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3 때였던 것 같다. 국사수업 중에 코를 박고 자고 있던 나를 불러내어 엉덩이에 빳다를 치시고는 - 맞고 난 상태를 군대용어로 “방구판에 불났다”고 하지 – 어디 보자며 확인한 몇 차례의 국사시험성적이 제법 괜찮았던지 이놈 봐라 하시며 그 자리에서 ‘널 이제부터 내 수제자로 삼는다’고 천명해주신(서두부터 웬 잘난 체? 카xx 닮아가나?) 국사선생님께서‘풍신수길’이라고 어떤 학생이 쓴 답안지를 지적하시며 이것은 외국어 고유명사이니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불러야 하며 쓸 때도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漢字로 豊臣秀吉이라고 해야 맞다고 다소 정색을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豊臣秀吉과 풍신수길이 다를 수 있음을 배웠다.
2. 오래 전에 西安 출신의 중국청년과 식사를 하면서 사담을 나누다가 화제가 삼국지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런데 대화에 지장을 주는 것이 삼국지 주인공들의 이름이었다(사실 ‘삼국지’라는 단어자체부터 삐그덕거렸지만). 이를테면 劉備, 關羽, 張飛를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니라 리우삐, 꽌위, 장페이로 읽으니, 당시에는 중국어를 조금이나마 지껄이기 훨씬 전이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 Who? What? Pardon?을 연발했고 諸葛亮을 중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 재간이 없어 인명이나 지명이 나오면 결국 필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애꿎게 식탁 위의 냅킨이 작살났다. 영어삼국지를 구해서 읽어볼까 싶을 정도였다.
3. 許씨 姓의 후배 하나가 중국에 거주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초기에 한국에서 보낸 소포를 찾으러 우체국에 가서 여권을 제시하니 본인이 아니라서 내줄 수 없다고 해서 엄청 애를 먹은 적이 있단다. 이유인즉 수령인은 許로 되어있는데 여권의 영문명은 Huh로 되어있으니, 당연히 ‘許’를 Xue로 알고 있는 창구직원으로서는 그럴 법도 하다. 좋은 국사선생님을 못 만난 모양이다.
4. 관행대로 나도 한쪽은 Kim 아무개 다른 한쪽은 金 아무개로 씌어진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어느 중국인과 상담을 하는데 그가 내 명함 앞뒤를 뒤적이더니 왜 미스터 ‘찐(金은 Jin으로 발음된다)’이 아니고 미스터 킴이냐고 순진한 질문을 한다. 한국에서는 킴으로 발음을 하냔다. 중국어회화를 배울 때 선생이 나를 ‘찐셩란’으로 - 그것도 권설음을 확실하게 읽어주는 北京式으로 – 불렀던 것이 생각났고 문득 한문명으로 인해 본래 내 이름이 잘못 불릴 수도 있으며 이것이 상대방 탓이 아니구나 싶었다. 출장에서 돌아와 바로 명함의 한자이름을 한글로 바꿔 새로 만들었다.
5. 언제부터인가 신문지상에서 모택동, 등소평, 손문, 섭위평, 왕가위, 성룡, 장국영이 사라지고 마오쩌뚱, 덩샤오핑, 쑨원, 네이웨이핑, 왕지아웨이, 청룽, 장궈룽으로 대체되었다. 진작 이랬어야 옳다. 공자, 맹자, 달기, 서시, 왕소군, 양귀비 같은 옛사람들까지 중국식 발음으로 고쳐 부르기는 아직 어렵거나 사회적 합의가 안된 모양이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도 사실 여전히 성룡, 장국영이라 말하지만 그래도 말토나와 바둑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샤오춘, 창하오, 루이나이웨이가 입에 더 익숙하다. 제대로 되어 가는 것이라고 본다.
내 이름을 어느 나라사람이 부르든 김성연 혹은 발음이 어렵더라도 그와 비슷하게 불리어야지 나의 한자이름을 중국식으로 ‘진 아무개’나 일본식으로 ‘가네 어쩌고’라고 해선 안되듯 우리도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이나 지명을 가능한 그들의 발음으로 부르고 써주어야 맞을 것 같다. 그래야 내가 혹시 저승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고 “풍신수길, 이 원수. 내 칼을 받아라”며 일갈을 하더라도(사극영화 찍냐?) 그놈은 지놈을 부르는 줄 모르고 딴청하는 일이 없질 않겠냐.
…… 그러고 보니 멍후가 제 이름의 중국어 발음이 戰犯과 같아서 한 차례 웃은 적이 있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네.
아, 졸립다.
일단 자자.
(좀 이상한 친구넘이 침 튀기며 떠들다가 말이 궁색해지면 잘 써먹는 것을 또 표절했음)
첫댓글 "찐셩란"...희한하지?..왜 찐계란이 생각나냐 ?..
빛골 대비해서 쇠괴기는 못해달라니까 찐계란이라도 많이 먹셈
이기회에 티무르.티물.띠물.퇴물.티몰...헥까릴는데, 걍 "찐계란"으로 개명하믄 어떨까 ?
희한하지? 난 어찌 야시꾸리한 지지배 같다는 생각나냐?
티무르는 북경식으로 어찌 말하니?... ^^~~
어떻게 중국에서는 ...도울贊 법範 의 ( 나랑 한살 차이 밖에 안나는 강금실 싱글이 좋아할 贊範 ) 발음이 戰範과 똑같을을수 있을까 ? 그나 저나 강금실氏 는 요즘 뭐 한데냐 ? 춤뿐만 아니라 노래두 쥑인데는데...폐일언하고 나는 싱글이 좋더라 !
강금실도 58개띠다.(그런데 왜? 한살 차이가 나지?)
진잉난 ? 재규어랑 너무 이미지가 안 맞는거 같다.... 피아오 꽝수이 ? 꽝수야 ! 너 찾네...
나를 찾지 마라! 혼수상태다!
희한한게 아니라 고상하다
고상한 티무르! 발음도 힘들고 읽기도 힘들었어~~~~
외국나가서 많이 경험했지... ㅎㅎㅎ
졸립다는 녀석도 데리고 나와 번개 좀 처봐봐!!! 걔는 요새 뭐하나 맨날 뭐 쓰다가 막히면 오줌마렵다, 졸린다, 엄마나!..이러면서 빠지드라구...
그 시간에 졸리면 어떻게 하니? 요즘 뜀박질도 수담도 못 즐기고 있네......내가 그렇다구...조만간 두가지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