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대강절 첫째주간 목요일 – 달리다굼, 소녀야 일어나라
말씀제목
달리다굼, 소녀야 일어나라
성경말씀 마가복음 5장 41절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르시되 달리다굼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하심이라
묵상본문
법정 공방으로 올 한 해 신문 지면을 장식한 사건이 있습니다. 사건 자체는 작년 12월에 일어났죠.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강절 기간이었습니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 몸무게가 7kg이라니! 이미 죽은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온 엄마도 이상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두개골 골절과 경막하출혈. 그런데 다른 시기에 일어난 뇌출혈의 흔적이 더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가을이’라는 가명으로 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아이가 살아 있을 적 32개월 즈음에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건강하고 통통한데다 눈빛도 매우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2년도 채 안된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가을이 엄마는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가출했다고 합니다. 막내인 가을이에게까지 손을 대는 모습에 아이를 ‘살리려고’ 감행한 탈출이었다고요. 이후 우연히 알게 된 최씨 부부와 기형적 동거를 하게 되었는데, ‘기형적’이라고 한 이유는 그들이 동거의 조건으로 가을이 엄마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는 방치되고 폭력에 노출되었으며, 죽기 6개월 전부터 소화가 어려운 몸이 되었습니다. 분유 탄 물에 밥을 말아 하루 한두 끼만 먹었는데, 그마저도 자주 토해냈다고 합니다.
탄식이 나옵니다. 가을이를 살리려고 집을 나온 엄마가 결국 가을이를 죽이는 다른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수님처럼 “소녀야 일어나라!”라고, 그렇게 생명을 살릴 힘이 제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사를 읽으며, 제가 갖지 못한 치유의 은사가 간절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에게 죽을 아이를 살릴 힘은 없어도, 죽지 않고 살아가게 할 힘은 있지 않을까!’
해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요? 이 땅의 ‘가을이들’이 일어나고 걷고 뛸 수 있도록 다시 건강하고 통통하고 초롱초롱 눈이 빛날 수 있도록, 우리는 당장 무언가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교회가 지역의 ‘응급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밤이 되면 어디든 보이는 십자가가 이제는 구원의 상징에서 실제가 될 수 있다고요. 되어야 한다고요. 뛰어 들어가면 사는 곳!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구하면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지역에 맞는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겠지요. 자신조차 살려낼 수 없는 엄마가 죽은 아이를 품에 안고 망연자실 병원 응급실로 뛰어들기 전에,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교회이길 바랍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생명을 살리는 곳이면, 성스럽습니다. 2000년 전 아기 예수님이 누우셨던 저 마굿간 말구유처럼요. 이 땅에서 교회가 영혼 구원만을 위한 ‘죄 관리센터’가 아니라, 육신의 호흡과 생명도 지키고 일으켜내는 ‘생명의 공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묵상기도
하나님, 당신께서 귀하게 불어 넣어주신 생명의 호흡을 지키게 하옵소서. 교회가 어리고 여리고 연약한 생명을 건져내고 살리어 건강하게 돌려보내는 생명의 공간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