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모래밭에 어린 양배추 모종을 심었다. 양배추가 잘 자라 주기를 간절하게 그리며 어린 모종을 메마른 모래땅에 심었다. 내가 손수 만든 퇴비로 밑거름을 주었지만 과연 이 모래땅에서 양배추가 잘 자라줄까? 나는 어린묘목에 풀을 덮어주며, 바가지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천천히 물을 주었다.
그리고 금년 봄에 심었던 양배추가 결구되지 않았던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어린 묘목 위에 한랭사를 씌웠다. 봄에 심었던 양배추는 배추벌레가 끝까지 갉아먹는 바람에 결구는커녕 배추 잎 하나도 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약을 일체 하지 않고 양배추를 재배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양배추는 배추벌레의 산실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각종 벌레들이 들끓는다. 그만큼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래도 농약을 일체 하지 않는 나는 이번에는 비싼 한랭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구입하고 마치 신부에게 면사포를 씌우듯 어린 묘목에 한랭사를 정성스럽게 덮어 주었다.
다행히 양배추는 무럭무럭 자라나 주었다. 물론 한랭사를 덮어 주었다고 해서 전혀 배추벌레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배추흰나비들은 교모하게 망사를 뚫고 들어가 알을 까고 나서 장렬하게 순교를 했다. 알을 낳고 미처 망사를 뚫고 나오지 못한 나비들이 그 자리에서 죽어간 것이다.
때로는 망사 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나비를 발견하면 방생을 하여주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나비들은 배추애벌레를 생산하여 양배추를 먹어치우기도 하지만, 꽃들에게 수분을 하여 인간에게 갖가지 양식을 주는 이로운 생명체다.
다행히 양배추는 무더운 7~8월의 날씨를 잘 견디며 면사포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8월 말 일경부터 결구를 하기 시작하더니 9월에 들어서는 제법 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9월 15일 경 나는 면사포를 벗기고 손수 만든 깻묵 퇴비로 추비를 주었다. 깻묵과 왕겨를 섞어 발효를 시킨 퇴비인데 냄새는 지독하지만 양배추에게 영양을 공급하기에는 그만이다.
10월이 되자 양배추 포기는 단단해지기 시작하며 마지막 결구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놀라울 만큼 커진 양배추는 손으로 눌러 보아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결구되어 갔다.
10월 23일 나는 양배추 한포기를 잘라 수확을 해보았다. 양배추 포기가 어찌나 큰지 한손으로 들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저울에 달아보니 무려 10kg이나 나갔다. 내가 보기에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양배추 한 포기를 아내에게 안겨주었더니 아내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와아, 이렇게나 컸어요! 정말 이건 대박인데요?"
"그러게 말이요. 너무나 고맙지 않소? 모래땅에서 이렇게 자라주다니…"
자연이란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어린 양배추 모종은 바람과 물, 햇빛을 받으며 인간에게 맛있고 영양이 듬뿍 든 자신의 몸을 통째로 내주고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우리는 며칠에 한 포기씩 양배추를 캐내어 생채로, 쌈으로, 즙으로, 샐러드로, 된장국으로… 다양한 요리를 해먹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양배추는 비타민,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하고, 저열량 저지방 식품으로 식이섬유소 함량이 많아서 포만감을 주어 식사량을 줄여주므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아직 우리 집 모래밭에는 양배추 20여포기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낸 송으로 양배추를 직접 길러서 먹는 맛은 각별하다. 유기물이 듬뿍 든 모래땅에는 지렁이가 기어 다니고, 그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두더지들이 터널을 판다.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 두더지가 파놓은 구멍을 발로 밟아가며 정성을 기울여 키운 양배추를 혀끝으로 느껴보는 감동이란 길러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각별한 맛이다.
타임지 선정 건강장수 3대 식품... 양배추의 효능
1940년 미국의 스탄호트 대학 의학부 가네트 체니 박사가 ‘신선한 양배추는 자연적인 항궤양 식품’이라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의 실험에 의하면 궤양이 생긴 실험동물에게 양배추 즙을 한 방울 정도 주었더니 위궤양이 완치되었다고 한다.
양배추는 타임지가 발표한 세계3대 장수 식품 중의 하나다. 양배추는 십자화과 채소로 당근 등과 함께 비타민 A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꼽힌다. 특히 양배추는 오래전부터 위장질환에 좋은 음식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하루 950㎖ 정도의 양배추 즙을 매일 먹으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 U가 위장 점막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점막을 보호 및 강화한다. 또한 비타민 K가 함유돼 염증으로 인한 출혈이 있을 경우 지혈작용을 해 위궤양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을 준다.
양배추는 체내 해독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설포라판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는 위염을 유발하는 고질적 세균인 헬리코박터균을 퇴치한다. 또한 양배추에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해독의 주요 역할을 한다.(2014.8.12. 머니투데이 기사 ‘현대인의 위장병, 세계 3대 장수식품 '양배추'로…효능은?’ 참조)
양배추 등의 담색채소 즙은 백혈구의 작용을 활성화해 TNF의 분비를 촉진한다. 혈액 속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TNF(Tumor Neocrosis Factor, 사이토카인의 일종으로 종양괴사인자)에는 암세포를 박멸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항산화작용을 하는 β-카로틴과 비타민 C, 대장암을 예방하는 식이섬유, 유전자 손상을 방지하는 클로로필 외에 스테롤, 인돌-3-카비놀 같은 항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양배추의 노란색을 만들어내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몸속에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A로 재합성돼 피부 세포의 노화를 예방해준다. 높은 수분 함량과 풍부한 식물성 섬유는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며 피부 미용에도 탁월한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양배추의 열량은 100g당 19㎉로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단 갑상선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라면 양배추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양배추 섭취방법
양배추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익히면 무기질, 단백질, 탄수화물 등이 많이 손실되고 유황이라는 성분이 휘발성으로 변해 맛이 없어진다. 클로로필과 비타민류도 열에 약해 파괴되기 쉽다. 하지만 데치거나 볶아 먹는 것이 맛도 좋고 먹기도 편해 조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양배추를 익힐 때는 되도록 재빨리 살짝 데쳐서 비타민 C의 손실을 줄이도록 한다. 흔히 양배추를 다듬을 때 푸른 잎과 심을 잘라버리는데 이것은 약 봉지에서 약은 꺼내고 봉지만을 먹는 격이다. 영양가가 가장 많은 부분이므로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양배추 즙 맛있게 섭취하는 법
양배추 즙은 설포라판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이런 경우에 신선한 양배추의 녹색 잎사귀를 토마토, 파인애플, 포도 등과 함께 녹즙기나 강판으로 갈아 마시면 맛과 영양을 더 좋게 할 수 있다.
☞요구르트 양배추 샐러드
1. 양배추는 아주 곱게 4㎝ 길이로 채 썰어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다.
2. 당근과 양파도 양배추와 같은 길이로 채 썰어 준비한다.
3. 준비된 볼에 양배추, 당근, 양파와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고 후추와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춰 버무린다.
양배추 보관법
바깥쪽 잎을 2∼3장 떼어놓고 바깥쪽 잎으로 싸서 보관하면 마르거나 변색되지 않는다. 또 양배추는 잎보다 줄기가 먼저 썩는 성질이 있으므로, 칼로 줄기를 잘라낸 후 물에 적신 키친타월을 잘라낸 부분에 넣어 두면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
첫댓글
와우 10킬로 양배추라~ 성공하셨네요. 정성을 들이시더니...축하드려요!!
저는 80년대 초 배추가 없는 미국 산골에서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먹곤 했는데
그 때를 추억하며 어제도 양배추김치를 담갔습니다. 익어도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용도로 먹을 수 있지요^^
@찰라 최오균 양배추 김치라 하니 새댁일 때가 생각나 혼자 웃습니다. 집에서 먹어 봤던 양배추 김치 생각나서 김치를 담았더니 고춧가루가 마치 벽돌 갈아 으깬것 마냥 시멘트 처럼 양배추에 덕지덕지. 새신랑 남편은 그것도 맛있다며 잘 먹던데 아마도 립서비스였겠죠. 전 도저히 못 먹겠던데. 엄마가 해주던 양배추 김치가 그리 생기진 않았거든요. 맛있다에 홀딱 속아서 그 이후로 요리책 보고 이것저것 다 해보던 때가 옛날옛적이로군요.
왕대박 양배추 들다가 허리 부러지실라 조심 해야겠어요. 양배추 많이 먹고 싶은데 요리법 다양하게 몰라 한 통 사도 오래 가요. 새로운 방법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한손으로 들 수 없어요
아침에 각하가 야채 믹스를 매일 올립니다.
레시피는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등을 썰어 섞어서 후라이팬에 살짝 튀겨 먹는 맛이 그만입니다.
질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어요^^
@찰라 최오균 요거 괜찮네요. 내일 아침에 해봐야겠어요. 튀기는게 아니라 볶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