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단단하게 서 있던 벽에
로드킬로 인해 쓰러진 마음들이 몸을 기댑니다.
산과 산 사이를 지나는 도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로 옆으로 커다란 벽이 있습니다. 높고 길고, 색깔 하나 없는, 그냥 벽입니다. 책고래마을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 《벽의 마음》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아동문학가 유하정 작가의 시에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인 안효림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두 작가가 함께 만든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로드킬로 쓰러져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작은 숨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벽의 마음은 어떨까요?
주인공 ‘벽’의 하루는 아주 단순합니다. 그저 쌩쌩 속도 내어 지나가는 차들을 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벽에게는 새로운 일이 생깁니다.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동물들이 하나둘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동물들이 겨우겨우 걸어 나오더니 자신의 몸에 기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로드킬로 죽은 동물들에게 기댈 곳은 오직 벽뿐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들이 가려던 ‘길을 막은’ 벽이었습니다. 그 순간, 벽은 더 이상 단단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쓰러진 마음들로 인해 벽의 마음이 ‘밤하늘 별처럼’ 깨어난 것입니다.
출판사 리뷰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마음을 다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무언가를 위해 행동해야만 마음을 다하는 걸까요? 《벽의 마음》에서 주인공 벽은 결코 움직일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쓰러져 자신에게 기대는 순간, 마음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저 단단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벽’이라서 동물들을 위해 차를 막아설 수도, 다친 곳을 치료해줄 수도 없습니다. 그런 벽에게 마음을 다하는 일이란 곁에서 지켜봐 주고 조금이라도 바람을 막아 주는 일일 것입니다. 《벽의 마음》을 본 후, 아마도 여러분은 벽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을 거예요. “그래, 넌 마음을 다했어.”라고요.
책 속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차들은 너무 빨라
그래서 잘 못 보나 봐
하지만 나는 잘 보여
새끼 고라니 한 마리
새끼 멧돼지 한 마리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도롯가에 쓰러진 한 마리들
고라니는 어제까지 피어 있던 개망초를 찾다가
새끼 멧돼지는 엄마 따라 집에 가다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