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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도 나를 완전히 잊지는 말아다오. 나는 너희들에게 기억될 만하다. 살아있는 동안 나는 종종 너희들을 생각했고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창호가 남긴 유서인 줄 알았습니다. 이건 베토벤이 남긴 유서랍니다.
"창호는 죽지 않았다. 다만 사라졌을 뿐이다...하하하하"
어디선가 우리를 바라보며 크게 웃고 있는 듯 합니다.
5월 29일은 창호의 49제 되던 날! 몇 몇동기들이 모여 청아공원에서 조촐히 위령제를 지냈고, 이어 그의 혼이 묻힌 관악산에서 6월 동기산행을 거행하였습니다. 참석자 : 김영준,나기훈,남덕균,배병철,백문숙,서윤석,신유주, 유정욱,윤민순,임도선,최흥병 뒷풀이때 송찬
사당역에서 10시에 모인 10명은 남현동에서 출발하여 관음사~제1헬기장~제2헬기장~관악사지~연주암~창호나무~과천유원지~과천향교로 약간 긴 산행을 하였습니다.
관음사 관문을 통과할 때 시계는 오전 11시16분을 가르켰고
길옆의 수국나무는 한낮의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탐스럽게 맺힌 수북한 꽃들의 무게를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결코 녹록치 않은 관악산! 특히 오늘의 코스는 길기도 길었어요~
주일임에 동기산행에 어렵게 납시셨을 뱅이회장도, 근 2년만에 산행에 나타나신 임도선도 만만치 않은 산행에 연신 땀방울은 흘러내립니다.
한 30분쯤 올랐나요? 잠깐 쉬었다 갑시다! 회장님 가방에서 부시럭 부시럭...쨔~~쟌~~ 언제 또 이런 예쁜짓을~~^^ 노란 32 PLUS !
빨간 32 PLUS...하나씩 나눠주네요. 나중에 족탕할 줄 어찌알고... 역시 센스가 남다른 뱅이회장님~~딸랑딸랑~ 고마워요~ 요긴하게 잘 썼어요. 다음엔 또 뭔가요?
^^
이때까지만 해도 나와 기훈이! 승리의 V자에 힘이 들어가 쌩쌩하니 좋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연주대를 거쳐
창호나무까지 가는시간이 앞으로 2시간이 넘을 줄은 이때까지는 몰랐거든요~
철계단을 따라 파란하늘 속으로 들어갔다가
하마바위 옆꾸리도 지나갔다가
앞으로 쭉쭉~! 전진 또 전진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연주대 탑! 보기만 까마득 해 보이지 걷다보면 금방이야~~"
처음엔 그랬지요.
근데~~ 아니었어요. 가도 가도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내리쬐는 뙤약볕에 타는 듯한 목마름.. 사람의 기운을 빼놓는데 아주 지쳐 넘어가는 줄 알았답니다.
바닥이 노랗게 보이고 팔뚝엔 소름이 끼치고.. 배꼽시계는 진작에 울어대고 땅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다리는 친구가 창호인지라 그 나무밑에서 점심을 함께 먹어야하기에 우리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32회 동기들이기에 걍~~참고 오르깁니다.
정상 연주대에 들렀다 가기로 했던 원안의 계획은 급선회~~ 바로 머리위에서 보기로 하고
고군분투 끝에 드뎌 관악사지도착~~!! 이때시간이 1시 40분... 영준이는 아침도 굶고 왔다던데 어찌 참았을꼬~~
이때...앉기가 무섭게 다른모임에 갔던 흥병이가 바로 나타나 합류합니다.
이리하여 우리 11명은 연주암을 거쳐.... 행동빠른 친구들은 어느틈에 절국수도 후루룩 흡입하고 나왔네요.
창호가 있는 나무를 찾아 드디어 도착! 도착!했습니다.
"창호야~~~우리 왔다~~!! 널 보려고 을메나 힘이 들었는 줄 아나~! 너랑 함께 밥 묵을려구 배가 등짝에 붙는 줄 알았꼬마~~ㅎㅎ"
"희안이가 너 준다고 예쁘게 계란지단과 부친개를 부쳐 보냈다구~"
기훈인 가장 먼저 ~~부터 피워놓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술도 한잔 따라놓고..
"자~이제 우리도 밥먹자~~~" 한창 먹고 있는데... 그 때.....!!
앗! 저게 뭐야!! .........................
토실토실 살이 오른 어여쁘고 어여쁜 냥이 한마리 몸을 있는데로 낮추고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족발하나 던져주자 바로 쏜살같이 채 가더니 창호나무 앞으로 가져가 맛있게 먹고 또 내려옵니다. 그러다가 졸음이 오는지 꼬박꼬박 그 자리에서 눈을 부치고 좁니다.
우리 나이쯤 살다보면 배고픔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덩치큰 호랑이만이 무서운게 아니고 아주 작게 스멀거리는 것에도 무서움은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비명치며 놀라는 것이지요.
평생 볼 송충이...여기서 다 봤습니다. 고개를 들고 나뭇잎을 보니 워메나~~세상에~ 내년에 올 땐 강심장이 되어 오겠습니다.
자 이제그만~~ 창호와 인사를 나눕니다.
다음을 기약하곤 창호나무에 기대어 작별인사를 합니다.
어떤 것이든 현재라는 시각에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뒤를 돌아봐도 창호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별이라는 것 이겠지요. 그러나 이 이별은 언젠가,누구든 한번쯤 겪는 것이기에 우리의 발걸음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어이~ 오늘 날씨 무지하게 더운데 계곡에서 족탕하고 내려갈까?" "좋~~을~~~씨~~~고~~"
계곡물이 어찌나 찹던지 단숨에 더위가 싹 가십니다.
머리도 들이밀어 볼까? "흐~메 시원한거...ㅋㅋㅋ" 기훈,정욱,유주....아주 시원해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이렇게 가장 무더웠다는 6월의 첫 휴일. 우리는 창호의 49제 겸 동기산행을 창호가 있는 관악산에서 잘 보내고 하산하여 추억이 많이 서려있던 사당동 자갈이 깔린 천막집의 고기집에서 뒤늦게 달려와 준 찬이와 함께 뒷풀이를 잘하고 헤어졌답니다.
인디언들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사라질 때 그 때 죽는거라고 합니다. 공간의 이동이 아닌 존재의 소멸을 말함 일테지요.
죽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추억이 남아 있으면 그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그런 기억을 갖게 하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도 축복 받은 것입니다.
죽었는데 살아있는 사람이 있고, 살아 있는데도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잊혀지면 죽는거나 다름없으니 서로 친구들을 기억하여 자주 불러주고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삽시다.
이 상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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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널기억할때 우리는 살아있고 같이 사는거고
내 기억속에 네가 없으면 그때 가 비로서 죽는다는거지
무지 더웠는데 기억속에 친구를 찾는다는건 우리 밖엔 없을걸..
캬! 사진 한장 한장,, 글귀 한줄 한줄~~~몰입하게 만드네..윤작가가 우리의 눈을 32 PLus 카페에 직시하고 오래 머물게 만드네,,(창호야 안식하거라),,, 글고 정욱이도 한번 해봐.. 작년에 조금 하는듯 하더니만 안하네, 짜식이 빠져 갔고...쿤타야,사진 붙이고 글 써내려가 봐!
윤작가가 있는데~~~ㅎㅎ
ㅎㅎ. 민순양 너 없음 안되겠어. 빠지지 마셔요. ^^ 고맙네
꼭 붙잡어~~~오랫만에 고운 글과 사진 넘 좋다~~^^
그때 보았던 고양이 한마리 지금도 신기하다. 창호나무 밑동 제석위에 창호를 위해서, 고양이도 좋아할만한 몇가지 음식을 놓아두었는데 그것은 일체 건들지 않고, 우리가 가끔 던져주는 음식만 채가서 먹는데 아주 영물임을 느꼈다..??
민순이 글만 읽어도 같이 산에 갔다 온 느낌이 듭니다.
근데 살이 죄끔 붙었네, 앞으로 열씸이 산 타셔야 될 듯
정곡을 찔렀으야
그분이 예전에 관악산에 거름도 마이 주셨죠.
ㅋㅋㅋ
요건 뒷테
민순,,이 맛에 살쥐,,?^^ 넘 행복하겠다,,창호두 다 듣구있을꺼야~ 근데 저 히프의 주인공은 누규,,? 아직
,,,,탱탱한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