건너가면서 노래를 듣다’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어쨌든 ‘ga’나 ‘gi’나 ‘노래’와 관련된 말이니까, ‘배따라기’를 ‘배를 타고 떠나가면서 노래를 듣다/부르다’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
우리말 | 튕겨 나온, 퉁가리 |
해 설 | ◾옥스퍼드 범영(梵英)사전을 아무데나 한번 펼쳐보았다. 얼른 눈에 들어온 단어가 ‘tuṅga’였다. "퉁가(?), 튕겨(?), 어떤 것이 돌출된 상태를 ‘튕겨 나왔다, 튀어나왔다’고 하는데....." 하면서 뜻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 짐작이 맞아 떨어졌다. ◾tuṅga तुङ्ग : prominent, erect, lofty, high; chief; strong; an elevation, height, mountain; top, peak; (figuratively) a throne. [OSED] ◾[번역] 뚱가 : 툭 튀어나온, 똑바로 선, 우뚝한, 높은, 최고의, 강한, 고도(高度), 높이, 산, 꼭대기, 정상, (비유적으로) 왕좌. ◾이렇게 사전에서 ‘tuṅga[뚱가]’의 뜻을 확인하고 나면 바로 수긍이 갈 것이다. 이 단어가 다른 단어와 결합되어 쓰인 경우를 살펴보자. tuṅga_nāsa[뚱가_나-사] : 코가 긴. tuṅga_nāsikā[뚱가_나-시까-] : 코가 긴 여자. ◾tuṅga_nāsikā[뚱가_나-시까-]는 ‘코가 툭 튀어나온 여자’라는 말이다. 상고시대 또는 고대에 우리 조상들이 이런 말을 썼다는 걸 상상해면 참 재미있다. ◾국어사전에 ‘퉁가와지다’는 “‘굵어지다’의 전라도 방언이다”라고 쓰여 있다. 또 ‘벼 퉁가리’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의 뜻은 ‘가을에 추수하여 탈곡한 벼를 앞마당에 둥그렇게 가마니로 벼 저장고를 만듬’으로 사전에 나와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윗방에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고구마 퉁가리’가 있었다. 따라서 ‘tuṅga’는 우리가 계속 사용해오던 말임을 알 수 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영어가 우리말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nāsā[나-사-]’ 또는 ‘nansa[나사]’는 ‘코’의 뜻이며, 영어로 ‘nose’이다. 그리고 ‘nose’의 형용사는 ‘nasal(코의, 비강의)’이다. 이는 영어 단어 ‘nose’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도유로피언 언어가 동일한 언어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범어가 우리말과 같은 언어권이기 때문에 인도유로피언 언어권과 우랄알타이 언어권은 결국 동일한 언어권인 셈이다. 왜냐하면 발음과 의미가 상통하는 말이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