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28
반야심경029
동봉
정종분正宗分(05)
온공론蘊空論(5)
사리자여 색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색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색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색이니라
수상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舍利子色不異空空不異色色即是空空即是色受想行識亦復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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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달의 끄나풀 행온行蘊 얘기다
일반적으로 풀이한 오온五蘊에 따르면
행온行蘊을 욕구慾求/의지意志라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행行을 한자 그대로 보려 한다
왜냐하면 역장譯匠들이 오온을 번역할 때
의지/욕구에 다닐 행/행할 행行 자를 놓았다면
거기에는 의지와 욕구의 뜻도 물론 있겠지만
다닐 행行 자로 표현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닐 행行 자 1글자를 놓았을 것이다
행온行蘊을 전달의 끄나풀로 풀이한 이유다
우선 다닐 행/행할 행行 자를 보자
다닐 행/행할 행行 자는 글자 자체가 부수다
다닐 행行 자에 담긴 다양한 뜻을 제대로 알면
오온五蘊 중에서 행온行蘊에 대한 개념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다닐 행/행할 행行 자에 담긴 뜻은 이러하다
다니다, 가다, 행行하다, 하다, 행行해지다
쓰이다, 보다, 관찰하다, 유행하다, 돌다
순시하다, 늘다, 뻗다, 장사지내다
시집가다 따위가 있고
도로, 통로, 고행, 계행, 행실, 행위, 여행
도로를 맡은 신, 여장, 여행할 때의 차림새
높은 품계 낮은 직위의 벼슬을 뜻히는 행직
서체의 하나인 행서, 시체詩體의 이름
장차, 바야흐로, 먼저 따위가 있다
줄 항行 자로 새길 경우에는
항렬, 항, 줄, 대열, 열위, 제위諸位, 항오行伍
군대의 대열, 순서, 차례, 같은 또래, 직업
점포, 가게, 깃촉, 의지가 굳센 모양
늘어서다, 조잡하다 따위가 있다
다닐 행行 자는 뜻모음會意문자인데
오히려 그림象形문자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왼쪽의 두인변彳은 조심스레 걸을 척彳으로
왼발의 걷는 모양을 표현하였으며
두인변彳을 반대로 놓은 천천히 걸을 촉亍은
오른발의 걷는 모양을 본 뜬 글자로써
2자를 합하여 그림문자로 보는 경향이 짙다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로 옮겨 딛으며
조심스레 걷는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은 도로의 표지판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네거리十字路를 나타내는 사인몰 표시다
나는 행할 행行 자를 보면서 길드를 생각한다
길드guild란 같은 업종의 동업자들이 모여
이룬 조합이라든가 협회를 뜻하는 말이다
은행도 금융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이 모여
조직한 금융계의 거대한 세계이다
옛날 중국 탕唐Tang나라 때 동업 상점들이
한 데 모여 조합을 열었는데 그것이 행行이다
소매업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도매상이나 중간 업자들이 한 데 모여
조합을 열곤 하였는데 그것 또한 행行이다
행온行蘊을 전달의 끄나풀이라 했는데
상온想蘊과 식온識蘊이 명사형名詞形이라면
수온受蘊과 행온行蘊은 동사형動詞形이다
생각想蘊과 앎識蘊은 명사형에 가깝고
받아들임受蘊과 전달行蘊은 동사형에 가깝다
예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이해가 빠를 것이다
사과 농장에 들러 괜찮은 사과를 살펴본다
빛깔도 매우 곱고 보기에도 탐스럽다
이렇게 육안으로 받아들임은 곧 수온受蘊이다
받아들임受의 끄나풀蘊에 해당하는 수온이
자신이 본 사과를 아무런 판단 없이
생각想의 끄나풀蘊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받음의 끄나풀에게서 전해 받은 상온想蘊이
뉴런에 저장된 정보와 견주어보니 사과다
상온想蘊, 곧 생각의 끄나풀이 판단한 것을
전달行의 끄나풀蘊이 식온識蘊으로 보낸다
스스로 판단한 사과의 장단점을 기록하여
앎의 세계 식온識蘊으로 그대로 보낸다
사건을 최초 판단의 단계인 상온想蘊으로
그대로 보냄이 수온受蘊의 세계라고 한다면
행온行蘊은 상온이 판단한 사건을
가감없이 그대로 앒識蘊의 세계로 전달하는게
이른바 오온五蘊 중 행온行蘊의 할 일이다
정신세계는 물질계와 달리 매우 복잡하다
하긴 물질계, 물리학 세계는 더 복잡하다
오히려 정신세계는 쉽고 간단하다
사과 하나를 놓고 인식識蘊에 이르기까지는
자그마치 4단계를 거치곤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갇다
1. 수온受蘊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2. 상온想蘊은 받은 정보를 1차 판단한다
3. 행온行蘊은 판단한 정보를 전달한다
4. 식온識蘊은 전달 받은 정보를 확정짓는다
앞의 수온이 받아들이기만 하고
판단은 오롯하게 상온의 몫으로 넘기듯
행온도 상온의 판단을 식온에게 전할뿐이다
끝으로 정보를 사인sign하는 것은 식온이다
하나의 사건이 인식에 이르기까지는
이처럼 4번의 단계를 거치는 데
중요한 것은 식온의 최종 결정이라는 것이다
식온에는 이미 기존의 정보가 들어있다
앞서 사과를 하나의 예로 들었듯이
사과에 대한 정보가 식온에 이미 들어있다가
상온이 판단한 사과가 맞는가를 확정짓는다
나는 이 행온行蘊을 떠올릴 때마다
수행修行이란 용어를 되새김질하곤 한다
수행이 본디 수심행신修心行身의 준말이지만
그냥 수행이라는 단어만을 놓고 볼 때는
전달行의 역할을 올곧게 닦는 것이라 본다
이를테면 일선一線에서 들어온 사건을
사건 담당자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판단한 사건을 가감加減 없이
최종책임자에게 전달하는 몫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수행이란 전달의 몫을 닦는 것이다
행할 행/닦을 행行 자가
조심스레 걸을 척彳자를 왼쪽에 두고
천천히 걸을 촉亍 자를 오른쪽에 두어
행할 행/닦을 행行이란 글자를 만들어 내듯이
제멋대로 정보를 더하거나 빼서는 안된다
식온에 저장된 기존의 앎知識의 정보와
새로 들어온 정보를 비교하며 확정지을 때
뭔가 잘 맞지 않거나 완벽하게 새로운 것이라면
신경세포神經細胞neuron는 고개를 갸웃하며
사전이나 인터넷을 뒤적여 정보를 심을 것이다
색공론色空論을 행공론行空論으로 바꾸면
나의 사언절 번역은 아래와 같을 것이며
쉬앤짱 삼장의 한역도 좀 다르게 놓일 것이다
사리자여 행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행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행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행이니라
색수상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사리자 행불이공 공불이행 행즉시공 공즉시행 색수상식 역부여시
舍利子行不異空空不異行行即是空空即是行色受想識亦復如是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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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어제 저녁 서울 올림픽도로 하행선에서]
07/29/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