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기도에 있는 한 요양병원입니다. 120명의 환자들 중 김씨 할아버지는 가장 오래된 환자였고, 나이도 가장 많았지요. 그의 할머니와 자식들은 한 달에 한 번 씩 교대로 면회를 옵니다. 어느 봄날 큰 아들이 면회를 왔는데 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아버지, 요즘은 사전 부고가 유행이래요.”
“그게 뭐니?”
“지금 까지는 사람이 돌아가셔야 부고를 돌리는데 이제는 돌아가시기 전에 절친한 사람들과 미리 종강파티를 하는 거랍니다. 죽은 다음에 망인의 시체에게 절을 하는 게 아니고, 살아있을 때 서로 만나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누고, 여흥도 즐기는 것이지요.”
“음, 그것 참 신식 잔치로구나.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으니 네가 거들어줄래?”
“아버지가 해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아버지는 초대할 사람들의 명단만 만들어 주세요. 인원은 아주 절친한 소수 사람들만으로 하고요.”
“네 엄마와 내 형제 자매 5명, 그리고 자식들 부부 4명, 친한 친구 6명, 그리고 손자 중에서는 장손을 대표로 하면 모두 17명이 되는 구나.”
“그 정도면 딱 적절할 것 같네요. 부고 문안은 제가 작성하고 휴대폰으로 보낼 거예요. 그리고 둘째와 같이 음식을 준비하도록 할게요.
드디어 잔칫날이 돌아왔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요양병원의 홀로 모였습니다. 슬픈 장례식이 아니라 완전히 흥겨운 파티장과 같았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장손이 아코디언으로 부모님 은혜를 연주했고, 다음으로 친구 중 한 명이 ‘보내는 마음’이라는 시를 낭송했는데 분위기에 맞춰 흥겹게 읊었습니다. 다음으로 큰아들이 할아버지를 업고 홀을 한 바퀴 돈 뒤에 식사에 들어갔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쁘고 아름다운 날입니다. 이제 나는 모두의 축복속에 행복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죽음의 두려움도 모두의 사랑이 있기에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끝)
첫댓글 사전부고라는 발상 재밌다고해야될지.. 유쾌하게 쓰신것 같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시라고 유쾌하게 썼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이 올 수밖에 없지요.
그 전에 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만나보고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러나 슬픔은 남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움이 슬픔을 넘어서도록!
괜찮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죽기전에 사전부고해보려고요.
👍~~마무리가 아름답습니다. 좋은 방법 같아요.
가상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아름답다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