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더위(??)가 물러가고,
드디어 겨울이 온다는 소식이...
그래서,
가장 추운 날에,
오대산을 즐기려고 합니다.
원래는,
설악산을 가려했으나...
서울은 폭우가 내리고,
설악에는 폭설로 인해,
등산로가 모두 폐쇄됨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오대산으로 발길을...
다른 이유는,
가장 추운 곳이면서,
대중교통이 편리한 장소라서...
그래서,
아침 7시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대산이 있는 진부역으로 갑니다.
7시 기차를 타면,
8시 50분에 진부역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서,
기차가 10분 연착해서,
9시 차를 타고 상원사로 가는데...
기차가 늦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상원사행 전용버스에 탑승을...
나뿐인 버스는,
40분을 달려서 상원사에 왔는데...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면,
역에서 먹을 것을 구매한 다음,
버스에서 먹으면서 여기까지 오면 됩니다..
그리고,
역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도,
여기에서 뜨거운 컵라면을 먹고서,
천천히 출발해도 되는데...
나는,
4시간 뒤에는 다시 여기로 돌아와서,
개인 전용 버스를 타고 돌아가려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바로 출발했고...
고즈넉한 상원사에는,
스님의 목탁소리는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질 않고...
겨울이라서,
개미는 없을 테고,
산새라도 한 마리 있을 줄 알았는데...
어째튼,
고요한 절을 지나서,
비로봉으로 올라가는데...
기온은 -20도 이고,
체감 온도는 -25도라고 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으니,
그렇게 춥다는 느낌은 없었고...
암튼,
햇살이 가득한 중대암은,
너무나 평온하기만...
사자암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다시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데...
멀리에서,
스님들이 눈 치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마도,
부처님 사리가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학기 위하여,
모든 스님들이 울력을 나온 듯...
적멸보궁 아래에 있는,
용의 눈에서,
눈물은 한 모금 마셨고...
물은,
차갑다 못해,
당장이라도 몸이 얼어버릴 듯... ㅎㅎ
암튼,
너무 추워서,
장갑도 벗지 못하는데,
냉수를 한 바가지...
부처님 진신사라가 있는,
적멸보궁(부처님의 무덤)인데...
나는,
부처님께 소원을 빌 여유도 없이,
멀리 보이는 비로봉 뿐이고...
즉,
한시라도 빨리,
흰 눈이 가득한 비로봉을 오를 생각뿐이었고...
소원은,
후다닥 100억을 벌어서,
주구장창 산만 다녔으면... ㅎㅎ
암튼,
소원은 뒷전이고,
부리나케 비로봉을 향해서 올라가는데...
바람이 없으면,
포근한 느낌인데,
바람만 불면 살을 에는 듯...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드디어,
눈의 세상이 다가오고...
엄청 큰 전나무도,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축 늘어져 있고...
등산로에는,
눈이 제법 많이 쌓였는데...
나무에는,
아직 눈꽃이 피질 않았고...
그래도,
차가운 공기로 인해서,
하나 둘 눈꽃이 생기는 중이고...
이제,
정상이 지척인데,
눈꽃이 본격적으로 피고...
정확히 말하면,
눈꽃이라기보다,
나뭇가지에 얼음이 달렸다는 것이 정확하고...
암튼,
본격적인 눈세상이,
내 앞에서 펼쳐지는데...
이쯤에서는,
추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늘과 나무만 보면서 걸었는데...
내가,
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고...
더구나,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는,
청량감까지 더해줬고...
역시,
날이 추워야,
제대로 된 눈꽃을... ㅎㅎ
덕분에,
눈이 호강하고,
가슴은 시원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에 바늘을 내리꽂는 느낌이고...
등산로는,
눈이 30센티미터 정도 쌓이고,
나무는 눈의 무게로 인해 축 처진 관계로,
조그만 터널을 기어서 올라야 했는데...
이런 느낌으로,
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었고...
어째튼,
날은 추워도,
재미난 산행을 했고... ㅎㅎ
드디어,
정상이 코앞인데...
여기에서,
정상을 포기했으면 했고...
그렇다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눈 구간을 더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 ㅎㅎ
아쉽지만,
정상에 도착을...
여기는,
정말 멋진 장소인데...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바람이 없는 곳으로 숨었네요!!!
양지족에서,
칼바람을 피했다가,
바람이 잠잠해지면 다시 정상으로... ㅎㅎ
그런데,
너무 추운 날씨에,
전화기가 자동으로 꺼져버렸고...
꺼진 전화기를 가슴에 품고서,
따뜻한 양지쪽에서 억지로 전화기를 살린 뒤,
어렵게 사진을 찍었고...
돌아가는 버스는,
약 2시간 반 뒤에 돌아옴으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시간과 눈꽃의 유혹으로,
상원사 방향을 포기하고,
상왕봉 방향으로...
이 때문에,
엄청난 낭패가 있었지만,
그 또한 산행이라 생각했고...
이쯤에서,
다시 돌아갔어야 했는데...
눈과 눈꽃이 너무 화려해서,
나무 사이를 헤집고서,
상왕봉으로 가는데...
최대 문제는,
50센티미터 이상 쌓인 눈과,
눈꽃을 이기지 못하고 처진 나무로 인해,
대부분을 허리를 구부린 채 기어가야 했고...
중간에 있는,
조그만 헬기장에는,
산꾼을 위한 이정표가 있는데...
강한 눈보라와,
화려한 눈꽃들이,
이정표를 이렇게 만들어 놨고...
얼음을 제거하고,
남은 거리를 알고 싶은데,
다른 사람을 위해 그대로 뒀고...
상왕봉까지,
4Km 정도 되고,
대부분 완만한 구간이라서 어렵지 않은데...
최대의 난적은,
매서운 칼바람으로 인해,
정면을 응시할 수도 없지만...
더 난감한 상황은,
바람에 날린 눈으로 인해,
등산로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
사라진 등산로를,
지팡이로 더듬어가며 걸어가는데...
일부 구간은,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바람에,
정말 힘이 많이 들었고...
그래도,
바람만 잦아들면,
눈 구경하며 터벅터벅 걸었고... ㅎㅎ
하늘이 열린 구간에는,
대부분의 나무들이 이런 모습으로...
나무에 맺힌,
흰 꽃들은,
날 보고 반갑다고 하지만...
나도,
엄청 반갑기는 했지만,
추위 앞에서는 어쩔 도리기 없고...
걸어온 길은,
잠시 돌아보니,
너무 환상적인 모습으로...
날이 추워서,
추위를 느껴볼 요량으로 왔는데,
이런 모습이 펼쳐질 줄은 몰랐고...
암튼,
머리를 비우고,
아무런 생각 없이,
홀로 모든 걸 즐겼고...
홀로 푸르러야 할 주목나무가,
푸른색을 버리고서,
흰색으로 변신을... ㅎㅎ
나무는 푸른색을 버렸지만,
하늘은 정말 파랗게...
암튼,
상왕봉 가는 길에,
흰색(??) 주목나무를 지나며...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는,
주목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여기에 있는,
모든 주목나무들도,
푸른색을 버렸고...
스스로 푸른색을 버릴 수 없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고... ㅎㅎ
상왕봉까지,
갈 길은 멀기만 한데...
등산로는 사라지고,
조그만 이정표만 듬성듬성...
그나마,
저 표시도 없었다면,
여기서 길을 잃고서 엄청 고생했을 듯...
아무리 걸어도,
나무에는 눈꽃이 가득하고...
바람이 잦아들어서,
걷기도 힘들지는 않았는데...
오로지,
등산로가 사라져서,
갈 길을 찾지 못했을 뿐이고... ㅠ.ㅠ
없는 길을 만들면서 걷다 보면,
어쩌다 이런 흔적이 보이고...
나무가 멋지고,
경치가 마무리 좋아도,
이 발자국보다 반갑지는 않았고...
암튼,
없는 길을 걷는 중에,
사람의 흔적만 봐도,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를 느꼈고... ㅎㅎ
4Km를 넘게 걸어서,
상왕봉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네요!!!
대신에,
커다란 안내판이,
절반쯤 눈 속에 빠져 있고...
상왕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서,
계방산을 바라보니...
계방산도,
흰 눈이 가득한 걸 보니,
저기도 가고 싶은데... ㅎㅎ
암튼,
여기저기 갈 곳은 많은데,
가지 못한 아쉬움이...
상왕봉을 내려가는 길은,
등산로가 제법 선명한 모습으로...
더구나,
나무에도 눈꽃들이 활짝 피었는데...
막상,
상황이 좋아지니,
추위가 온몸으로 느껴지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너무 멋진 모습이...
여길 지나서,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상황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기만...
그래도,
부지런히 내려가서,
따끈한 국물에 소주가 간절했고... ㅎㅎ
국망봉 하산길도,
거의 마무리되는데...
시간만 허락한다면,
한번 더 오르고 싶을 정도이고...
하지만,
얼어 죽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하므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하산을...
여기는,
두로령으로 가는 삼거리인데,
어딜 봐도 길은 없고...
지난해에도,
두로령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끝내 찾지 못했는데...
올해는,
두로령뿐만 아니라,
미륵암으로 가는 길도 없어져 버렸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서,
나무 사이로 길을 만들며,
힘겹게 내려가는데...
쌓인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어서,
너무 힘들었고...
더구나,
아침도 거른 채,
산의 눈을 헤치며 내려가려니,
힘이 두 배는 들었고...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산이 평지처럼 모이지만,
눈이 발목이상 빠지다 보니,
정말 힘들었고...
더구나,
일부 구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위나 나무가 있어,
넘어지기 일쑤였고...
이제는,
어느 정도 산행이 마무리되는데...
이런 산에,
멧돼지 길이라도 있으면,
걷기는 수월하련만...
마무리 둘러봐도,
길은 보이질 않고....
여기는,
눈이 아니라,
절벽이 기다리고...
넘어지는 바람에,
스틱은 휘어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고...
암튼,
끝날 듯하면서,
끝이 없는 산길(??)을 하염없이 걸었고...
국망봉을 지나고,
여기까지 오는 시간은,
30분 남짓 걸렸는데...
내가 느낀 시간은,
두 시간을 산을 헤맨 듯했고...
암튼,
미륵암으로 가는 임도에 도착하니,
눈길에 승용차도 보이고...
두로령 임도는,
약 6Km를 걸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라서,
다름질 치며 내려가는데...
멀리,
조금 전에 걸었던 오대산 능선이,
잘 가라며 인사를 건네고... ㅎㅎ
드디어,
출발했던 장소에 도착을...
이제는,
1시 50분에 출발하는 차를 타고,
진부 읍내에 들려서,
따끈한 국물에 소주를 마시면 되는데...
히터가 틀어 있는 공중 화장실에서,
몸을 녹이면서 대기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는 오질 않고...
다음차까지,
2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산을 내려가는 승용차를 얻어 타고서,
월정사 입구에 도착했는데...
여에서 기차역까지,
4Km 남짓 되는데,
지나가는 차량은 보이질 않고...
그래서,
강원도 추위를 무시한 채,
역까지 걸어서 가는데...
정말로 배가 고파서,
마을 이부에 있는 정류장에서,
찬바람을 피하며 허기를 달래려고 하는데...
가방에 있는 빵과 물을 꺼냈더니,
물은 얼어서 먹을 수가 없고,
빵은 얼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차가워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네요!!!
암튼,
날도 추운데,
생 거지가 되어서,
진부령의 찬바람과 동행을...
오대천은,
맹추위로 인해서,
대부분 얼었는데...
여길 홀로 걷고 있자니,
뭔 짓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더구나,
집에 가는 기차는,
2시간 뒤에 입석만 있다고...
4Km를 걸어서,
진부읍에 도착했는데...
평일이라서,
대부분 식당들은,
문을 닫아버렸고...
날도 추운데,
30분을 헤맨 뒤에야,
장터국밥집을 찾았고...
국밥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기차를 타려고 역으로 가는데...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조금 전 보다 훨씬 걷기가 수월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니,
진부령 산골짜기에는,
엄청난 한파가 밀려오고...
여기에,
오전 9시에 도착했는데,
오후 5시가 돼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산은 4시간 동안 즐겼지만,
나머지 4시간은 허허벌판에서 찬바람과 싸웠고...
여기에서,
2시간 동안 입석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데 산행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고...
너무 힘들어서,
술을 사준다는 술꾼의 초대도 거절하고,
집 앞에 있는 중국집에 도착을...
정말로,
너무 힘들어서,
얼큰한 국물에 고량주만 들이켰고...
암튼,
-15도라 해서,
영하 20도인 진부읍을 즐겼고...
========================
평일에,
홀로 한적한 산행을 즐기고...
평일에,
사람이 없는 진부읍에서,
찬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평일에,
입석 기차에서,
허리가 부러지는 고통을...
이 또한,
추억이라 생각하며,
하루를 즐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