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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아 등이 협곡으로 들어서자 이제까지 평온해 보이던 협곡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미처 눈치 채지 못할 정도
로 미약하게 시작된 안개는 채 일각이 지나기도 전에 한 치 앞도 분
간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운무를 만들어 냈다.
"진인가 보군요. 모두 주의하세요."
"네.'
"물론입니다."
서문아의 말에 철홍과 용추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긴
장의 빛은 전혀 떠올라 있지 않았다.
'휴~!'
서문아는 초롱초롱한 눈을 한 용추와 철홍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진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
지 자신들은 강한 무공이 있으니 그만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문아가 생각하는 용추와 철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시간 안에
너무 빨리 강한 힘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힘을 완전히 자각하지 못하고 경험도 일천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런 식의 진법은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까닭에 이렇게 속편한 얼
굴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서문아를 믿는다는 무책임
한 생각 또한 깃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여하튼 저렇게 초
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니 부담스러울 정도
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단순하기는 하지만 바보들은 아니니까.'
결국 서문아는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끼기깅!
그때 미약하게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조심해요. 기관진식이 발동한 모양이에요."
그녀의 말에 용추가 일행의 맨 앞에 서고 철홍이 제일 뒤에 섰다.
그것은 마치 서문아를 보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슈슈슝!
이어 허공 가득 뾰족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암기가 일행을 향해 날
아왔다. 그러나 용추와 철홍 그 누구도 피하거나 방어할 생각을 하
지 않았다. 그들은 무방비 상태 그대로 암기에 온몸이 격중됐다.
퍼버버벅!
한 치의 틈도 없이 몸을 강타하는 암기들, 철련자와 독질려부터 단
혼사, 육혼망, 귀왕령까지 수십 종류의 암기들이 일제히 그들을 강타
했다. 그러나 용추와 철홍은 물러서지 않고 고스란히 자신들의 몸으
로 암기를 감당해 냈다.
"조......"
"으하하! 간지럽지도 않구나."
"겨우 이 정도로 우리를 막으려 하다니."
서문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들이 익힌 무공이 무엇인지 내 잠시 잊었구나.'
용추가 익힌 금갑구공은 최강의 외공이다. 그의 몸은 금강불괴보
다 더욱 단단하여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다.
또한 철홍이 익힌 무공도 무척 특이하여 위험이 닥치면 철마강륜회강
이 먼저 발동한다. 무기로 치자면 최강의 방패인 셈이다. 그런 방패
가 앞뒤로 있는데 그녀가 걱정을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투투툭!
그녀의 예상대로 수많은 암기는 용추와 철홍이라는 장벽을 뚫지 못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비록 기관진식에 의해 발사된 암기들
이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가히 인간 방패라고 할 만한
두 사람을 뚫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전진하죠."
"넷!"
"맡겨만 주십시오."
서문아의 말에 두 사람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투
덕거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럴 때는 마음이 통하는지 대답도 동시
에 했다.
그 이후부터는 파죽지세나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암기와 기관이 그들을 향해 발동되었지만 든든한 두 명의
방패를 뚫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들 사이에서 서문아가 시기적절
하게 기관을 파괴시켰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단
세 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이었지만 그 어떤 철옹성보다 단단했다.
댕댕댕!
다시 급박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적진에서 뜻밖에도 기관이 통하지 않는 모습에 당황한 것이
리라.
적무강의 귀에도 급박한 종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들을 믿지 못한다면 이리도 극단적인 작전을 쓰지 못했을 것이
다. 그동안 비무를 하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한 적무강이 내린 결
론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비록 실전에는 약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익힌 무공이 워낙 방어
력이 월등한 무공이기에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없을 것이다. 더구
나 거기에 서문아의 공격력까지 가세하면 최강의 조합이 되는 것이
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미끼 역할로 정문을 맡기고 적무강이 이렇게
험한 산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록 홍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협곡밖에 없었지만 꼭 길이 있어
야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험악하고 위험해 일반인들은 감히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할 곳이었지만, 적무강과 같은 초절정의 무공 고수에
게 이 정도의 지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문아 등
에게 교란을 맡기고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적무강이 땅을 한 번 박찰 때마다 삼 장씩 쑥쑥 앞으로 나갔다. 비
록 나뭇가지와 바위들이 진로를 방해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마
치 물이 흐르듯 그의 신형은 전진을 계속했다.
팅!
그때 발밑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무강의 미
간이 찌푸려지는 찰나.
퓨퓨퓨퓽!
양옆에서 미세한 강침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에 적무강이 급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면서 방어를 했다. 다행히 강침들에 호신강기를
파괴하는 효능은 없었는지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적
무강은 놀란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곳으로 침투할 줄 예측하고 있었단 말인가?"
어떻게 알아챘는지 모르지만 문수영은 이미 자신의 이동 경로를 파
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그가 지나는 경로에 수많은 암기가 비 오듯 쏟아졌다.
"호호호! 토끼몰이가 시작되었구나."
문수영이 웃음을 지었다.
이미 홍안에 거점을 마련할 때부터 적들이 침입할 만한 곳은 모두
연구해 두었고, 그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적무강은
자신의 머리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두뇌로만 따지
면 자신이 한 수 위였다.
"그때 당한 것은 내가 너의 존재를 모를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내
가 모든 분석을 끝낸 이상 너의 목숨도 이제 끝이다."
문수영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에는 도도한 빛이 가득했
다.
남들에겐 그저 어쩌다 한번 겪을 실패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녀
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주었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남겨 준 남자가 바로 적무강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결코 적무강을 용
서할 수 없었다.
"호호호! 여인이 한을 품으면 왜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
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적무강, 이곳이야말로 너의 무덤이다."
홍안에 남아있는 십자성의 전력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기껏해야 백 명 정도. 저들은 천 명에 이르는 전력이 이곳에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계획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이곳에 남겨 두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
문이다.
"그들이 마을 중앙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군."
청안의 보고에 그녀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비록 적무강이 따로 들어오는 것은 의외의 일이지만 결국 그 역시
마을 중앙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끔 모든 것
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곳 홍안이야말로 그녀의 역
작일지도 몰랐다. 이제부터 그녀의 적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
다.
"뭐야? 산으로 돌아 침투한다던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철홍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친구인 적무
강이었다. 친구를 만났는데 그게 무슨 반응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겠
지만, 그래도 철홍은 할 말이 많았다.
분명 자신들이 적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사이 적무강은 산으로
돌아가 그들의 내부에 침투해서 문수영을 붙잡기로 계획했기 때문이
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유인당한 것 같다."
황당하기는 적무강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
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침투한 산속에는 수많은 암기들이 장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기습까지. 물론 그런 것들은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
었지만 그것들에 대응하다 보니 어느새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그리
고 그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문아와 철홍, 용추도 이곳으로
들어왔다. 그들 역시 적무강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이거 당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적무강이 솔직히 말했다.
딴에는 양동작전까지 쓰면서 은밀하게 잠입한다고 했는데 문수영
은 그 모든 것을 미리 예측한 듯했다.
"역시 잔머리는 필요 없다니까. 정면 돌파가 최고지."
옆에서 철홍이 한마디 했다.
"호호호! 오랜만이군요, 여러분들."
그때 낯익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추를 제외한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문수영."
높다란 망루에 서 있는 여인, 그녀는 문수영이 분명했다.
용추를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문수영과 지독한 악연으로 얽힌 사
이였다. 당연히 그들은 대번에 문수영의 모습을 알아봤다.
"설마하니 여기까지 따라올 줄은 정말 몰랐군요. 여하튼 만나게 되
서 반갑다고 해야 할까요?"
"오랜만이군. 십자성의 문상."
"그래요. 천왕성을 저지한 영웅의 얼굴을 이렇듯 직접 보니 정말
좋군요."
칭찬하는 듯 들렸지만 문수영의 목소리에는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
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니 의외라고 해야 하나?"
"호호호! 그럼 내가 당신들을 피해 숨을 줄 알았나요?"
여전히 문수영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오히려 그녀는
적무강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요. 목숨이 아깝다면 물러나는 게 좋을 거
예요. 만약 더 다가온다면 이곳은 당신들의 무덤이 될 테니까. 난 당
신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볼 거예요. 그런 점에서 보
자면 이곳은 매우 좋은 명당이지요."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호호호! 물론이에요."
딱!
적무강의 말에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적무강 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위가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진이 발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십자성에는 결코 외인들은 알 수 없는 비밀이 꽤 있어요. 그중에
는 십자성의 수뇌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몇 개 있는데, 난 그중 하나
를 이곳에 준비해 두었어요."
문수영의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에 철홍이 발끈했다.
"이 사갈 같은 년, 네년이 무얼 준비했든 간에 우리들을 무너트릴
수는 없을 거다."
"그래요? 당신들 네 명이 같이 온 것은 매우 뜻밖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어요."
"흥!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면 진작 썼을
테지, 미쳤다고 너희들이 이곳 홍안까지 도망쳐 왔겠느냐?"
"당신 이름이 철홍이라고 했나요?"
"그래, 내가 바로 철홍이다."
"호호호! 십자성의 삼류무사 철홍, 불행히도 세상에는 당신이 아
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이 존재해요."
"뭣이?"
문수영의 노골적인 비웃음에 철홍이 발끈했으나 적무강이 그의 어
깨를 잡아 진정시켰다. 그리고 문수영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준비한 게 무엇이든 오늘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길고 짧은 것은 두고 봐야지 않겠어요? 나 역시 비장의 패를 준
비했거든요. 결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이따위 진법으로는 날 막을 수 없다."
"호호호! 물론이지요. 그 정도의 진법으로 천하의 도마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진법은 단지 보조적인 것에 지나지 않
아요. 진짜는......"
문수영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그러나 진법이 완벽하게 발동되
었기에 적무강 등은 그녀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는 이제 당신들 눈앞에 나타날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문수영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도대체 저 사갈 같은 계집이 뭘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거지?"
철홍이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사실 자신들 중 누구 하나만 나서도 이곳 홍안을 초토화시킬 수 있
었다. 그것은 문수영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자
신감 있는 모습이라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고오오~!
갑자기 진이 크게 흔들렸다.
순간 적무강의 눈이 깊게 침전됐다. 진이 이지러질 만큼 강력한 존
재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녀가 준비한 최후의 패인가?"
그가 전면을 바라봤다.
공간이 이지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괴인의 모습이 나타나
고 있었다.
마치 넝마와 같은 옷을 걸치고 산발을 한 괴인, 그러나 그의 고개
가 움직일 때마다 산발한 머리칼 사이로 혈광이 내비쳤다.
"저게 뭐야?"
철홍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전륜혈강시(轉輪血彊屍)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적
인 순간이군."
문수영이 차갑게 중얼거렸다.
전륜혈강시는 이제까지 십자성이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없
는 비장의 패였다. 살아 있는 무인처럼 판단을 할 줄 알고 몸체는 금
강불괴를 자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전의 무공을 고스란히 쓸 수
가 있다. 때문에 전륜혈강시의 재료가 누구냐에 따라 무공의 고하가
결정되었다.
문수영이 알기에 자신이 데려온 전륜혈강시의 재료는 그야말로 최
강의 존재였다.
만약 정도련의 공략 때 전륜혈강시를 데려갔다면 더욱 쉽게 공략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륜혈강시는 결코 사람들의 시선이 많
은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마물이었다.
그 이유는 오직 문수영과 십자성주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들
이 살아남는다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희
박한 가능성이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ㅎㅎㅎ
감사해여
잘~감상~~~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
ㅈㄷㄳ
즐~!
잘읽었습니다
wmfehr
감사합니다
ㅈㄷㄱ~~~~~~~~~``````````````````
즐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더위 먹음 안되지요~~~
즐~감 하고 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 하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