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으로 35도를 웃도는 찌는 듯한 불볕 더위속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불쾌지수는 최고조로 달하고 서로서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고함소리에 아마도 지옥이 따로 없지 않나 싶을 정도의 무더운 날씨
새들은 무엇이 저리 좋은지 새벽부터 나의 단잠을 깨웁니다.
오토바이 날라 다니는 소리 앞집 똘이의 기침소리 똘이는 소문에 의하면
폐질환에 걸렸다고 합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폐가 나빠져 한달째 가시걸린 사람마냥
캑캑 하면서 돌아다니니 조금 불쌍해 보입니다. 다행히도 삼복더위를 넘겨
한해를 더 살게 되었답니다.
새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그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오늘은 저집에 차가 있는것을 보니
아마 출근도 안하고 땡땡이 치는 모양이다.
우리도 더운데 몸집 큰 인간들이야 오죽 할라고 하면서, 뜰에다 베어놓은
참깨 뭉치보고 호시 탐탐 기회 엿보며 톡톡 알맹이라도 나오면 다 물어다
겨울 양식할 궁리 하느라고 저리도 떠들어 대는지 모르겠어요.
똥개 한마리 키우는데 새들이 다 참깨 쪼아먹기라도 하면 저놈 팔아다가
옷 사 입어야지. 집도 잘 못지키는 강아지는 강아지가 아닙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제 할일 다 할때
가치가 있는것이지요.
혹부리 형님 아들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결혼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쉬려고 하는데 오늘 결혼식에 가라는 말에
생각이 나서 시간 맞추어 차를 가지고 예식장으로 향하는데
아! 신경질 나라 왜 하필이면 이 더운날에 결혼식이야 결혼식은...........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365일 시원하고 눈 오는 날도 비오는 날도 많은데 왜
푹푹 찌는 날, 나좀 편히 쉬고 싶은날 결혼식을 하냐구요.
안갈수도 없죠 동네 사람 결혼식날은 과부 땡빚을 내서라도 가야 한답니다.
과부 땡빚이 뭘까요?
경상도 사투리죠 아무리 돈이 없고 가난하더라도 쓸데는 써야 한다는 말인가봅니다.
결혼식장은 또 왜 그리뭔지 가면서 계속 물어보고 차를 운전하여 갔습니다.
드넓은 주차장엔 차도 별로 없고 여름에 결혼식 하는 사람이 몇 안되는 모양입니다.
결혼식장도 두리번 두리번 1층에서 부터 3층까지 내 알바가 없죠.
이름 하나 하나 기억하지 못하니 이웃 사람들이 어디있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집 잃은 망아지 마냥 기웃거리다 찾아가 보니 축의금 정리를 하고 일어나는 중이었습니다.
다들 일찍도 찾아온 모양입니다.
이웃집 아줌마들 찾아가서 까~~~꿍 하고 놀래 주었죠.
열심히 귀 기울여 듣는 주례사 아들딸 삼남매 이상은 꼭 낳으랍니다.
인구가 줄어들어 요즘 많이들 안낳아서 경제 인구가 모자란다고 많이 낳아야
효도하는 길이요 애국하는 길이랍니다.
뒤돌아 서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신랑 눈에 눈물이 비칩니다.
어! 왜 울지 그제서야 내 눈은 혹부리 형님을 찾아보았습니다.
양가 부모님 자리엔 고모 내외분이 앉아 계시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삼년전에 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 얼굴모습이 괴물같으니
많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시지 않고 집에 계시나 봅니다.
아들 눈에 눈물이 날수 밖에요.
왜 형님 안왔데요. 물어보니 가자고 아무리 그래도 못 가겠다고 아들 결혼식에
부모가 가야지 안가면 평생 한 맺히지 않겠냐고 해도 안가겠다고 하는 그 심정이
오죽 하랴만 동네 사람들 모두가 울었답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지요. 주변에는 심신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얼굴이 흉칙하다 하여 자식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혹부리 형님은 아침부터
서글픈 마음에 술만 마시더랍니다.
불쌍한 혹부리 형님 다음 생애는 선녀같은 고우신 모습으로 태어나서 이생에서
못다한 여행 놀이 하고 싶은 모든것 맘껏 누리고 사시길 기원합니다.
부페 식당으로 향하였습니다.
형님 아우님 아주버님 모두가 일가친척인 고씨 집성촌엔 마을의 우환이나 경사가 있는 날엔
모두가 한가족이 되어 움직인답니다.
도심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랍니다.
점심식사를 다 마쳐도 관광버스 올 시간이 한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답니다.
난 차를 가지고 갔으니 이웃집 아줌마들 우르르 내게 몰려옵니다.
차가 봉고차도 아니고 승용차인데 쉿! 쉿! 누군 태워주고 누군 안태워 주면 참으로 난감하죠.
그때 내 심정 아이고 차라리 나도 관광버스 타고 올것을 했답니다.
여섯명이 승차를 하니 아뿔사 이번에는 풍기 인견공장에 가자고 합니다.
여름 다 지나가는데 왜 풍기는??
거기 가면 이불에 팬티에 온갖 여름옷이 많이 싸니 풍기가자고 살살 나를 꼬드깁니다.
집에 애 아빠 있는데 몇시간 후에 가면 혼나는데 나 서방 시집살이 하는것 모르는 모양입네
갈테니 각자 오천원씩 차비내요.
난 가고 싶은마음 하나도 없으니 차비 내라고 할수밖에
그래 그래 줄테니 가자 응
싫어 안가. 내가 뭐 운전기사야 나 풍기까지 안가 그럼 우리 점촌가서 아씨방 찾아가자
거기가면 인견 옷 많이 판다고 하네.
그럽시다. 점촌으로 오긴 했는데 이 아줌씨들이 또 길을 여기 저기 모르는기라..
아이고 급한 내 성미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데 그래도 형님들인데 참아야지
관세음 보살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에어콘 쎄게 틀어놓고 마트에 차를 주차시키고
각자 아씨방 찾아 나섰다.
중앙시장 맞은편에 있었다. 쉽게 찾는것을 이리 저리 헤메고 다녔으니
우리 시골 아지매들 천진 난만하기도 하여라.
여섯명이 몰려가니 주인 입이 귀에 걸린다.
내가 풍기가자고 하는걸 예까지 모셔왔으니 많이 싸게 해 주십시요.
원피스 투피스 볼레로 바지 팬티 나시 없는것 빼고는 몽땅 준비한 가계
얼마나 시원하길래 저토록 인견, 인견 초여름부터 노래를 부를까 하고 난도 원피스를 하나 사서 이것 저것 입어보고 패션쇼를 하니 그중에 제일 어울리는것을 샀다
작년 여름에 신던 구두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몇날 며칠을 찾아봐도 꼭꼭 숨어버린 구두
엿장수가 가져갈리도 없고 수박장수도 아닐테고 방물장수는 더욱더 아닐텐데.....
앞집 똘이가 나 미워서 물어다 시냇물에 빠뜨렸까?
싶을 정도로 내 여름구두 두 켤레가 사라졌으니 구두도 사야하고 바빴다.
두시간 넘게 아씨방에 아줌씨들 데려다 놓고 난 볼일을 다보고 난 후에
아씨방을 찾아가니,돈 없다는 시골 아줌씨들이 옷들을 많이도 샀다.
그것도 외상으로 난 사장한테 잊어버리고 내년 가을에 주면 어쩔려고 외상으로 줘요.
하니 두 내외가 빙그레 웃는다.
얼굴 인상들 보니 외상값 떼먹고 살 사람들은 아닌가 보다.
차에 타서 누가 얼마나 샀나 하고 총 계산을 하고 보니 50만원어치
그 가계 오늘 기사 잘 맞나 땡 잡았네 내가 풍기갔으면 팔지도 못할 물건인데
내일은 가서 나도 시원한 팬티 하나 거저 달라고 해 봐야지.ㅎㅎㅎㅎㅎㅎㅎ
팬티가 너무 시원하다고 말들을 많이 하니
예식장으로 향한 발길이 무거웠는데 오는길은 가벼운 마음으로 인견같이 부드럽고
화사한 천으로 몸에 안달라 붙으며 적당한 선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날수 있는 고마운 이웃들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즐거웠다.
아무리 물건값이 싸다고 하여 장시간 차를 운전하여 간다면 그건 연료비 낭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내 생각이 때로는 싫기도 하지만 현실에 맞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 가끔 피곤할때도 있다.
첫댓글 삶의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정말 그렇네요...우리네 삶의 모습을 한눈으로 보고있습니다....//....미리내님 지난 여름 무더위 힘들었지요..누구나 덥다고 하시니까요...^^....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