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그 때는 고향 줄포에 사람도 많이 살았는데.......
아마도 줄포항구가 번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판장에서는 수시로 생선에 대한 경매가 이루어지고,
바다에는 젓을 가득 실은 젓배가 드나들고.
사리때는 바닷물이 줄포시장은 물론이고 우리 집 뒷마당까지 차올라 왔었다.
줄포는 또 비나 눈이 많은 곳이었다. 특히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려 온 세상이 흰 빛이었고 신작로에는 눈이 쌓여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겨울날 보았던 동천(冬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햇빛을 받아 붉은 하늘에서 소담한 겨울 눈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을 받아 먹으려고 몸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기억이 난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바닷물이 만조일 때와 겹치면 줄포 저지대가 모두 물에 잠기곤 했었다. 특히 옛날 줄포면사무소 인근 주택들이 물에 잠겨 고생을 했었다. 지금은 배수 시설이 잘 정비 되어 그런 일이 없지만.
줄포는 또 바람도 많은 편이다. 바닷물이 들고 날 때 마다 육풍과 해풍이 번갈아 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날 저녁 바닷가에 가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모기도 없고 노래 부르며 놀기 좋았었다. 거듭 참 좋은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