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묘미(妙味)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말의 우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떤 의성어나 의태어도 표현할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초성 중성 종성으로 되어 어떤 말도 글로써 나타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제2외국어로 배우는 나라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말의 표현에서 아리송하지만 묘미를 몇 가지 들추어 본다. 부속과 부설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날 사대부고 정문 앞을 지나가는데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로 쓰여 있었다. 아니 부속고등학교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 바뀌었을까 하고 갑자기 ‘부설’과 ‘부속’ 어느 표현이 맞는지 궁금했다.
부속은 행정권의 직접적인 행사를 임무로 하는 기관에 부속하여 그 기관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시험연구기관, 교육 훈련기관, 문화기관, 제조기관, 자문기관 등이다. 부설이라는 용어는 국립학교 설치령에서 유래되어 사용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논의하기 전에 학교 기관은 ‘부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사대부속고’라 했는데 지금은 ‘사대부설고’로 개명되었다. ‘부속’이라고 한다면 그 기관의 모든 사람을 소속기관의 장이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기관은 교육청에서 임명하고 있다.
다음은 서품과 수품에 대한 용어이다. 신학대학을 나와 사제로 품계를 받아 신부가 된다. 이때 서품과 수품의 어느 말을 사용해야 할까. 내가 소속된 본당에서 지난 연말에 새신부가 탄생했다. 이때 성당 입구에 ‘ООО신부 사제서품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옳게 표현한 글귀일까 의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품은 품계를 준다는 말이고 수품은 그것을 받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서품의 주체는 주교이고 수품의 주체는 신부이다. 주교가 부제에게 성품성사를 통해 신부로 품계를 줄 때는 서품이 맞다. 그러나 사제 서품을 받고 본당에 첫 미사를 집전하는 새신부에게 사제수품을 축하한다는 말이 옳은 말이다. 여기서 주체는 주교가 아니라 신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내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 축하로 직접 서체로 써서 보내왔다. ‘깨어 있으라’(마태 24,42)였다. ‘∼으라’와 ‘∼어라’ 어느 말이 바른 말일까.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차이는 간접 명령이냐 직접 명령이냐 있다. 누가 누구에게 바로 지시할 때는 ‘∼어라’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어느 학생을 지명하여 앞에 나와 문제를 풀어라가 맞다. 그러나 어떤 시험에서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을 써라가 아니고 쓰라가 맞다. 그 외에도 표현상의 차이가 다른 것이 수없이 있다. 옳게 알고 바르게 써야하지 않을까.
우리말에는 수식어로 접두사나 접미사가 많이 붙는다. 그런 수식어가 문장의 맛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쓰면 오히려 문장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예로 ‘들’이나 ‘를(을) 은 생략하는 게 좋다. ’우리들‘이나 ’저희들‘에서 우리와 저희로, ’소풍을 갔습니다.‘ 에서 소풍갔습니다로 하면 된다. 우리나 저희가 복수인데 구태여 복수형 어미를 붙일 필요가 없다.
또 흔히 틀린 말에 ‘∼에’와 ‘∼에게’이다. 전자는 사물이나 동물에 붙이며 후자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이다. 문장은 주어와 술어로 되어 있지만 수식어를 붙여 아름답게 꾸민다. 또 몇 개의 문장이 모여 문단을 구성한다. 문단은 장소나 시간, 환경, 대상이 바뀔 때마다 달리한다. 문단을 나누는 것은 독자가 읽고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우리말은 정갈스럽고 어떤 것도 표현할 수 있는 우수한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