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24일 화요일
씨름
김미순
나는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 운동하라는 말을 들으면 짜증부터 난다. 건강상 집에서 자전거 돌리기만 한다. 하지만 정신없이 빠져드는 몇 개 운동이 있다. 올림픽 때 방영되는 양궁, 피겨 스케이팅, 얼마 전에 개최된 월드컵 축구다. 그리고 명절 때마다 개최되는 씨름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다. 특히 전남 영암의 영암민속씨름단의 존재가 기쁨을 준다. 월출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씨름단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힘있고 패기가 남다르다. 땅을 울리고 하늘을 찢는 포효를 외친다.
오늘도 설맞이 씨름이 방영되었다. 8강부터 치러지는 경기는 2시부터 시작하여 3시30분까 연속되었다. 나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화장실도 안 갔다.
그제는 설이라 언니집에서 늦게 오느라 금강장사 씨름대회는 못봤다. 어제 한라장사는 그야말로 스펙타클 했다. 노련한 마흔 살 넘은 장사, 이십대 신예가 펼치는 어마무시한 힘과 신경전이 펼쳐졌다. 박민교, 김무호, 차민수, 김보경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차민수를 응원했다. 영암민속씨름단 선수였기 때문이다. 차민수는 세 경기 다 이겼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울퉁불통한 팔과 두께를 가늠하가도 힘든 다리로 버티고, 빠르게 이곳저곳을 옮기면서 모래판을 들썩였다. 영암군민들은 목청껏 차민수를 외쳤고 보답하느라 차민수도 한라장사가 되었다. 그제 금강장사도 영암민속씨름단 소속 최정만 장사였다고 한다. 오늘도 백두장사급 경기가 열린다. 오늘도 일정이 있어서 볼 수 있을지 걱정되는데 볼 수 있으라고 기도한다.
오전에 책 읽고 글 쓰고 오후에 TV 보는데, 재미있는 운동이라도 하면 시간이 빨리 갈텐데~ 다음 추석 때도 기대된다.
백두장사도 영암민속씨름단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