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부부의 하루
25년 새해 첫날 아침, 송구헌신예배로 늦잠 들었다 눈을 뜨니, 역마살 남편 '빨리 준비하고 가자' 한다. 어제 이미 말이 나와 '저는 못 가요! 책도 봐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했건만... 재차 서두르는 말에 어찌 토를 달 수 있겠는가? 착하고 순한 정이는 못 이기는 척 아무말 없이 서둘러 준비하니, 얼굴이 환해지는 남편을 보며 눈을 흘긴다. 먹기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물, 사과, 곶감 두 개를 챙겨 서둘러 차에 오른다.
세종-안성 오늘 개통한 29번 고속도로를 탄다. 역마살 남편은 새로 개통하는 도로는 꼭 가보려 한다.
얼마 전에도 포천~ 남양주 조안 수도권 제2 순환 고속도로 개통 때도 갔었다...
새롭게 개통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노면이 매끄럽고 경관이 상쾌하다. 남한산성 터널에 들어서니 8.4킬로 길이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란다. 시멘트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싫지 않게 느껴진다. 새로 생긴 처인 휴게소를 지나 용인-오포 구간을 지나, 인천 서해안으로 이동하니 어느새 열두 시 반이 지난다. 소래포구에서 모둠 생선구이 2인분을 시킨다. 담백한 생선 위주로 네 가지를 선택해 가자미, 조기, 청어, 열기 따끈따끈하게 다시 구워 먹는 맛이란? 미역국이랑 도라지 무침, 해초무침, 콩나물, 오징어젓갈, 배추김치, 반찬도 푸짐하다. 포만감으로 기분 좋아,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나온다. 소래포구 어시장을 한 바뀌 돌아 계단으로 언덕에 올라, 옛 철도 위에서 서해 바다를 내려다보니 물이 다 빠진 갯벌은, 갈매기들의 창고로 여기저기 무리 지어 포식한다. 포만감으로 날아오르는 갈매기는 끼룩끼룩 목소리 드높이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경치 좋고 분위기 있는, 커피 생각에 바닷가로 달려,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송도 해변에 이르니, 따듯하게 옷 입혀 나온 애완견이 눈길을 끈다. 엄마한테 힘껏 달려가 안기고는 다시 아빠한테 달려간다. 가족 단위로 나온 여행객이 곳곳에 보이니, 우리나라는 효친 사상으로 아직도 부모를 잘 섬기는구나. 커피숍에 이르니 커피 향과 향기로운 빵 냄새가 가득하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가족을 바라보며, 우리나라는 역시 동방 예의지국이구나 싶어 흐뭇하다. 이런 사소한 모습들이 나라가 어수선하고 혼란한 가운데서도 희망을 주며 기분 좋게 한다. 역마살 남편은 70대 후반이지만 거침없이 커피 출력 계산하고 빵도 계산한다. 배가 부른데도 빵 맛은 어찌 그리 맛나던지 정이는 오늘 하루 일상이 남부럽지 않고 행복하고 푸근하다. 젊은이들 속에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가 여행을 즐기니, "우린 행복한 부부지요? 하며 손바닥 맞춤하며" 마주 보고 웃는다.
작은 아들한테 폰이 와 아들, 큰 손자, 손 녀, 며느리에 이르기까지 각각 엄마!, 변성기를 지난 굵직한 목소리 할머니!, 여리고 앳된 목소리 할머니!, 가냘프지만 묵직한 어머니! 하며 다정하게 불러주는 며느리, 그들의 목소리가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 하하하 웃음이 폭발하며 모두 반기니, 아들 하는 말 "목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좋아?" 한다. '그래 좋고 말고!' 모두 힘내서 각각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건강하거라!' 축복을 빌어준다. 두 시누의 와 함께 하는 4 톡 방에도 문자가 들어와, 신년인사하니, '건강과 함께 행복하세요!' 나 또한 문자를 보낸다. 큰아들도 질세라 새해 인사 폰 오니, 하루 해는 짧고, 서쪽 하늘과 강가에 붉은 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시댁 식구, 형제자매와 두 아들 가정 가정이, 복되고 강건하며, 행복하고 보람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