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13차(태백산구간)
◈ 일시: 2005년 12월 16~17일(무박산행)
◈ 날씨: 매우 맑음 ※온도: 태백산 예보 : 영하20도∼ -11도
◈ 위치: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경북 봉화군 춘양면, 소천면, 석포면
◈ 구간거리:화방재-(4.5km)->태백산(장군단)-(3.93㎞)->깃대배기봉-(5.35㎞)
->신선봉-(1.96㎞)->곰넘이재-(3㎞)->구룡산-(5.46㎞)->도래기재
※ 도상거리: 24.2㎞ (포항 셀파산장 자료)
※ 총 누적거리 : 280.23km(13차까지)
◈ 주요 구간별 진행시간:
화방재[950m](31번국도) 04:10- 산행시작 (들머리 진입)
태백산 장군단[1566.7m] 05:50-
깃대배기봉[1371m] 07:10
차돌배기 삼거리 08:24- 아침식사
신선봉[1300m] 09:17
곰넘이재 09:50
구룡산[1345.7m] 11:00
도래기재[770m](88번지방도) 12:50- 산행완료
총 8시간 40분
◈ 개념도: [바로가기]
구룡산에서 본 [태백산에서 신선봉까지의 파노라마]
자정무렵 대전T/C를 진입한 버스는 싸늘한 밤길을 네시간 남짓 달려
해발950m의 화방재에 04시05분에 도착한다.
차문밖으로 내려서는 화방재엔 시리도독 퍼런 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다.
오늘이 음력 동짓달 열엿새!
보름날 저녁에 떠오른 찌그러짐 없는 둥근 보름달이다.
시꺼먼 복장에 배낭을 메고 안면마스크에 방한모까지 깊게 눌러쓰고
LG주유소 모퉁이 광고탑옆으로 소리없이 산으로 올라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흡사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와 같다.
길옆 고냉지 채소밭을 돌아 된비알을 올라 이마에 땀도 나기전에
불이 꺼져 있는 사길령매표소를 지난다.
길 음달쪽은 녹지 않아 눈이 더많이 쌓여 있다.
얼마간 완경사길이 지나고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이 끝날무렵 조그만 고개에 환하게 불을 밝힌곳이 보인다.
조그만 철탑에 매달린 곤돌라가 보인다.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고갯길이다.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다 경사는 차츰 완만해지고 날씨는 더욱 차가와진다.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더워진 몸을 매서운 태백산의 바람이
빼앗아 버려 몸에 차거운 한기를 느낀다.
보름달에서 비추는 푸른달빛이 열시 방향으로 내그림자를 만든다.
간간히 쌓여있는 눈밭을 내그림자와 둘이 나란이 걸어가고 있다.
넓은길옆에 커다란 주목 보호수 두그루를 시작으로
오름길을 따라 군데군데 주목들이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보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들이다.
윗둥이 부러지고 잘린 고목이된 둥지에서 가지가 기형적으로 자라있다.
배를 갈라내고 세멘트로 채워진 나무도 있다.
수백년 이상의 오랜세월을 추위와 바람속을 모질게 살아온 흔적이리라.
건조한 날씨탓인 듯 나무가지에 눈꽃은 아직은 미약하다.
늙은 주목사이로 군데군데 어린주목을 심어놓고 대나무발로 가려 놓았다.
아마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위함인가 보다.
크고 작은주목들이 천제단 입구까지 이어져 있다.
돌무더기가 듬성듬성 놓여있는 완만하게 능선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 첫번째 천제단인 장군단에 이른다.
북쪽을 돌담으로 바람을 막아서인지 꽤 아늑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틈을 비켜서 카메라를 꺼내 제단을 담았다.
어둠속 남쪽으로 내리막길 건너에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 돌로 쌓은 천제단이 또 보인다.
우리민족의 최고의성지 태백산 정상(1,566.7m)이다.
지금시각 정각여섯시, 한시간 오십분에 영봉정상에 이른셈이다.
어둠속 태백산 정상에서 보이는 사방은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날이 밝았으면 웅장하게 다가올 태백산을 향한 산능선도 진한 감동도
어둠속에 묻히고 추위와 바람에 모두 얼어 붙어 버렸다.
바람이 더욱 매서워 진다. 디카도 얼어버렸다.
어제저녁 일기예보에 태백산 아침기온 영하이십도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매서운 찬바람까지 합세하여 체감온도는 삼십도도 넘을 듯하다.
장갑을 벗고 품속에다 넣어서 체온과 바꿔서 천제단 사진한장을 얻었다.
잠시 가는길을 멈춘사이 엄청난 추위가 몸속으로 스며든다.
잠시 방한장갑을 벗은 손가락이 시리다 못해 저리다.
천제단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정상석을 찍으려 해보지만
이제 완전히 얼어 붙었나보다. 사진찍는일 모두를 포기했다.
땀이 더 식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작은 천제단이 또 나온다.
태백산 정상에는 첫번째 장군단과, 두번째가 천왕단,
그리고 세번재가 하제단, 모두 세개의 제단이 있단다.
태백산 정상과 남쪽 문수봉사이의 부소봉(1,546m)은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이 갈리는 분기점이고,
또한 백두대간이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무심코 문수봉2.2km의 표지판을 지나 한참동안 대간 표지리본이 안보인다.
가던길을 멈추고 개념도를 찿는데 사람소리가 들린다.
선두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선두는 한참동안 알바를 했나보다.
오던길로 다시 돌아가보니 표지판 옆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고
대간길임을 알리는 리본들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개념도에 1,546m의 부소봉정상에서 대간길과 갈라지게 되어 있는데
펑퍼짐한 이곳은 부소봉 정상은 아닌 듯 싶다.
날이 밝았으면 알바를 할 자리가 아닌것 같다.
잔잔한 내리막과 평지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루한 잡목길이다.
일곱시가 가까워지면서 잡목사이로 보이는 남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 서쪽하늘엔 보름달이 아직 그대로 있는데 해가 나오려는 모양이다.
헤드랜턴을 꺼서 배낭에 집어 넣었다.
산죽과 참나무 잡목이 우거진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장군봉을 지난지 한시간여 만에 깃대배기봉을 지난다.
깃대배기봉은 원래 "백연봉"이라 하였으나 일제때 측량깃발이 꽂혀
있었다하여 "깃대배기봉"이란 맹랑한 이름으로 바뀌어 불려졌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때 우리민족의 말살정책으로 일본식으로 바뀐 우리산의 이름을
원래의 우리산 이름으로 바꿔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동하늘이 터질듯이 더욱 붉어졌다.
온전하게 해를 볼 수 있는 잡목이 가리지 않은 곳은 없다.
07시 37분 해는 잡목사이로 순식간에 위로 떠올랐다.
일출을 찍으러 언덕으로 오른사이 같이가던 일행들은 저만큼 멀어져 갔다.
한동안 차거운 바람이 심하게부는 북쪽경사면을 지난다.
찬바람은 더욱 위세를 떨치고 볼때기는 감각이 없고 배도 고프다.
우리 속담에 엎어진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양지바른쪽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보온병 물도 모두 식어버렸다. 음식도 절반은 얼음으로 변해버렸다.
차거운 날씨에 찬음식을 먹으니 온몸이 더욱 추워졌다.
양지바른 길옆에 먼저간 일행들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심술궂게 불던 바람도 조금씩 잦아든 것 같다.
차돌배기 삼거리 이정표 오른쪽길로 대간표지리본이 달려 있다.
우람하게 뾰죽 솟은 산이 먼길과 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협하는 듯 하다.
된오름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신선봉인 것 같다.
[신선봉 정상]
해발1300m의 신선봉 정상엔 표지석대신 묘지한기가 정상을 전부 차지하고 있다.
이묘의 후손은 성묘하려면 땀깨나 흘려야 할 것 같다.
[곰넘이재에서본 구룡산]
오늘 산행길은 지금까지 지루한 잡목길의 연속이다.
"게으른 선비는 남은 책장을 세고, 게으른 농부는 남은 이랑을 센다"는데
게으른 산꾼이 오늘의 남은 산행거리를 계산하여 본다.
오늘 화방재에서 지금까지 약14km를 왔고 약10km 이상을 더가야 한다.
한시간에 3km정도씩 계산하여 쉬지않고 가면 열두시반 전후엔
오늘의 산행종점인 도래기재에 도착할 듯 싶다.
잡목으로 가려 있던 길이 산정상에서 사방이 확트인다.
1345.7m의 구룡산 정상이다. 가슴속까지 후련해 오는것 같다.
오늘 걸어온 태백산의 펑퍼짐한 능선이 한눈에 모두 보인다.
북쪽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함백산도 보이고
남서쪽으로 다음번에 가야할 옥돌봉과 능선이 보이고
저멀리 눈을 뒤집어쓴 소백산도 조그맣게 보인다.
정상석에서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고 내사진도 부탁한다.
[구룡산에서 본 함백산]
[ 다음산행지 "옥돌산"과 대간능선]
급한 내리막을 지나 중간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누구랄것없이 모두 간이 의자에 배낭을 내려 놓는다.
쪼코렛도 받았고 불린 오징어도 받었다. 서로 주고 받는다.
오늘로 백두대간길중에서 멀고 지루한 강원도 구간을 모두 지나서
지금은 경북 봉화군 땅을 밟고 있다고 한다.
임도가 나오고 멋진정자도 있다.
벤치도 만들어 놓고 내리막길 계단도 멋지게 설치했다.
중간에 임도까지 내서 정자도 만들었지만
산허리를 파고 임도를 내서 산을 훼손한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허리를 잘라서 만든 도래기제에 도착했다.
화방재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여덟시간 사십분만이다.
올해 대간 산행은 오늘을 끝으로 마감하고 새해 첫주에 이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가오는 경술년 새해에는 오늘보다 더 나은 보람찬 날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추운날씨에 무사히 산행을 마치신 모든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새해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뵙길 바랍니다.
바로가기:백두대간 12차(함백산구간)산행기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첫댓글 산에선 무슨장갑을 껴두 손이시리더군요 추운데 수고하셨습니다 무탈산행하십시요.
설송님도 대간하시는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화방재에서 멈추었는데 이제는 설송님의 궤적을 따라 편안하게 진행해야할 것 같습니다. 선답자들의 표시기 따라 편하게 다녀올 길이라 부담이 덜어집니다. 앞으로 진행구간 빠짐없이 올려주시고.....며칠후에 대간산행기방으로 옮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운해님의 자세한 산행기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만 이제 깜깜한 밤중에 불도 없이 걷는것 같습니다. 부디 알찬종주가 되십시요.
내년 둘째주에 가는태백산구간 산행에 참고하겠습니다. 내년 산행의 무사산행빌겠습니다.
소한 대한추위에 태백을 오르시는군요. 새해에 무한한 복을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