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종양 내과 의사로부터 정상 판정을 받은 나는 너무나 감사 감격하여 이때부터 살아계신 하나님을 간증하며 적극적으로 전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호도 재발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내 췌장암을 고쳐주셨으니 재발을 할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당장 정상이 되었다 해도 췌장암은 모든 암 가운데 최고의 재발율을 기록하는 무서운 병 가운데 하나인데 너무 배짱(?)이 좋았던가? 그래도 믿음의 힘인지 아무런 염려가 되지 않았다. 한창 아플 때는 들쭉날쭉했던 내 믿음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참으로 가늠할 수가 없는 게 인간의 믿음인가 보다.
사실 오래 전 거의 돈 한 푼 없이 성전 건축을 감행한 것을 보면 나는 무모한 믿음의 소유자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때는 교회 개척 3년째라서 성도 수도 적었고 건축 헌금을 기대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기도 벽돌만 쌓으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그래도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은 교회밖의 좋은 헌신자들을 붙여주셔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거뜬하게 건물이 완공되도록 기적에 기적을 더하셨다.
그런데 정상 판정을 받은 뒤 1년이 조금 넘어 갑자기 다량의 붉은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지 않게 심한 하혈을 하게 된 것이다. 내 인생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피를 많이 쏟은 탓인지 그만 실신을 하게 되었고 앰블런스에 실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려고 했으나 췌장암 환자는 받아주질 않아 결국 삼성 서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었다. 이런 나를 본 의사는 아내에게 암세포가 온 몸에 퍼졌으니 장례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36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아서 의사들에게 미운 털이 잔뜩 박힌 나였다. 그러나 온갖 정밀 검사를 다했지만 췌장암 세포는 전혀 보이질 않았고 임파선도 전이 현상이 없어서 지극히 정상이었으므로 의사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후 나는 더 신이 나서 열심히 췌장암 치유 간증 전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성격상 무엇을 하든지 시작하기만 하면 앞뒤좌우를 가리지 않고 전진하는 일편단심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책임감과 성실성도 유별난 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과업 지향형이다. 그러면서도 한번 맺은 인연은 잘 끊지를 못해 많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 글에 마음이 조금이라도 불편하신 분이 있으시면 널리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 가끔 아내는 나의 이런 성격때문에 하나님께서 전도자로 쓰시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내 숙명인가 보다. 이와 반면에 나와 많이 다른 아내는 매우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성격이어서 내게 큰 위로와 힘이 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후로 전도에 날개를 달고 온 힘을 다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전하며 정열을 불태웠다. 그러나 한참 후에 다시 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계속-
보블리오의 부친이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 있거늘 바울이 들어가서 기도하고 그에게 안수하여 낫게 하매 이러므로 섬 가운데 다른 병든 사람들이 와서 고침을 받고 (사도행전 28: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