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6 몽글이 갖고 싶어 10 호숫가의 아이들 30 바닷가 모래밭에 나무 십자가 있었네 48 꼴찌 만세 62 아름다운 경쟁 74 킹 찰스 스패니얼 96 임마누엘 합창단 109 동해 바다에는 그리운 사람이 산다 127
강순아(지은이)의 말
곱고 맑은 세상을 꿈꾸며
나는 백제의 왕궁터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어 가을은 온통 노란빛이었습니다.
제민천 둑 맑은 물엔 빨갛고 노란 가을 잎들이 동동 떠내려 왔지요.
제민천의 물은 읍내 중앙을 가로질러 흘렀고 사철 물빛은 맑았습니다.
그 물은 저 높은 곳에 있는 수원지에서 내려오는 물이었습니다. 이 동화집 속에 나오는 「호숫가의 아이들」은 그때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학보사 기자였던 나는 틈만 나면 산으로 들로 들꽃과 단풍에 취해 쏘다니며 ‘호숫가의 아이들’을 썼습니다.
그 시절 한창 인기 있었던 월간 《소년》지에 뽑힌 나의 첫 당선작품입니다.
(검돌 이석현 선생님이 뽑아주셨고. 캐나다로 이민 후 거기서 타계하심) 「꼴찌 만세」도 그 시절에 쓴 글입니다. 작품 정리를 하는 나를 넘겨보던 아들이 – 엄마, 지금은 AI 시대에요. 그런 작품이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힐까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돌아봅니다. 지나 온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인 것 같은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키오스크나, 티오더를 이용해야 하고 레스토랑에 가면 서빙 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을 가져갑니다. 여러분은 자면서도 보고 싶은 친구, 아끼는 하나뿐인 것을 친구와 나눠 쓰고 싶은 친구,
짐수레에 빈 박스를 가득 싣고 가는 할머니를 도우러 뛰어가는 친구, 비 오는 날 찢어진
우산을 들고 가면서도 즐거운 친구, 이런 친구들이 있는지요? 파란 비닐우산에 떨어지는 비 소리는 음악이다 퐁퐁 땅위에 떨어진 빗방울이 꽃이 되는 세상. 선생님은 「호숫가의 아이들」이나 세영이 같은 아이들이 그립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둘러보면 아름다운 것들, 안타까운 일들도 참 많습니다. 세상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든 누구에게나 무엇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호숫가의 아이들처럼 서로 돕는 아이들.
세영이처럼 더디고 모자란 아이에게도 영광된 날은 있을 거고요. 그래서 세상은 살 만한 곳입니다.
음악처럼, 그림처럼 살아온 날들
동화작가 강순아 선생님의 머리 속에는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있지요. 선생님의 손녀 온유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피아니스트이고, 온유의 할아버지는 음악선생님을 지낸 시인이기 때문이지요.
강순아 선생님은 동화를 그림 그리듯 쓰지요. 젊은 날 즐겨 그림을 그렸었고
지금도 그림 가득한 공간에서 동화를 쓰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누구나 오랜 날들을 음악처럼,
그림처럼 산 할머니 동화작가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평화가 그려질 수 있을까요?
이 동화집에서는 백제 왕궁터에서 곱고 맑은 세상을 꿈꾸며 「호숫가의 아이들」로 시작한
선생님의 ‘50년 동화쓰기’가 「아름다운 경쟁」에서 감명 깊게 마무리 되고 있음을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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