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어
문 혜 진
내 몸 한가운데 불멸의 아귀
그곳에 홍어가 산다
극렬한 쾌락의 절정
여체의 정점에 드리운 죽음의 냄새
오랜 세월 미식가들은 탐닉해왔다
홍어의 삭은 살점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냄새
온 우주를 빨아들일 듯한
여인의 둔덕에
코를 박고 취하고 싶은 날
홍어를 찾는 것은 아닐까
해풍에 단단해진 살덩이
두엄 속에서 곰삭은 홍어의 살점을 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젊은 과부의 아찔한 음부 냄새
코는 곤두서고
아랫도리가 아릿하다
중복 더위의 입관식
죽어서야 겨우 허리를 편 노파
아무리 향을 피워도 흐르던
차안(此岸)의 냄새
씻어도
씻어내도
돌아서면 밥냄새처럼 피어오르는 가랑이 냄새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밤
붉어진 눈으로
홍어를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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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_ 문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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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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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포나 해남 전라도 사는 사람들이 장례식이나 결혼식 때 거의 먹는 홍어 어린 시절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것을 어른들은 맛있다고 먹을까 했었다. 지금은 삭힌 홍어를 먹으면서 삭혀야할 것들을 삭혔던게 아닐까 한다. 지독한 슬픔도 두려운 출발도 ......
삭혀야 할 것을 삭혔다....은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