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마시며 원어민과 영어공부 하세요
우리 동네 여기 영어카페 '루시앤마르코 하우스'
국내외 유명 시트콤을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경이 있다. 바로 주인공들만의 ‘아지트’다. 오가다 생각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 주인장과 허물없이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곳.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친구들과 몇 시간씩 노닥거릴 수 있는 맘 편한 카페. 가끔 나에게도 그런 아지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곳을 주목하자.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정자동의 ‘Cental Peak(시트콤 프렌즈에 나왔던 뉴욕의 카페)’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루시앤마르코 하우스’. 그곳에선 맛있는 커피는 선택, 즐거운 수다는 필수, 영어는 ‘덤’이다.
▲ 영어카페 '루시앤마르코 하우스'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자유로운 영어프리토킹을 즐길 수 있다.
캐나다에서 만나 한국에서 큰일 벌인 네 친구.. 루시, 마르코, 애니&케플러
정자동 카페 거리의 화려한 풍경을 등지고 외딴 골목길로 접어들자, 작은 집 한 채(?)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메뉴판을 들고 등장하는 금발의 꽃미남 웨이터 케플러(26). ‘영어 카페’라는 걸 알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케플러는 캐나다 UBC에서 아시아문화를 전공한 친구예요. 우리 부부가 어학연수 가서 만난 선생님이죠.” 카페의 안주인 루시(이현주, 35)가 남편 마르코(최명식, 42)와 함께 캐나다로 훌쩍 떠난 건 작년 초.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수학을 가르치던 부부에겐 과감한 선택이었다. “직접 외국에 나가 영어를 배워보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에서 영어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들었고요.” 마르코 부부의 이런 생각에 현지에서 학교를 운영하던 애니(30)와 케플러가 힘을 실어주었고, 일 년 뒤 ‘함께 일해보자’는 부부의 제안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21평 남짓한 아담한 카페 내부는 네 친구가 꼬박 한 달 동안 매달려 100% 수작업으로 완성한 공간. 구석구석 서툴지만 정성 어린 손길이 가득하다. “손님들이 케플러에게 영어로 말 걸기 쉬운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부러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이 갖다놨어요. 예를 들면 벽에 걸린 시계들의 시간이 왜 각각 다른지 물어보길 원하는 마음 같은 거죠.” 평소 음식만들길 좋아하던 루시는 주방 담당. 그날그날 주인장 맘대로 만들어낸다는 음식들은 다양하고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푸근한 ‘가정식 조리법’으로 손님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4000원~8000원 선)는 핸드드립으로 무한 리필 가능하고 저녁엔 시원한 맥주(500cc 3500원 선)와 와인, 맛있는 안주(1만원 안팎)들도 맛볼 수 있다.
리딩, 컨버세이션, 씨네마 잉글리시까지… 다양한 영어 클럽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저녁마다 아이들 데리고 함께 와요. 어차피 차는 마시는 거고, 아이들은 케플러와 대화하면서 영어도 배우니까 일석이조죠. 카페 앞이 차가 안 다니는 도로라서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안성맞춤이랍니다.” 주 6회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는 단골고객, 이지선(35, 분당구 정자동)씨. 주문하는 동안 케플러와 주고받는 대화가 자연스럽다. “비싼 돈 주고 학원에 가도 정작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할 시간은 많지 않잖아요. 하지만 여기선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니까 참 좋네요.” 요일별로 달라지는 영어 프로그램에 맞춰 카페를 찾는다는 김정연(43, 분당구 구미동)씨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씨네마 잉글리시 클럽’이 가장 재밌단다. 마르코가 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리딩 클럽), 수(컨버세이션 클럽), 목(씨네마 잉글리시 클럽), 금(드라마 잉글리시 클럽), 토(펍 나잇 클럽)요일까지 매일 밤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영어 클럽은 놀랍게도 모두 무료. 그 시간대에 카페를 찾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카페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손님들에 한해서 15% 파격 할인을 해주는 ‘펍 나잇 클럽’은 인근 영어 학원 선생님들과 유학생, 교포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인원수에 관계없이 한 시간당 5만원만 지불하면 음료 5잔과 ‘프리 토킹 컨버세이션’을 제공받게 되는 패키지 프로그램(5명 미만이 참석할 경우, 남는 음료는 무료 쿠폰으로 교환) 역시 자녀를 둔 30~40대 주부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케플러와 대화하길 바랐는데 손님들이 너무 어색해하시더라고요. 사실 한국에선 이런 시스템이 아직 낯설잖아요. 어쩔 수 없이 기본 틀만 잡아놓았을 뿐 나머지는 손님들 스스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루시의 말이다.
새벽마다 영어 학원을 다니고, 매일 아침 더 나은 영어 카페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꿈들을 공유한다는 루시앤마르코 하우스 가족들. 시작은 영어로 했지만 그 끝은 영어만이 아니란다. “이곳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마추어 사진작가나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언제고 전시해놓을 수 있도록 카페 벽도 일부러 흰색으로 통일했는걸요.”
‘돈을 따르는 삶’보다는 ‘돈이 따르는 삶’을 살고 싶다는 루시와 마르코 부부. 이들 부부의 행복한 집은 연중무휴, 일 년 열두 달 오픈되어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찾아가보자.
Plus info
위치: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8-3호 월드 플라자 109호
운영시간: 오전 9시~자정
주차시설: 월드 플라자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
문의: 031-717-2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