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무는 곳 / 정희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2층 건물이 있다.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구조 자체에 집중해 깔끔하고 심플하다. 또한 재료 자체의 질감을 높이려고 콘크리트, 유리, 금속, 목재 등 본연의 특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한쪽 벽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고, 업무를 보는 곳과 바다, 그리고 하늘은 서로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80이 넘어 백발이 된 그는 마을 사람과 함께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고구마 식초지만 여러 가지 발효 식품을 같이 만든다. 건물 오른편에 홍보관과 그 옆으로 완제품을 보관하는 물류 창고를 시작으로 품질 관리, 포장, 여과, 살균, 발효, 숙성, 세척시설이 있고 준비 공간과 원재료 저장 창고가 연이어 있다. 건물 뒤로는 대형차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마당과 주차장이 자리하고 마당 앞에는 넓은 고구마밭이 펼쳐 있다.
무안은 그의 고향이고, 고구마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한국전쟁 이후 쌀은 매우 귀중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수확량이 부족해 모든 가정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던 당시, 겨울철 고구마는 간식이면서 주식이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고구마는 특히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 고구마 재배에 적합한 환경일뿐더러, 토양은 모래와 진흙이 적절히 혼합된 양질의 땅으로, 배수성이 좋아 고구마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정년 하기까지 건설회사에서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도로를 건설하는 일만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수많은 행정 절차가 있었다. 교통 영향 조사, 환경 영향 평가, 부지 확보, 주민 협의, 그리고 다양한 인허가 절차 등 모든 과정이 법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종종 설계와 시공 등 기술의 문제보다 법적 절차를 조율하는 일이 더 어렵고 복잡했다.
직장생활은 그에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각종 프로젝트에서 그는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며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특히 현장에서 마주하는 예측치 못한 변수는 그에게 빠른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했다. 날씨나 환경적 요인, 예산 문제,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간업체와의 계약, 관청과의 협력, 그리고 지역 사회의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일은 끊임없는 협상과 절충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도전들 속에서 더욱 성장했다. 매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마다 자신이 사회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올해 농장 한편 작은 하우스에 수박과 참외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 옆에 무화과는 나뭇잎 수 많큼 잎사귀 사이사이로 열매가 빼곡히 달렸다, 백발의 노인은 고등학교에서 가정 환경이 어려운 학생을 위주로 주식투자 강의를 마치고 온 후였다. 일과 휴식을 균형 있게 나누어 그것을 놀이처럼 즐기는 듯, 그의 행동과 말에는 여유가 있다. 노인은 책방에서 책을 읽는다. 피에르 쌍소에 『느리게 산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움, 단순함,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배우는 중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백발의 노인을 그리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그의 여유로운 일상과 단순함을 사랑하는 삶은 그저 상상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나의 이상이 바로 그 노인의 모습 속에 담겨 있다. 그 노인은 내가 되고 싶은 나 이면서, 내가 이룰 미래의 나다.
하늘은 한 겹 한 겹 붉은빛으로 덧칠되며 불타오르듯 변해가고, 그 빛은 바다 위로 스며들어 출렁거리는 물결은 황금이 불타는 듯 바다를 감싼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미소짓는 그의 눈빛 속에 하루가 저문다.
첫댓글 글이 많이 깔끔해졌네요. 일취월장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명절 연휴로 글쓰는 시간이 길어서 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평소 의지를 보면 원하는 노년이 눈에 보입니다.
주제를 찾는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보니 뱡향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멋집니다! '그'가 누군가 했더니 이런 반전이. 꼭 이루실 거예요. 저도 응원합니다.
제가 가고싶은 방향입니다. 나중에 많이 어그러지겠지만,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멋진 미래를 그렸으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응원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멋진 미래를 설게하고 있네요. 상상력이 풍부해서 좋습니다.
선생님에게 많은 걸 배웁니다. 선생님에 비하면 아직 먼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멋진 노년을 그렸군요.
의지가 굳은 분이시니 해내리라 믿습니다. 제가 놀러가면 주렁주렁 열린 참외 하나, 맛보여 주시는 거죠?
하하하! 그렇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반전의 묘미를 보여 주시네요. 너무 실감나게 시작해서 전혀 눈치를 못 챘네요. 하하.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오, 멋있는 글이네요!
다시 보니 반복되는 단어가 많이 보이네요, 노인, 노인, 노인 또 혼나게 생겼여요. 우울.
@정희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