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61)
무자식이 상팔자
병원에서 일하는데 하루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이 찾아오셨다.
“혹시 야간 당직 자리 있는가 싶어 찾아왔네.”
이분은 의사로서 크게 성공하여 구의사회장도 하셨고 재산도 많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여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로 삼고 있던 분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들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보증을 섰던 집까지 날리고 졸지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어 일자리를 찾아 온 것이다. 아버지가 무능력했으면 아들도 살길을 찾아 무슨 일이라도 했을 텐데, 아버지가 명망 있고 부자라 아들이 아버지만 믿고 사업을 벌이다 줄줄이 말아먹고 아버지까지 황폐화시킨 것이다.
또 한 분은 자녀 둘을 미국에 유학시키면서 아내까지 보내 몇 년째 홀로살이를 하니 식사가 불규칙하여 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른 동기 한 분은 아들이 마흔이 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내가 스트레스로 암이 생겨 수술을 했다고 한다.
다 큰 자녀가 일도 하지 않고 아버지 곁에서 빨대를 꽂고 빈둥거리는 경우도 흔히 본다. 사업을 하겠다며 살던 집까지 보증 잡히겠다는 자식도 있다. 겨우 결혼을 시켜 떠나보내 놓으니 못 살겠다며 돌아오는 자녀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자녀 때문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하지 않는 집이 얼마나 될까? 어떤 때는 자식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 조상님들도 이런 경우를 많이 겪었는지 어찌 이렇게 맞는 말을 잘 지어내었을까?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20~30% 정도로 대부분의 자녀들이 고교만 졸업하면 독립하여 일을 한다고 들었다. 이제 우리도 이들 선진국처럼 자녀 양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외부에서 입원을 문의하는 전화가 오는데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가 초등 5학년인데 자폐 증세가 있고 행동과잉 증세가 있어 집에서 뛰쳐나가려고 하고 통제가 전혀 안되어 가족들이 너무 힘듭니다. 정신병원에 알아보니 환아를 철창 속에 가두어두고 월 3~4백만이 든다고 합니다. 그곳 요양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전화했습니다.”
자폐증과 행동과잉 장애가 동반된 어린이가 있으면 온 가족이 황폐화된다. 상담을 해보니 아이의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약을 오래 먹은 경력이 있었다. 우울증 산모가 자폐증 아이를 낳은 것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로 대가족사회였다. 부모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손이 있어도 집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숙모, 사촌들이 있어서 부모의 결손을 충분히 보충해 주었다.
하지만 요즘은 핵가족시대라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정신적인 결함이 있으면 그 영향이 자녀에게 아무런 완충장치가 없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농경시대에 우울증이나 자폐아가 많이 없었던 이유는 바로 대가족사회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공지능(AI)산업과 로봇산업의 발달로 노동력의 많은 부분을 기계와 로봇이 대신하는 추세이다. 불과 5년 전 맥도날드 매점에서 주문받던 여러 명의 안내원이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키오스크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다. 주차장에 관리요원이 없어지고 카드로 정산하는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없어졌는지 모른다.
즉,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많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3, 40대 자녀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는다고 닦달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많은 인구가 좁은 국토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 자녀를 낳지 않는 것은 개인의 책임도 아니고, 사회나 국가의 책임도 아니다.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땅과 자연의 요구인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맡기자. 인구가 너무 과잉되면 항상 전쟁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전염병이 창궐하여 자연이 강제적으로 인구를 조절해왔다. 자녀에게 자식이 없다고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자.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자연적인 인구조정기이다.
네? ‘무자식이 상팔자’인 세대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