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탓하련가
2020년 11월 14일(토) 오늘은 중화역을 출발하여 중랑천으로 들어선다. 이화교밑을 지나서 월릉교 한천교 월계1교에서 월계역으로 빠져나간다. 대략 5Km로 1시간 조금 지나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허접한 폼을 잡으며 폰의 샷다도 누르기 마련이다. 그러노라면 예상 시간의 두배는 잡아야 가능한 노객들이다.
중랑천의 개울에는 팔뚝보다도 더 큰 물고기가 유영을 즐기고 물오리는 꺼꾸로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두발은 하늘로 향하고 있다. 거푸 물속을 휘저으며 텅빈 속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 물가에는 하얀 억새꽃이 바람에 흐느적대며 노객들의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다. 억새숲에 파묻혀 몇컷의 폰을 누른다.
"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순정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마아라 아 ~ 아~ 아~~ 억새의 순정 " 갈대의 순정이 아닌 나만의 억새의 순정이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갈대는 억새를 잘못 표현한 노래가사가 아닐까. 갈대와 억새는 출생지부터 확연히 차이가 있다.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물이나 습지가 더럽든 깨끗함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억새는 산이나 뭍에서 깨끗하고 보다 높은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갈대도 억새도 바람에 흔들리는 같은 벼과의 식물이다. 갈대는 뻣뻣한 모습이고 억새는 이름과 달리 훨씬 더 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고 있다. 갈대는 미친 여인이 몇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은 모습 그대로이다. 얽히고 설키고 냄새는 지독한 오물의 하수도 같은 악취가 나는 느낌이다. 새하얗고 곱게 단장한 단발머리 소녀 같은 깔끔한 억새가 훨씬 아름답지 않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갈대는 어느 놈이든 온갖 남정내들의 사타구니 밑을 수없이 헤매이다가 지친 잡탕녀의 모습이다. 억새는 오롯이 한 연인(戀人)만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울고있는 일편단심의 순정녀(純貞女)와 같지 않는가. 노래 제목도 갈대의 순정이 아닌 억새의 순정으로 개명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각자 마음이 내키는대로 부르는 것도 정답일런지도 모른다.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질주하는 모습이 시원스럽기까지 하다. 월계역에서 지기 한명을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이래 저래 이핑게 저 핑게로 세명이 한팀이다.
월계역 바로에 옆에 있는 초안산(115m)으로 향한다. 나즈막한 산으로 누구든 가볍게 산책을 하며 심장박동을 느낄 수도 있는 곳이다. 정상 근처에는 팔각정이 아닌 4각정이 쉼터인 셈이다. 쉼터 바로 아래에는 봉분이 두개가 나란히 뉘여져 있다. 어느 누구의 영혼의 터전인가 확인치는 않았다. 초안산에는 조선시대 분묘군이 있는 곳으로 조선말기까지 공동묘지로 사용되어온 곳이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1100여개의 분묘가 있는 곳이다. 현재는 골프장을 비롯한 체육공원의 면모도 갖추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이 산책로로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봉분을 내려다 보면서 세 노객이 제주도 소주 한병으로 가쁜 숨을 조절한다. 소주 한잔을 봉분에 먼저 알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알콜에 겸비하는 메뉴는 오늘은 생략이다. 짜릿한 향기가 가슴을 쓰다듬으며 발걸음에 활력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하산을 하여 미아사거리에 있는 주점으로 들어선다. 친구의 집이 있는 곳으로 아래층에 임데해 준 곳이다. 선택한 메뉴는 흔히 맛나게 먹는 소곱창전골을 주문한다. 아는 곳이라 마음 편히 즐기려던 주탁(酒卓)이 생각 이하가 아닌가. 튀여나오려는 불쾌감을 짓누르며 서둘러 알콜을 흡입해야 한다. 주점의 사장(?)은 최고의 맛이라고 자부할런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생각과 보는 관점이 다르려니 하고 털고 일어선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근처의 빈대떡 주점에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1차로 끝내야만 적당한 것을 오늘도 알콜을 추가하는 망발의 연속이다. 술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는 경고를 어느 날 확실히 느낄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이미 지친 노객들의 간(肝)이 혈변을 토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늦은감이 들기도 한다. 더 늦기 전에 방법이 없을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끌어당기고 있는 노객들이 술잔만을 탓하지는 말아야겠다.
2020년 11월 14일 무 무 최 정 남
★억새와 갈대의 얼굴이다 → https://photos.app.goo.gl/QkHpt1YzCDWiE7oT6
이날의 추억이 담겨있다 ↓↓↓
★photos.app.goo.gl/1c9o8mQnmEsveKba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