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
○ 2007. 5. 21(월) ~ 24(목) ○
오래 전부터 마음에는 두고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에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날 수 있게되어 벌써 가슴이 설렌다.
몇 해전 장인어른께서 쓰러지셨다. 장인 어른은 인정하고 싶지않은 현실을 인정하고
극복하시느라 힘겨우시고, 늘 옆에서 수발하시느라 장모님도 보통 힘드신게 아니다.
그래서 두 분을 모시고 바람도 쐴겸 겸사겸사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작년 가을 단풍철에 휴가까지 내어 준비를 했지만 그 때는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못 모셨고
이번에도 처음에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두 분이 응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 * * * * * *
07.5.20(일) 하루 당겨 가진 장인어른 생신연
장인어른 생신을 하루 당겨 오늘 친지들과 조촐한 생신연을 가지기로 했다.
생일케잌은 가족들과 집에서 자르고 가까운 음식점으로 옮겨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갑자기 장인어른께서 눈시울을 붉히시더니...)
(집 앞 음식점에서... 칠순연 때는 러브샷을 하셨는데...)
5.21(월) 장인어른 생신일, 부부의 날
여행 첫날(남양주-양평-홍천-인제 용대리-미시령-정동진)
분리한 전동 휠체어가 차에 실리지않아 순간 긴장했는데
발판과 뒤 보조바퀴까지 떼어내니 겨우 실린다. 다행이다.
9시 조금지나 드디어 긴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일정은 첫째날은 정동진 썬크루즈에서 1박을 하고,
둘째날은 온천수가 좋다는 울진의 덕구온천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은 7번 국도로 동해안을 따라 울산까지 내려가고,
그 다음날은 경주를 거쳐 울산 주변 해변을 여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그동안 장거리 여행을 못하신 터여서 차를 얼마나 오래 타실 수 있는지 걱정이 되어
정동진까지 영동고속도로로 갈 것인지 양평, 홍천, 인제로 통하는
6번과 44번 국도를 탈 것인지 쉽게 판단을 못하고 있는데
장인어른께서 힘들면 쉬었다 가면된다 하시며 가고 싶은 길로 가라고 하신다.
영동고속도로로 넘어가면 여행 기분도 덜할 것 같아 국도로 차를 몰았다.
부부의 날이자 장인어른 생신일이기도 한 오늘
이렇게 두분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게 되니 더 뜻깊어 지는 것 같다.
(산채비빔밥과 황태국이 맛있었던 황태마을 부흥식당)
서울 시내를 빠져나오자 길은 훤히 뚫리고 날씨도 좋다.
양수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가는 풍경도 좋은데 군 출신이신 장인어른께서
옛날 군대생활하시던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 가는 길 내내 열심히 설명하신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홍천, 인제 내린천, 리빙스턴교가 있던 이평리를 지나 용대리 황태마을에 내려
산채비빔밥과 황태국으로 점심을 먹고 미시령을 넘는 길 입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새로 생긴 미시령 터널로 나왔다. 설악산에도 들렸다 오려 했지만
장모님 컨디션이 좋지않아 정동진으로 바로 차를 몰았다.
(16:05, 정동진 썬크루즈 도착)
한 달 전에 인터넷으로 럭셔리와 스탠다드 각 1실을 예약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인터넷으로 예약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몇 번이나 전화로 확인하면서 제일 전망좋은 방을 부탁했지만
4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룸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
(맏딸, 와이프)
서울서 홀홀단신 울산으로 와 고생이 많았다.
마음씀씀이가 착하고 고운데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과 표현력 부족이 아쉬웠겠지만
표현은 안해도 진심은 알제?
(정동진 역, 모래시계로 관광명소가 된 역)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정동진 역으로 갔다.
정동진 역은 1962년부터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한 때 열차가 거의 운행되지 못할 정도로 한산하기도 했다고 한다.
1995년 TV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의 배경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져
전국 각지에서 정동진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해돋이를 보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연인들의 언약식 장소로 관광명소가 된 곳.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경복궁 광화문에서 볼 때 정(正)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실제 위도상으로는 서울의 도봉산 정동쪽이라고 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해돋이를 비롯해 정동진해수욕장,
수령 30년의 해송(모래시계나무), 정동진 시비(詩碑), 기찻길 옆 풍차,
예술정원과 전망휴게소 등이 있는 복합문화예술공원, 조각공원과 통일공원 등
(신봉승 님의 "정동진" 시비)
(장인 어른께서는 기차여행이 하고 싶으신지...)
(정동진 역앞 해변에서 본 썬크루즈)
(같은 동해라도 울산 앞바다와 또다른 느낌의 정동진)
(방금, 강릉을 향해 떠난 기차는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동진에서 회가 제일 맛있다는 집)
(음식 맛 만큼이나 분위기도 좋다)
여행길에서 맛있고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멋을 더한다.
소문대로 회가 싱싱하고 맛있다. 이러니 주위에서 추천을 하나보다.
특히, 회가 나오기 전에 나온 돌 미역국과 멍게도 참 맛있었다.
큰 도로에서 썬 크루즈 가는 갈림 입구에 있는 "산 횟집"
저녁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좋다.
360도 회전 스카이라운지에도 모시고 싶었으나
오랫만의 긴 여행으로 장인 장모님이 피곤해 하셔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내고 편히 쉬시라며 방을 나서
우리 방에 오자마자 그냥 골아 떨어지는 바람에
첫날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와이프와 둘이서라도 스카이라운지에 가고 싶었지만...
오늘 하루
이렇게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5.22(화) 둘째날
정동진에서 덕구온천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울산까지
(정동진 일출)
정동진 / 신봉승
벗이여
바른동쪽
정동진으로
떠오르는 저 우람한
아침해를 보았는가.
큰 발원에서
작은 소망에 이르는
우리들 모든 번뇌를 씻어내는
저 불타는 태초의 햇살과
마주서는 기쁨을 아는가.
벗이여
밝은 나루
정동진으로
밀려오는 저 푸른 파도가
억겁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가.
처연한 몸짓
염원하는 몸부림을
마주서서 바라보는 이 환희가
우리 사는 보람임을
벗이여, 정녕 아는가.
(출항, 배도 사람과 같이 해가 뜨면 하루를 또 열심히 펼쳐야지)
(낭만과 사랑이 머무는 곳, 정동진)
(외양만큼이나 서비스도 좋아야 다시 찾아 오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것 같다.
어쩜 이 호텔은 고객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위해 있고
박제된 회사규정을 지키기 위해 있는듯 하다. 고객만족은 아랑곳없이 말이다.
비싼 값을 치뤘는데 이 정도라니... 알고는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막아놓은 홈페이지 게시판 기능부터 복원하여 고객의 소리를
들을 귀부터 여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이번 여행중 옥의 티라면 썬크루즈의 불친절, 서비스 부재!
(20)
(아침을 먹은 백년전통 강릉 초당 순두부)
두 분 모두 어제 여독이 풀리신 것 같다.
편안하게 모실려고 했지만 오랫만에 긴 여행을 하셨으니...
그래서 오늘 일정은 정동진에서 덕구온천까지만 가는 것으로 잡았는데
그냥 울산까지 가자고 하셔서 오늘도 강행군이 될 것 같다.
식당 "강릉초당두부'에 들러 순두부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덕구온천으로 향하는데 해안선을 따라 난 길 정취가 참 좋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투명해진 연두와 초록색 잎들이
애무하며 지나가는 바람결에 황홀한듯 춤추며 일렁인다.
이렇게 좋은 날에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이 아름답고 찬란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데...
운전중이라 같이 나눌 수 없는 안타까움
(물이 좋기로 소문난 덕구온천)
낙동정맥에서 조금 비껴난 응봉산(매봉산/998.5m) 계곡,
600여년 전 고려말 활과 창의 명수였던 전씨라는 사람이 20여명의 사냥꾼과
사냥을 나갔다가 상처입은 멧돼지가 계곡에서 몸을 씻고는 쏜살같이 달아나길래
계곡 주위를 살피다가 자연적으로 솟고 있는 온천수를 발견했다고 한다.
덕구온천은 자연용출온천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온천수가 솟는 주위는 협곡인데다 공간이 없어 덕구온천까지
4km 가량의 송수관을 연결하여 물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덕구계곡은 조물주가 창조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협곡으로
선녀탕, 마당소, 용소폭포, 용유대, 신선샘, 자연용출온천 분수대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절경으로서 응봉산 등산코스로도 이름난 곳이다.
원래는, 덕구온천에서 1박을 하려 했는데
그냥 울산으로 가자고 하셔서 예약을 취소하고 온천이나 하고 가려는데
지하 2층에 있는 남탕까지 깔린 그 많은 계단을 내려갈 길이 아득하여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엘리베이터로 지하 2층 욕탕입구까지 모셔준다.
요즘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을 위한 관심과 편의시설어 늘어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점심을 정말 맛나게 먹은 맛깔스런 음식점 "토담막국수")
1시에 온천을 나와 인터넷에서 본 **가든에 가니
가는 날이 장날아닌 휴무날이라 발길을 돌리고, 가는 길 내내
점심 먹을 만한 식당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울진 죽변면 중심가를 벗어나 한적한 길로 들어 서려는데
운치있는 음식점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마당에 주차시키니
집은 왜 그리 덩그렀고 계단은 또 얼마나 많고 높은지...
다시 돌아 나오려는데 장인어른께서 운동하는 셈치자며
계단을 한참이나 에둘러 오르신다.
힘들여 올라온 보람이 있다.
정갈하게 차려나온 음식이 맛깔스럽다.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운치 있어 좋았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가는 7번 국도는 참 아름답다
피서철에는 길이 메어터질 정도로 차와 사람이 범벅이 되지만
그 모두가 다 유명세를 치르는 탓이리라.
7번 국도로 바다와 함께하며 울산에 도착하니 저녁 7시
집 앞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야산보다도 더 높아보이는 계단길을 오르신다.
4층, 드디어 정상에 오르셨다.
장모님도 어제보다는 여독이 덜하신 것 같다.
둘째날 여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할 뿐
5.23(수) 셋째날
경주 나들이(불국사-보문단지-백년다원-양남해수원천온천-정자/주전해변)
오늘은 불국사와 보문단지를 거쳐
장인어른이 좋아하실 만한 찻집으로 모실 계획이다.
그 다음엔 감포쪽으로 넘어가 양남에 가서 해수온천을 하고
또 31번 해변도로로 정자를 거쳐 주전해변을 구경시켜 드리려 한다.
(옛 추령 고갯마루에 있는 백년다원)
불국사와 보문단지를 거쳐 추령 옛길로 오르니
고갯마루에 자리하고 있는 백년다원이 반긴다.
지난번 어머님과 이모님을 모시고 왔을 때 언뜻
장인어른이 오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문이 안으로 걸려있고 인기척도 없다.
오늘은 문을 열지 않은 것인가? 어쩌지...
혹시나 하여 주인을 부르니 한참 후에야 인기척이 나더니 문이 열린다.
잠시 문을 걸어 두고 산에 운동을 하러갔다 오는 길이라고 한다.
오늘 꼭 장인어른에게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찻집이었기에
안내를 해 드릴 수 있어 얼마나 다행한지
(꽃은 피었다가 말없이 지고... 대문에 걸린 걸개부터 범상치않은 百年茶苑)
(들고 계시는 문짝은 메뉴판)
(백년다원의 명차, 약차에 가까운 백년차)
(백년다원의 멋을 아는 이들이 남기고 간 감동, 흔적들...)
(28)
(29)
(30)
(31)
(32)
(33)
(34)
(37)
(38)
(이렇게..., 두 분 행복한 모습으로 만수무강하시길...)
(40)
5.24(목) 서울로 돌아 가시는 날
울산공항, 아시아나 카운터, 몇 번을 확인했지만
전동휠체어 배터리는 드라이 타입만 이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혹시나 하여 다시 물어보니 습식이 아니면 된다고 한다.
젤타입이라고 하니 항공기로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내심,
무게가 30kg이나 되는 배터리를 택배로 보낼 방법도 방법이지만
김포공항에 내려서 배터리 없는 전동휠체어 운반도 걱정이었다.
감사한 것은
김포공항에서 전동휠체어를 조립까지 해준다는 것과
다음부터는 배터리를 분리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서울까지 모셔드리지 못해 마음이 걸렸는데 정말 잘 된 일이다.
친절하게 안내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준
아시아나 정숙영씨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하여 정말 오랫만에 잘 해드리는 못해도 3박4일간의
긴 여행을 즐겁게 끝내시고 11:20분발 비행기로 서울로 가셨다.
불편하신 몸으로 여행하시느라 수고도 많으셨겠지만
이번 여행을 계기로 두 분 여행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시고
가끔 여행도 하시면서 생활의 활력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전동휠체어도 무거운 배터리를 분리하지 않고
조립된 채로 같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제주도로 모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