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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늘~ 그리운 섬들이 하나씩 있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혼자여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도 좋은 그런 섬을 품고 산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12km 떨어진 남해의 섬 보길도는 그렇게 가슴에 품어도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고산(孤山) 윤선도가 세상사 접어두고 그만의 작은 천국을 이루었던 세연정이 남아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품어왔던 보길도를 가기위해 새벽 5시에 전주를 버리고 떠났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땅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래부르게 하소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욕심의 그릇을 비우게 해주시고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용서의 빈 그릇으로 가득 채워지게 하소서
땅의 끝 새로운 시작 넘치는 희망으로 출렁이게 하소서 ............................명기환의 詩 <땅끝의 노래>
출발이다 땅끝마을에서 아침 9시에 노화도로 출발하는 장보고호에 우리와 버스가 함께 탔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어서인지 배안이 한산해서 우리에겐 오히려 좋았다
노화도 산양진항 약 40여분 항해한 끝에 우리가 탄 배는 노화도 산양진항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언행이 어리숙한 안내원의 호르라기 소리에 기가죽어서 버스에 탑승하였다 2008년에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 길이 620m의 보길대교가 놓여서 버스를 타고 보길도로 들어갈 수 있다
산행의 시작 버스가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돌아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뾰족산 입구까지 갔다 해발 195m의 뾰족산은 이름 그대로 송곳처럼 솟아있어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보길도 섬 전체는 흐드러진 동백꽃으로.. 선혈이 낭자한 동백꽃으로 붉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품안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박남준의 시 <동백> 중에서
지는 동백에 대한 예의 단칼에 잘려나간 듯한 동백꽃 모가지는 땅에 떨어져서도 생생하였다 선혈이 낭자한 낙화의 자리는 끔찍하도록 아름답고 슬프다 땅에 떨어진 꽃모가지 몇 개를 주워서 바위 위에 올려놓고 낙화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첫번째 휴식 등산로는 건지산처럼 아늑하고 편하고 부드러웠지만 기온이 높아서 땀이 많이 흘렀다 동백꽃 숲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땀을 닦으며 후미그룹을 기다렸다
뽀래기재 뽀래기재는 등산로가 갈라지는 곳이라 잠시 쉬면서 오른쪽 숲길로 안내하였다 오늘 처음 나오신 몇몇 자매님들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여서 힘을 복돋워 주었다
누룩바위 뽀래기재에서 제법 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기묘한 형상의 누룩바위가 나타났다 누룩바위에서는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짭쪼롬한 갯내음이 후각세포를 자극하는듯 하였다
격자봉(430m) 드디어 오늘 산행의 최고봉 격자봉(格紫峰)에 올라섰다 보길도지에는 격자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적자봉(赤紫峰)으로 표기되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황소가 드러누은 듯한 형상의 격자봉은 동백나무로 우거져 있었고, 조망이 참 좋았다
점심식사 아름다운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동백나무 숲에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야관문술, 오디주, 머루주, 생소주에 베리나인골드까지 곁들여지니 더욱 풍요로운 식사가 되었다
수리봉(406m) 남해바다를 내려다 보며 이어지는 하산길은 지극히 환상적이었다 독수리 머리를 닮은 수리봉에 올라서서 아직 다하지 못한 사랑과 우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지지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잠시 지리산을 버리고 보길도 동백꽃을 주우며 예송리 바닷가의 젖은 갯돌로 구르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이원규의 詩 <동백꽃을 줍다> 중에서
큰길재(209m) 산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나타난 큰길재에는 쉬어가기 좋은 나무의자가 있었다 보길도에는 뽀래기재, 뾰족산, 대풍구미, 샛담 등의 재미있고 특이한 이름들이 많이 있다
예송리해수욕장 이곳에는 1.4km 길이로 활처럼 휘어진 갯돌해변과 천연기념물 제40호인 상록수 방풍림이 있다 후박나무, 소나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등으로 아루어진 상록수림 사이로 산책로가 나있어 운치가 있었다 몇 년 동안 벼르다가 찾아온 요한과 베로니카가 따뜻하게 데워진 몽돌 위에서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세연정(洗然亭) 윤선도는 보길도에서 13년이나 은거하며 이곳의 자연과 친구가 되었다 우리 국문학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어부사시가가 탄생한 배경지가 바로 이곳이다 세연정에서 세연(洗然)은 '주변 경관이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뜻이다 버드나무의 연두빛과 동백꽃의 붉은빛, 진달래의 핑크빛이 어우러진 세연정은 달콤한 봄꿈에 젖어 있었다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현판 글씨에서는 세상을 달관한 사람의 여유로움과 초연함이 느껴졌다
보길도 전복 보길도의 청정해역에서 양식한 전복을 40만원치 구입하여 돌아오는 배안에서 먹었다 비록 10여분 만에 전복이 동나버렸지만 자연의 향과 고단백의 힘을 비축한 우리의 몸은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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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보다는 눈요기 거리가 많았네요
오가는 길이 너무 멀고 답답해서 혼났습니다.
그래도 나가면 즐거운건 왜지요? 히히
일단 삶터를 떠난다는게 즐거운거죠...신산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에너지원입니다
동백나무 숲길~ 좋아뿌렸어요.. 처연한 붉은빛에 여심들 녹아나고~
남도의 바닷바람과 함께온갖 시름 잊고 왔지요..
섬마을에 동백이 많은 이유는...섬에 갇혀사는 여인들의 한(恨)이 붉은빛으로 승화됐기 때문이랍니다
뭐~ 제 학설이니까...믿거나 말거나 ㅋㅋㅋ
섬산행은 묘한 떨림과 아련한 황홀함이 있지요...
모두 행복한 표정이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련한 그리움도 있습니다...시퍼렇게 젊은 시절 위도에서 근무할때 만난 소녀들이 떠오르더군요
전복은 그냥 통쨰로 물어 뜯어야 제맛인데?? 침이 막 넘어가네요. ...
그날 파리스님이 오셔서 가르쳐 주셨어야 하는데...우리는 잘게 썰어서 먹었잖아요
맛 조아 보길도 전복
보길도에서 발메오 형님의 산행 실력에 놀랐습니다
이제 전복도 드셨으니 큰~ 산에서 한번 만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