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발효음식 중의 하나이며,
우리민족 음식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김치와 각종 장은
고구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선 음식문화의 발전은 그릇(토기)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는데,
우리가 이미 배워 알고 있듯이 3세기경 부터 고구려는 전형적인 우리 그릇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따라서 이러한 그릇의 발전에 비례하여 음식문화도 고구려 시대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된다.
고구려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김치는 고추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였으며,
임진왜란때 왜군들에 의해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오늘날의 김치가 완성되었다.
소금물에 메주를 담가 몇 달 또는 몇 년씩 보관하게 되면, 완전히 발효된 간장을 얻을 수 있는데,
이 간장에 고기를 절여 불에 구워먹는 음식인 불고기도 이 때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조선간장이다.
이렇게 조선간장은 수 천년을 내려온 우리 음식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발효식품인데,
그 맛이 투박하고 거칠며 짭쪼름한 자연 그대로의 깊은 맛을 낸다.
본격적인 근대화가 이루어지던 6-70년대 우리가 '외간장'이라 부르던 양조간장이 들어오게 되는데,
양조간장은 세련되고 부드러우며 달짝지근한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뒤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어린시절 비료푸대나 구멍난 고무신과 바꿔먹던 냉동식 아이스크림인 '께끼'가
크림식 아이스크림으로 대표되는 '브라보 콘'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사라져갔던 것처럼...
정읍남초 4학년때 쯤이었을까.
어느 봄날 어머니 한테서 군것질 할 용돈을 뜯어낼 요량으로,
그 날도 반쯤 열린 정지 바라지 문짝에 기대어 떼를 쓰고 있었다.
아침을 바쁘게 준비하시던 어머니께서 혹시라도 부지갱이를 들고 쫓아 오시기라도 하면,
냅다 도망을 쳐야하니 정지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반쯤 우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떼를 쓰던중,
그 동안 전혀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조심조심 사용하시는 것을 보았다.
' 저건 뭐지? ' 순식간에 떼쓰기는 잊어버린채 호기심이 발동했고,
잠시 어머니께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맛을 보았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서 아침 준비를 끝내고 나가시자마자
찬장이며, 살강을 뒤져 잘 감춰뒀던 양조간장을 찾아내 양판 가득 밥을 비볐다.
여지껏 맛보지 못한 달콤하고 세련된 맛에 매료되어 간장에 비빈 밥을 먹다보니,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큰 일이다. 당고개를 넘어가려면 빨리 가야하는데" 하면서도
너무 밥을 많이 비벼서 다 먹을 수가 없었다.
하여 배도 부르고, 학교에 갔다오는 사이에 동생이 먹어버릴까 걱정도 되고해서,
정짓방 구석에 잘 숨겨두고서, 서둘러 학교로 출발했다.
그러나 수업시간 내내 양조간장에 비벼둔 맛있는 밥 생각에
선생님의 말씀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학교가 파하기만 기다리다, 끝나자 마자 단숨에 당고개를 넘어 집으로 달려와
온 정짓방을 다 뒤졌는데 감춰둔 밥은 사라리고 없었고,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목을 놓아 울어버렸다.
내가 목을 놓아 우는 이유를 모르셨던 어머니께서 자초지종을 아시고,
아침식사 후에 정짓간을 정리하시다, 그 문제의 밥을 발견하시고
양조간장에 비빈 밥은 쉽게 쉬어버리는데, 그대로 두면 못 먹게 될까봐 드셨다 하신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그 날 하루종일 양조간장에 비벼놓은 밥 생각에
마른 침을 삼키며 애타게 수업이 끝나기만 기다리던 어린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입맛을 자극하지만 쉽게 쉬어버리는 양조간장 보다는,
투박하면서 거칠지만 깊고 오랜 여운을 남기는 조선간장이 더 생각이 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 친구들 모두 조선간장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멋진 친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첫댓글 와~ 정말 옛생각이 절로난다. 역시 국행이는 조선간장같은 깊은 멋이 있는 친구여~ 그옛날 짐빠리 자전거에 하얀말통(간장통)을 양옆에걸고 간~~장 간~~장하고 간장파는 아저씨도 생각이난다 우리는 대병으로도 사먹었는데..
국형이가 조선간장 비유를 지대로 했다 ~ 근디 국형아 엄마아니였으면 넌 그때 배탈났었겠다 ..ㅋㅋ
국형이 기억력은 알아 줘야혀!! 잘 봤다. 울엄마 생각도 살짝 날뻔 했다. 나 냇글 달았다..
우리집엔 장독대에 간장담가 먹엇는데.. 기억난다.. 불지펴서 간장 맹글엇는디.. 지금도 잇다.. 이번에 가서 챙겨야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