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학교인 오수중학교와 연합하여 전북 현대 프로축구 경기를 보러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오수중학교, 지사중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모였다.
시작은 우리 학교로 순회를 나오시는 체육 선생님 덕분이었다.
여기서 잠시 순회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작은 시골 학교에는 대부분 7분 정도의 교사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국, 영, 수, 사, 과, 기가, 도덕 선생님이 계신다.
그 말인즉슨 미술, 음악, 체육 선생님은 계시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과목의 수업은 어떻게 할까?
그래서 생긴게 순회라는 제도이다.
옆 근처 학교에 근무하는 미술, 음악, 체육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정해진 시간에 나오시어 수업만 해주시고 다시 본 학교로 복귀한다.
인구수 감소의 영향인지 작은 시골 학교들은 감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많은 수의 교사를 감축한다.
하여 어떤 학교는 사회, 수학, 과학, 기가 선생님들도 계시지 않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
내년에는 오수중학교에 수학 선생님이 근무하지 않게 되어 관내에서 모든 수학 선생님이 오수중학교의 수학 수업을 지원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1, 2년 후가 되면 모든 선생님이 순회 수업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학교 자체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긴다.
학교의 일은 누가 하냐? 담임은 누가 하냐? 이다.
서로 순회 수업을 핑계로 업무, 담임을 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에는 교무, 연구, 학생, 정보 등 교사가 수업과 함께해야 할 고유의 업무가 있다.
그리고 학생 수에 상관없이 3명의 담임 교사가 필요하다.
하여 3명은 반드시 학교에 상주해 있으면서 업무 및 담임 역할을 해야 한다.
한데 순회 수업을 나간다면 이동시간, 수업 시간이 상당히 들기 때문에, 학교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시간은 상당하다.
다행히 학교가 가깝다면 괜찮겠지만, 멀다면 시간의 제약이 상당히 따른다.
왕복으로 하면 기본 1시간은 훌쩍 넘는다.
이는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학교의 제도적인 문제이자 어려움이다.
어찌 됐든 순회 문제는 그렇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는 더 자세히 하기로 하고.
순회를 나오시는 체육 선생님의 제안으로 작은 학교끼리 연합하여 일요일 오후 4시에 하는 전북 현대 vs 대구 FC 경기를 보러 간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오수중학교에서 2시에 만나 전세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두 학교의 연합이 종종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잘 섞이며 교우관계를 형성한다.
역시 어른과는 다르다.
어른들 같으면 금세 섞이기 쉽지 않을 텐데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바로 옆 지역이어서 그런지 금세 친해진다.
그런 모습을 보는 선생님들은 연합을 더 자주 하자고 하신다.
학생들의 교우관계 형성을 위해서 연합 프로그램은 그 가치가 상당히 크다.
물론 예산도 절약되고.
주말 프로그램이라 학생들에게는 의무 참여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참여에 대한 선택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위 사진처럼 두 학교를 합쳤는데도 많은 수는 아니다.
학교 프로그램으로 인해 학생들의 주말 휴식권까지 뺏을 마음은 없다.
모든 것은 본인의 의지와 선택이므로 교사들은 이를 존중한다.
휘슬에 따라 경기는 시작되고 우리들의 눈은 굴러다니는 공을 따라다닌다.
배고플까 봐 학교에서는 햄버거와 치킨을 나눠주고 자유롭게 경기를 관람하게 하였다.
전반은 싱겁게 0-0으로 끝나고, 후반이 곧이어 시작된다.
옆자리에 앉은 선생님에게 들으니 전북 현대는 후반에 강하단다.
하여 일말의 기대를 걸고 후반을 기대해 본다.
역시, 70분, 86분, 90분에 연속 3골이 터진다.
얌전하게 응원하던 학생들은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일어나 함성을 외친다.
와~~~
응원석은 축제의 도가니다.
연속 세 골이라니.
전반전의 양상과는 전혀 다르다.
역시 전북 현대는 후반전에 강하다는 말이 참말이다.
추가 연장시간 페널티킥으로 1골을 내주었지만, 결과는 3-1 승리.
재미없을 것만 같은 전반전 축구 경기였는데 후반전에는 이리 다이나믹하고 신나다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학생들은 후반전 이야기다.
여학생들도 축구 경기가 재미없을 것만 같아 올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오길 잘했단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고.
오늘 오수 지사 연합 프로그램은 대성공.
조용해서 쳐다봤더니 다들 응원하느라 지쳤는지 다들 잔다.
오늘 모두 애썼다.
어둠을 헤치며 달리는 차 안에서 문득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은 전반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지루하지만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후반전에 더 강하다.
첫댓글 김동하 멋진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 수록 참된 산생님입니다. 응원하는 팀이 이겼다니 축하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1.11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