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단골 아주머니 손맛
오래 전부터 다니는 식당 중에 자주 찾아 가는 선지국밥 집이 하나 있다. 식당은 대전 대흥 로터리 아래 큰 길 옆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 들어가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서쪽에 자리한 단층 자그마한 가건물이다. 식당을 찾을 때마다 식당 앞 골목길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비어있길 바라는 곳이다.
식당 앞에 도착하면 식당 주인 60대 아주머니가 식당 현관문을 살짝 열고 내다 본다. 이 때 눈이 마주치면 문을 활짝 열고 나와 주차 안내를 하며 ‘어서 오세요!’라며 반긴다. 그리고는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덧붙인다.
‘무얼 드릴까요?’묻는 얼굴은 주문 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어서 ‘그거요!’라고 곧 바로 주문을 한다. 그러면 ‘알았어요, 그 걸로요!’라며 주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이 식당 메뉴에 ‘그거‘는 아무리 보아도 없다. 잠시 후 주방에서 홀로 나온 아주머니는 바쁘지 않느냐고 묻는다. 바쁠 것이 없다는 말에 그러면 조금 기다리란다. 선지국밥은 해 놓은 밥보다는 밥을 새로 해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얼마 후 주방 쪽에서 전기밥솥 수증기 뿜어내는 소리가 세게 들려왔다. 그리고 조금 지나 밑반찬이 들어오고 이어서 투가리에서 펄펄 끓는 선지국이 들어왔다. 위험하니 투가리를 조심하라고 두세 번씩 주의환기. 다음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로 한 밥 한 그릇씩. 밑반찬 중에 열무 시라기 된장국, 청양 풋고추와 붉은 고추 다지기, 배추김치와 깍두기, 해물 젓갈은 옛 가정집 어머니반찬만 같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
찾아가서 주문, 기다리던 선지국밥 점심을 하고 나올 때는 언제나처럼 2인분을 또 주문해 가져온다. 계산을 마치고 주문한 것이 포장 되어 나오길 기다릴 때면 주방 옆 안방에서 식기와 수저 등을 닦아 따님의 손길을 도와주시던 노모가 뵈었는데 이 날은 뵈질 않았다. 따님의 손길을 돕겠다며 큰 아들집을 떠나 4년 동안 와 계셨는데 얼마 전 96세를 일기로 아주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던 아주머니는 눈물 반웃음 반으로 어머니 계시던 방 빈자리를 보았다.
주문한 선지국이 포장되어 나왔다. 이날따라 포장된 비닐봉지가 많았다, 그간 모아왔다는 누룽지와 주문량보다 많은 사골국물, 양 탕에 넣을 만큼 많은 양, 그리고 선지국 맛을 더해 주는 다른 밑반찬을 여니 때보다 더 많이 싸준 것이다. 아주머니는 포장된 것을 차에까지 실어다주며 ‘멀리서 늘 찾아주시어 고맙다’며 ‘두 분 건강하시라’고도. ‘지금 선지국밥 맛 앞으로도 변하지 말라’며 선지국밥 옛 맛을 보게 해주어 고맙다고 했다.(2013. 10. 18 .)
첫댓글 천규! 내가 여러번 지적하고 시정해 주기를 요청했는데 아직도 문단 끝에 "<!--[if !supportEmptyParas]--> <!--[endif]-->"이 싸인을 지우지 않으니 답답하네. 눈이 어절어질해서 한동안 천규 글을 읽지 안했어. 그 싸인을 꼭 둬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내 글 끝에 그런 싸인 한 적이 없는데 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