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시장통처럼 씨끌했다.
얼굴에 시체처럼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덕수를 가운데 두고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경찰관이 입회한곳에서
병든 닭처럼 앉아 덕수 부모의 송곳 같은 말들을 듣고 있었다.
주먹을 꽉쥔 덕수 아버진
이런 깡패자식은 밥을 주어도 학교를 보내도 안된다며
나의 얼굴을 구둣발로 누르고
덕수 엄마는 양산 손잡이로 나의 머리를 내려치며
만약 "덕수의 눈이 실명한다면 네 두 눈을 뽑아버린다며" 엄포를 주고 있었다.
죽어 버리고 싶었다.
분한 마음이 들어 이런 세상을 왜 살아야 되나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병실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소리 지르며 들어오고 명희엄마와 명희가 어쩌냐며 뒤따라 들어왔다.
그래도 내편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이느무자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친구를 저렇게 패 누워있게 하냐며
나의 뒷 목을 잡고 일으켜 세워 무거운 주먹이 얼굴을 북 치듯 할 때 수많은 별들이 보였다.
이게 뭔가 싶었다.
아니 죽이고 싶었다. 아버지든 선생이든 누구든..
그때서야 경찰관이 아버지를 저지시켰고
교장선생님과 담임도 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아버지의 무지막 한 폭력은 어린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바라보며 어쩌냐고 울먹이는 명희 앞에
나도 사람이었고 남자였나
비 오는 날 나체로 신작로에 세워놓은 것처럼 창피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비실비실 연기를 쫓아내듯 팔을 저으며
아버지에게 차라리 죽이라고 소리 지르며
창에 놓여있던 화분을 유리창에 던지며 소리 질렀다.
"내게 아버지가 있었나"
"담임은 나를 학생으로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고"
"아버지는 엄마를 패서 내쫏고"
담임 선생님은 나를 보며 혀만 끌끌 차고 있었잖아
침 튀기며 말하는 나를 아직 정신 못 차렸다며
아버지의 매운 주먹이 나에 몸을 사정없이 내려칠 때 몸뚱이는 이리저리 튕겨져 나갔다.
그래서인가 덕수 부모님이 말없이 서있을 때
아버지를 말리던 명희 엄마가
아이를 죽일 작정이냐며 피를 흘리며 쓸어져 있는 나를 품에 안으셨다.
경찰관이 말했다.
아직 미성년이라 촉법소년으로 책임능력이 없기 때문 형사처벌이 안 돼 보호 대상이라고.
치료비는 어찌하냐고 침 튀기며 말하는
덕수부모님 앞을 명희 어머니손을 잡고 나오고 있었다.
며칠을 방에 누워있었다.
고마우신 명희엄마가 끓여다 주시는 죽을 동생과 나누어 먹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며칠을 누워 있을 때
명희엄마가 쌀을 가지고 들어오시며
"가야 된다"
학교 졸업은 해야 한다는 말씀에 시퍼렇게 멍든 몸뚱이를 끌듯
어그정 어그정 학교로 가고 있었다.
내편이 한 명도 없는 5학년 교실
담임선생님의 무서운 목소리와 친구들의 조롱하는 야유~
오전 동생 걱정과 아버지 원망으로 보내고
점심시간 자장면 배달하고 남은 돈으로 빵하나를 사 수돗가에서 혼자 먹으며
수업 종이 울리자 교실로 들어가는데 이상한 찬바람이 몸을 감싼다.
부반장 필통 속에 있던 돈이 없어진 것이다.
친구들 모두 나를 의심했고
어느 친구는 필통을 여는 걸 보았다는 거짓말로 나를 당황게 하였다.
아니라고 소리칠 때마다 돈이 어디서나서 빵을 사 먹었느냐며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채웠다.
부반장이 지금 가져간 돈을 내놓으면 선생님에겐 말하지 않겠다고 돈을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거짓으로 돈을 훔쳤다고 돈을 내주면 선생님에겐 혼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와 덕수아버지에게 얻어맞은 몸이 아직도 멍들어있는데
주머니 속 돈을 만지며 망설일 때
"동작 그만" 선생님의 목소리가 대포처럼 터졌다.
친구들과 부반장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렸고
선생님이 위 옷을 벗으시며 나를 나오라 소리치신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또 억울함에 눈물 흘리며 교단 앞으로 끌려가듯이 나가고 있었다.
억울하였지만 무슨 말을 하여야 하는지 생각이 안 나 그냥 컥컥 대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라고 황소처럼 소리치는 선생님의 큰 손이 나의 뺨을 내려칠 때
아니라고 말하는 나의 목소린 모기소리 같았다.
나의 작은 몸뚱인 큰 파도에 나뭇잎 떠가듯 이리저리 제멋대로 흔들렸다
때리다 지친 선생님이 옷소매로 땀을 닦으며 지독한 놈이라고
나의 책보를 창밖으로 던지며
급기야 나의 목덜미를 잡고 운동장 밖으로 나아갔다
차디찬 땅의 기운이 엉덩이를 적셨고
일어서려고 꿈틀대는 손끝이 남에 손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운동장 가운데에서 찬 바람에 나를 말리고 있었다
거북이처럼 듬성듬성 학교를 나올 때
4학년 반에서 고향에 봄노래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나에게 복수를 알게 한 건 그때부터였나
하지만 선생님과 나의 아버지 덕수네 아빠는 산처럼 커 보였다.
힘을 키워야 했다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힘을
하지만 현실에 나는 너무 나약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았다
교무실도 모든 학급이 화롯불처럼 타오르리라
나를 구타한 선생님의 머리에 물처럼 부으리라
그날밤 백등유 한 병을 사들고 학교로 올라가고 있었다.
양쪽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담한 학교
누나가 형들이 뛰어놀다 졸업한 운동장을 지나 교무실로 들어선다
죄책감도 망설임도 없이 기름을 부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학교 관리하시는 아저씨
한쪽 다리를 못쓰셔 아이들은 절룩이라고 놀려대지만
나에겐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주기도 하고
배가 고파 수돗가에서 물 마실 때엔 군 고구마를 건네주시던
눈치채셨는지
"네가 불을 지르면 내 책임이야
난 갈 곳도 없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다 "바닥에 부은 기름은 밤새서라도 내가 닦아낼 테니
넌 그냥 집으로 가면 안 되냐고.., "
성냥불 켜지 말고 그냥 나와라 잘못하면 너도 죽을 수 있어
주머니를 뒤지더니 천 원권 몇 장을 꺼내 보이며
"나 좀 살려주면 안 되겠니?"
관리 아저씨의 목소리가 애조로웠지만
다 필요 없다고 "당신네들 내가 불타 죽으면 좋아라 손뼉 치며 좋아라 할 사람들 야"
덕수 아버지도 교장과 담임선생님도 나의 아버지도
모두 불 구경하라고
석유를 바닥에 붓는 나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관리 아저씨가 운동장 불을 켜고
비상벨 스윗치를 켰는가
어두운 적막을 깨고 요란한 괴음 같은 벨소리가 학교교실을 거쳐 마을까지 울려 퍼졌다
명희에게 주려고 속 주머니에 간직했던 만년필을 쥐고
성냥을 꺼내 들었다.
첫댓글 슬픈 덕수의 이야기..
계속 기대합니다
감사드려요 지기님
오늘 정모이죠?
저는 단항에 와 있어요
일정이 빨리끝나면 참석하려했는데
2월을 기대하여야겠네요
유익한 정모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나룻배님, 너무 잔인하십니다. 주인공을 살려주세요. ㅜ
감사드려요 심송님
주인공은 많은 고난을 헤쳐나가야 하지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얼마나 복수심에 불탔으면....
글일 뿐이죠
하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그길에 고통이 놓여있었지요~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길바랍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1부를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