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텀벙은 못생긴 생선의 대명사격인 아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조업 중에 아귀가 잡히면 못생긴 모습을 보곤 재수 없다며 도로 바닷물에 텀벙 던져 버렸답니다. 그래서 붙게 된 이름이 물텀벙이라는 전설 따라 삼천리스런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못먹을 생선 취급을 받던 물텀벙(이하 아귀)이 오늘날에 전국구 식재료가 된 것은 아마도 수도권 아귓찜집의 원조라 여겨지는 ‘성진물텀벙’이란 식당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72년 인천의 용현동에서 개업을 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장 45년간 아귀찜전문점을 개척하고 선두에서 이끌었으니 말입니다.
성진물텀벙의 성공에 힘입어 용현동 거리에는 물텀벙집이 점차 늘어 한 때는 20여곳 이상이 영업을 했었답니다. 이에 1999년 인천시는 용현동 일대를 ‘물텀벙특화음식거리‘로 지정하였습니다. 헌데 작금에 이르러서는 손님들로 넘쳐나던 물텀벙거리가 쇠퇴하여 4곳 정도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합니다.
아귓찜
서울의 강남구 신사동이나 종로구 낙원동에도 아귓찜으로 특화된 거리가 있습니다. 갑판장도 소싯적엔 낙원동에 꽤나 들락거리며 아귓찜을 안주삼아 두꺼비를 여러 마리 잡았었습니다. 당시의 낙원동 아귓찜은 워낙에 푸짐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었기에 일행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양껏 먹을 수 있는 꽤나 행복한 안줏감이었습니다.
아귀껍질
쫀득쫀득 야들야들한 껍질, 폭신 촉촉한 살점, 아삭아삭한 콩나물, 매콤 걸죽한 소스, 간간히 얻어 걸리는 바닷내를 한가득 머금고 있는 오만둥이(또는 미더덕)까지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모자름이 없이 환상의 팀웍을 갖춘 아귓찜이야말로 절로 소주를 찾게 하는 마력이 넘치는 안줏감입니다.
아귀밥통
갑판장이 특히 선호하는 부위는 쫄탱쫄탱한 저작감이 일품인 밥통입니다. 활아귀나 선도가 좋은 생아귀일 때는 고소함의 절정체인 아귀간도 기대해 봄직 하지만 대개의 경우 아귀간은 해체과정에서 아예 따로 빼내어 별도로 처리됩니다.
생아구수육과 복국/김해식당, 부산
갑판장이 최근 10년 내에 다녔던 아귓집 중 으뜸은 부산 자갈치시장 근처에 있는 김해식당입니다. 이 집의 생아귀수육은 콩나물과 함께 뻘겋게 무쳐내는 얼큰한 아귓찜에 비해 백숙으로 나옴에도 가격이 거의 두 배에 육박할 만큼 비쌉니다. 하지만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맛을 보장하기에 부산에 가면 꼭 들리고 싶은 식당 중 한 곳입니다. 아귀의 밥통은 물론이고 간까지 아귀 한 마리가 고스란히 나오기에 온전히 아귀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볶음밥+남은 소스
두 번째는 단연 강구막회의 아귓찜입니다만 안타깝게도 메뉴판에 올리지 않은 식구용 메뉴이기에 여러분들이 맛보실 순 없습니다. 수시로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락거리는 갑판장이 직접 아귀를 선별해와 선장님의 솜씨로 갑판장의 입맛에 맞춰 조리를 해주니 아니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 순위부터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갑판장이 원하는 아귀의 맛은 이미 앞서 언급했던 두 집에서 다 취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언급하는 집은 가성비에 치중하겠습니다. 가성비에는 가격뿐만이 아니라 갑판장을 기준으로 한 접근성도 포함됩니다.
아귀껍질
서대문아구찜은 갑판장의 어머님댁(새절역 인근)에서 접근성이 좋은 식당입니다. 서대문구청 인근에 있는 이 집의 특징은 아귀의 존재감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아귓찜인지 콩나물찜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흔한데 서대문아구찜에선 아귀가 확실히 주인공입니다. 콩나물은 다만 거들 뿐... 아귓탕도 훌륭하다는 첩보도 있습니다.
일진아구찜/신대방동, 서울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근처에 있는 일진아구찜은 아귓찜의 매운 정도와 아귀부위를 지정해서 주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매운 정도는 보통, 약간 얼큰, 얼큰, 얼큰+ 중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도 그러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갑판장이 마지막으로 갔었을 때(2014년)는 주문 시에 껍질이나 내장을 많이 달라고 하면 그리 해주었습니다. 부침개, 청포묵, 오징어초무침, 사라다, 연두부, 미역냉국 등 반찬들도 전부 손이 가는 것들로 내주기에 아귓찜이 나오기 전까지 소주 한 병은 그냥 비울 수 있습니다.
아귓찜/대복집, 독산동
가장 최근에 방문한 아귓찝집은 독산1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대복집입니다. 이 집은 갑판장의 서식지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습니다. 추리닝 바람에 딸딸이 끌고 설렁설렁 걸어가도 10분 이내로 방석 깔고 앉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진입장벽 마저도 가장 낮습니다. 대복집이란 상호에서 감이 오듯이 복요리를 주로 하고 싶은 집이라 복요리의 가격은 시내평균치인데 비해 미끼상품격인 아귓찜(대)의 가격은 2만원으로 저렴합니다. 갑판장 처럼 건장한 남성이라면 둘이서 안주겸 식사로 먹기에 딱 좋은 양입니다. (잘 먹는)성인 남자 1명+(깨작거리는)성인 여자 2명으로 구성된 갑판장네 가족이라면 그냥 아귓찜(대) 하나에 공깃밥 1~2 공기+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이면 만족스럽습니다.
아귀밥통 해체 전(위) 후(아래)/대복집, 독산동
대복집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진입장벽(가격)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꽤 먹을 만한 아귓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격을 감안하면 먼 바다에서 온 냉동아귀를 썼음직 한데 살점의 식감이 푸석거리거나 퍽퍽하지 않고 오히려 촉촉합니다. 또 따로 요구를 안 했음에도 갑판장이 선호하는 부위인 껍질이 아쉽지 않게 들어 있었습니다. 더 기쁜 소식은 밥통도 한 덩이 들어 있었다는 겁니다.
대복집 아귓찜 소스의 맛이 특이한데 시뻘건 색깔에 비해 매운 맛이 약합니다. 숟가락으로 흥건한 소스를 거푸 떠먹어도 처음에만 미세하게 아릴뿐 혀를 내밀거나 물을 찾을 만한 매운 기운은 그닥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아귀밥통을 콩나물 밑에 깔아놓고 먹지는 맙시다. 또 그러면 삐질테닷!
첫댓글 밑장깔기 하면 생각나는 그분이 있지요 ㅋㅋㅋ ,,, 삼천포가서 아귀를 드셔도,,,,쩝,,,
그 분이 닭내장을 드실 땐 닭식도를 밑장 깐다는 목격담도 있습니다. ㅋ
낙원동 아뀌찜...밥통 많이 ㅎㅎ
인근에 있으면 간간히 강구막회표 생대구내장많이탕을 맛볼 수도 있을텐데..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