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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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귀뚜라미 - 나희덕
늘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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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31 21:5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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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다는 것은 살만한 이유가 있다고... 우린 누군가에게 하나의 꽃이 되기를 꿈꾸며 살아가는 거겠죠.
안치환 3집인가 4집인가에 실린 노래이기도 합니다.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 때 내 울음은 드디어 노래가 되겠죠. 그 때를 기다리며 귀뚜라미는 우는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