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환경사목부 사목위원으로서 활동해 온 지 어 느새 십여 년이다. 그동안 교구 하늘땅물벗 돌봄벗에 서 활동하고 있고, 환경교리학교 도우미를 하고, 또 ‘지구를 위한 미사’에서도 해설 봉사를 하면서 환경사 도로서 성심껏 지내오고 있다. 아쉬운 것은 사회사목 센터에서 열리던 ‘지구를 위한 미사’가 좀 더 많은 이 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작년 11월부터 본당마다 순 회하며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그 봉사 직을 하나 놓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환경 을 위한 나의 활동 중에 또 한 가지 큰 비중을 차지하 는 것이 있는데, 바로 환경연대의 활동이다. 특히 어 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환경 활동은 보람과 함 께 나를 늘 청춘으로 머물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두루미가 찾아왔다는 반가운 소 식에 민들레·푸르니 탐사단 아이들과 함께 철원으로 떠났다. 수확이 끝난 논에서는 볏짚을 수거하지 않고 두루미들이 떨어진 낟알을 먹을 수 있도록 펼쳐 놓고, 논에는 겨우내 물을 채워 두루미가 안정적으로 쉬고 잠자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이처럼 철원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두루미를 보호하고 서 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돌보며, 조류인플루엔자 등 으로 한꺼번에 멸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다 해 해마다 5종의 두루미 6000여 마리가 찾아온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멋지게 날고 있는 두루미에 넋이 빠지고, 멀리 먹이를 먹고 있는 두루미를 쌍안 경과 필드스코프로 자세히 관찰하며 왔다 갔다 분주 했다. 주변의 동물 발자국을 추적하며 탐정도 되어 보고,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에게 손을 흔들며 즐 거워했다. 두루미가 많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서 식지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징표이며, 새들이 많이 오는 곳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징표이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놀이하고 환경탐사를 다니면 서, 아이들과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까를 고민하면서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배운다. 그 렇게 쌓인 체험의 시간들 안에서,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소중한 자연을 지키며 놀 줄 아는 아이들을 보 면서 보람을 느끼는 가운데, 머릿속에 늘 잊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절대자와 인간, 그리고 자 연이 서로 불가분의 존재로서 ‘함께 놀이하는 존재’라 는 것이다. 이 세 관계에 대한 사유가 잘못 정립되었 을 때, 근본적으로 인간 삶의 근간인 자연은 황폐해지 고 인간 자신에게는 삶의 위기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날 위기에 처한 환경문제에 관한 해법을 아이들과 환경탐사를 통한 교육에서 자연히 얻게 된다. 인간이 자연 세계와 벗하지 않고서는 살 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환경문제의 원인이 인간에게 서 비롯되었지만, 그 해답의 열쇠도 인간이 쥐고 있 음을 일깨워 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과 함께 직접 알아보고 실천하고자 한다.
미래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희망 역시 아이 들 삶이 어떻길 원하는 바람이고 그에 대한 기도이다.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일구는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도 바뀐다.
최영애 아나스타시아 환경사목부 사목위원
(교구주보 2023년 7월 20일 <믿음과 은총> 환경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