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청하골 12폭포 가는 길
24, 04, 19
산천이 연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계절이다.
내연산 청하골 12폭포 가는 길을 걸었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조용한 산길을
호젓이 걷는 것이 얼마나 좋던지.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어울려 새 아침을 찬미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내연산 청하골 12 폭포를
하나하나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만
연초록빛 숲과 계곡의 물소리를 즐기는 것이
더 좋을 나이가 되다 보니까
열심히 걷기만 하지 않고 주변 풍경을 즐기며
올라가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개울가에서 맑은 물에 손을 담그며 쉬기도 했다.
제1폭포 상생폭포를 시발로 해서 도중에 있는 폭포들은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작아서 그냥 패스, 관음폭포를 지나
제7폭포 연산폭포까지 올라갔다.
굳이 폭포가 아니라도 좋은 계곡
제1 상생폭포
관음폭포
선일대
선일대(仙逸臺), 비하대(飛下臺),
학소대(鶴巢臺) 등이 특히 이름난 암벽이다.
비하대
연산폭포
폭포와 암벽 아래는 새파란 소(沼)였다.
물이 깊어서인지 폭포가 쏟아지는데도
소는 별 흔들림 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암벽에는 '갑인추 정선'(甲寅秋 鄭敾:
갑인년 가을에 정선 다녀가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압도해오는 폭포의 장관에 취하고
거기서 쏟아내는 소리에 잠겨 한참 머물렀다.
연산폭포 아래 바위에 앉아서
이슬처럼 얼굴에 스치는 작은 물방울을
피부로 느끼기만 해도 행복한 아침이었다.
연산폭포가 내연산을 찾는 이들에게
인가 있는 것은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을 때가 있지만
이처럼 가까이 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많다.
이 아침
여기서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내연산 청하골의 유명함과 인기는
조선 시대 수많은 시인 묵객이 찾은 데서 알 수 있다.
특히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은
청하 현감 때 청하골을 찾아
연산·관음·잠룡 세 폭포를 화폭에 담았는데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이다.
창검 같은 수직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기둥에서
청하골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군가가 내연산이 서울 근교에 있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올 텐데...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잘 보존되는 것이 아닐까.
학소대
청하골 입구의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는
편도 2.7km, 대부분 여기서 하산하는데 아침의 산길 트래킹으로는 흡족한 거리였다.
밝은 아침 햇살이 비치는 산천이
어제보다 더 깨끗하고 하늘은 푸르렀다.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