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중늙은이
2011-01-19 16:01:07
내 이름은
중늙은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르고, 새파란 놈이라 불리더니
어느새 모습은 퇴색하여 회색빛갈이 역역하네.
버려야할 것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맑고 밝은 눈 자랑하더니
모든 사물 희미해져 노안이란다.
도수 있는 안경에 돋보기 챙기고
건강치아 자랑하며 딱딱한 것 골라먹더니
강한 놈부터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틀니에 의존한다.
곱슬머리 눈썹에 붙어 소갈머리 없겠다더니
대머리에 반백의 머리카락
듬성듬성
몇 개의 머리카락 널어 이마에 붙이고
길지도 않은 몸을 가누느라 안간힘을 쓰며
다리에 힘을 주어 곧추세운 허리
저도 모르게 두 손은 허리를 받친다.
불같은 성격, 칭찬에 인색하고 험담을 즐기고
내 노라며 되도 않는 설법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언행으로
자존심이라 포장하여 고집부리며 억지 쓰더니
고혈압 얻고서
억지 쓰고 덤비면 목덜미 뻣뻣해지고 사지가 뒤틀리니
제 죽을까 겁내어 온순한 척
내 이름은 중늙은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던
신체의 부분들은 모두 나 여기 있소, 아우성일세.
내 이름 또 하나 종합병동
파도가 밀려오듯 한 것이 아니네.
새파랗던 청춘이 가는데
내게는 특별한 체험으로 사랑을 느끼게 하신분이 있네.
희비애락 곡절의 고비를 겪게 하여
버리고, 잊고, 체념하는 법 일러주신 분
휑한 머릿속이며, 솎아내듯 빠지는 치아
모두가 아닌 하나, 둘씩
시간차에 적응할 시간 주시는 분
내 모시는 그분은
문제면 문제 답이면 답
적당한 곳 적당한 시기에 지혜로 깨우시어
내 몸을 움싹 달싹 못하게 붙드시고
당신 가까이로 부르시어 귓속말로 속삭이시는 분
너 있는 곳엔 나 항상 있었노라 그러셨군요. 그러셨네요.
그것을 알
게 되는 내 이름 중늙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