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정상-
어느날의 기억..향천사는 내 마음속의 추억의 기억 속에 보물처럼 존재하는 곳이다. 망각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과는 달리 언제라도 끄집어 내어 보고 만져보고 싶은 곳.. 우리는 그런 그리움들 속에서 아련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리운 숨결이 깃들어 있을 그곳에서 다시금 멀어져 가는 저편 추억을 다시 가져오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가는 향천사.. 그
향천사를 감싸고 있는 금오산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한가닥 크게 쉬면서 사랑안에 머물리라.
'그래, 향기가 나지' 향기나는
샘물이 존재하는 곳에 세워진 사찰, 향기로 영혼이 맑아지고 참선수행으로 가는 고단함을 풀어줄 약수터라면 그곳이 명당이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삶의
원천이 되리라.
자연은 향기로 가득차 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여행객에게 편안한 쉼을 허락하고 자연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지치고 힘든 이들의 피로를 거두어 간다. 금오산은 그렇게 편안했다. 호흡이 빨라지기라도 하면 소나무가 말한다. '힘들면 쉬고 내 향기를
맡아봐' 오랜세월 이곳 이 자리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향기를 품어내며 쉼터가 되었던 소나무 아래는 어머니의 품같다.
그렇게 고향같은
산, 그 금오산은 더없이 친근한 나의 벗이되어 나를 품어 안는다. 해발 400m도 채 안 된다. 그 산이 나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느냐고,
어디를 가려 하느냐고, 무엇을 얻기 위해 가는냐고... 그래, 무엇을 얻고자 어디로 가는가?
향천사는 그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백제 의자왕16년(650)에 의각스님에 의해 창건된 향천사의 유래는 이렇다. 의각스님이 중국에서 만든 부처를 돌배에 싣고 그 당시
오산현 불포해안(예산읍 신암면 창소리)에 도착해서 절터를 마련하고자 배에서 한달 동안 지극정성으로 예불을 올리던 어느 날 금까마귀 한 쌍이
날아와 배주위를 돌고 사라지기에 따라갔더니 지금 향천사 자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주위는 향내음으로 가득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향천사라는
이름을 짓고 금까마귀 즉,금오산이라 불리워졌다 한다.
아담하다. 소박하고 소담스럽다. 이 아늑한 곳의 명당터.. 그 향천사 곳곳은 향기로 그윽하다. 파르라니 깍은 스님의 머리에서, 극락전에서,
대휴문에서, 불이문에서, 동선당과 서선당에서, 석탑에서, 불당 안에서, 경내에서...
대휴문이 멈춰세운다. '대휴문.. ' 크게 쉬라.
크게 쉬지 못하는 인생들에게 주는 지침이다. 크게 쉬지 못하고 동동거리는 삶을 나무라는 뜻이리라. 직지심경의 저자로 더 잘알려진 백운스님은
선시를 많이 남긴 스님으로도 유명하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그래서 지은 것이 대휴문이련가? 모든 생각을 쉬라는 것일게다.
쉼이 없는 삶에선 어떤 생산적인 것들이 나올리 없는 것이다. 언젠가 법정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 계실 때, 한 말씀을 부탁해 올렸더니 '선생님,
지금은 쉴 때이지요? 휴식과 쉼은 새로운 물을 고여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고 침묵을 지켰던 그 때가 떠 오른다.
크게 마음을
쉬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이웃이, 자연이, 생명이...
들리기 시작한다. 자연의 소리가, 생명의 소리가, 사랑의
소리가, 화해의 소리가...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들이 향기로 세상을 향해 퍼져 나간다.
'대휴문'이 나에게 가져다준 '큰
휴식'은 새로운 에너지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분명히 가르쳐준 오늘의 가장 큰 스승이고 부처였다.
-대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