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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에 새로운 행정체계가 구성됐다. 울산시장을 비롯해 남구·동구·북구에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했고, 중구와 울주군은 기존 단체장이 연임하게 됐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것은 지방자치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새로운 단체장은 자신의 철학과 공약을 시정과 구정에 반영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전임 단체장이 추진했던 주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행정은 언제나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정치적 잣대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행정은 반드시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수년 동안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하며, 용역을 거쳐 예산을 확보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아 추진된다. 그 과정에는 설계비와 용역비, 보상비, 행정비용 등 막대한 시민의 세금도 투입된다.
이처럼 상당한 행정절차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정치적 이유로 중단하거나 장기간 지연한다면 이미 들어간 비용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된다. 여기에 공사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과 지역경제 위축까지 더해지면 결국 모든 부담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물론 모든 사업을 무조건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판단 기준은 정치적 성향이나 전임 단체장의 흔적이 아니라 객관적인 비용 대비 편익이어야 한다.
행정학에서는 공공정책을 평가할 때 비용 대비 편익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투입된 예산은 얼마인지, 앞으로 발생할 경제적·사회적 효과는 무엇인지, 사업을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은 어느 정도인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객관적 분석 없이 정치적 판단만 앞세워 정책을 바꾸면 행정은 신뢰를 잃게 된다.
지방자치는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바꾸는 제도이지 행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제도가 아니다. 좋은 정책은 누가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시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전임 단체장이 시작한 사업이라도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이어가야 하고, 새롭게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지방자치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정권이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그 결과는 행정력 낭비와 예산 낭비,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 상실이었다. 장기적인 도시 발전 전략보다 단기적인 정치 논리가 앞서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 강화, 도시개발, 교통 인프라 확충, 관광 활성화, 복지 확대와 같은 주요 정책은 특정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사업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울산시와 5개 구·군 행정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전임자를 부정하는 행정이 아니라 좋은 정책은 계승하고 부족한 정책은 보완하는 행정, 정치적 명분보다 시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우선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시민은 정치적 승패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공동체,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세금을 낸다. 행정의 연속성과 재정의 효율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며 지방자치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