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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사장 "공정성 훼손" 대국민 사과 회견
불공정 대표 사례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 꼽아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세훈 있었다" 다수 증언
경작인들, 측량팀장, 식당 주인 등 목격담 잇따라
검찰도 "일관된 진술…현장에 갔을 가능성 높아"
박민과 그 친위대 호들갑, 수구언론의 적반하장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편집이사
박민 KBS 신임 사장은 지난 14일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공정 보도'의 대표적 사례 4가지 중 하나로 '2021년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보도를 꼽았다.
박 사장은 "앞으로 불공정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공정성과 편파 보도를 판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KBS 간판 뉴스인 <뉴스 9>에서도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박민 사장 취임과 함께 발탁된 박장범 앵커는 해당 보도의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지적은 없이 "단시일 내에 진실 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핵심을 비껴간 두루뭉술한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청자 여러분께 약속한다"고 말했다.
KBS 뉴스 9 박장범 앵커가 지난 14일 방송에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를 거론하고 있다. KB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수많은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대한 선거에서 주요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는 새삼 강조하기도 민망한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오세훈 생태탕 의혹' 관련 보도를 한 기자들과 데스크가 개인적 정치 편향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품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다. '비판이 나왔다'거나 '정치적 중립이 의심된다'는 애매한 이유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자의적 관점일 뿐 보도의 공정성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저널리즘의 원칙으로나 명예훼손 판단의 법리로나 중요한 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안인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 '충분한 사실 확인 노력을 했는가'이다.
KBS는 지난 2021년 3월 26일 <복수 경작인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세훈 있었다">는 리포트를 통해 2005년 6월 13일 내곡동 땅 측량 당시 현장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있었다는 복수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후보의 부인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과정과 토지보상금 36억 원을 둘러싼 투기 및 '셀프 보상'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라 검증 취재를 한 것이다.
2005년 측량 때 오 후보 부인과 처가 땅에선 현지 주민 여러 명(최소 4명)이 경작인으로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KBS는 이들 중 3명을 접촉했고 2명으로부터 측량 현장을 지켜봤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땅 주인 측에서 두 명이 왔으며 한 명은 오세훈 후보고 다른 한 명은 오 후보의 장인이었다는 것이다.
KBS 기자를 만난 경작인 김모(A) 씨는 "장인은 좀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둥글둥글하니. (그 장인은 성함이 생각나세요?) 정 뭐 신데"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 오 후보 장인의 성이 정 씨다. 다른 경작인 김모(B) 씨는 "(그때 오세훈 후보가 온 것을) 봤어요. 모두 다 봤는데? 그때"라고 목격자가 여럿임을 알렸다.
A씨는 "선글라스 딱 끼고 넥타이는 안 매고, 어디 무슨 뭐라 콤비 그런 걸 입었더라고, 키가 크니까 태가 금방 나요"라며 "제가 아, 오 후보님 아니시냐고 그래서 이야기 다 했습니다"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B씨도 "선글라스를 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무슨 점퍼를 입었었나 그랬을 거예요"라며 "오 변호사님이라고 인사한 것을 내가 기억한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둘 다 공통적으로 선글라스를 지목한 것이다.
측량이 끝난 뒤 인근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증언도 여기서 나왔다. 기자가 "세 분이 식사하러 가셨고, 뭐 드셨는지 기억나세요?"라고 묻자 A씨는 "생태. 생태탕. 정치 이야기를 조금 서로 했어요"라고 밝혔다.
이에 오 후보 측은 측량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오 후보의 장인과 큰처남 송모 씨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KBS 법인과 양승동 사장, 보도본부장, 정치부장, 해당 취재기자 등 5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2021년 3월 28일 KBS 뉴스 9에 보도된 ‘당시 측량팀장 "오세훈 입회했다"…입회 서명은 누가’ 리포트. KB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러나 KBS는 며칠 뒤 <당시 측량팀장 "오세훈 입회했다"…입회 서명은 누가>라는 후속 보도에서 이번에는 경작인들 외에 당시 현장에서 직접 측량을 실시한 국토정보공사 측량팀장 류모 씨의 결정적인 증언을 공개했다. 류 씨는 취재팀과 전화 통화에서 "현장에서 오세훈 후보를 봤다"며 "측량이 끝날 때쯤 하얀색 상의에 선글라스를 끼고 왔다"고 말했다.
또 "선글라스를 벗어서 오 후보인 것을 알아봤고, (자신이) 먼저 인사를 했다"면서 "측량이 끝난 뒤 오 후보와 또 다른 입회인에게 도면을 놓고 결과를 설명했다. 토지에 특별한 사항이 없어서 설명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류 씨는 "오세훈 후보는 워낙 유명인이라 기억나지만 다른 입회인은 입회 서명을 받은 것 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작인 A씨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다시금 자신의 기억이 정확함을 강조하며 일관된 발언을 했다. 그는 "제가 KBS와 인터뷰한 이후 이웃에 살았던 사람에게 '자네 혹시 오세훈 그때 온 것 기억나나'라고 물어보니까 '아, 알죠. 하얀 백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처음에 차를 타고 왔다. 점심시간에 그 건너로 밥 먹으러 갈 적에 그 차를 타고 건너갔다'고 기억을 되살려냈다"고 전했다.
A씨는 "측량할 때 제가 처음부터 말뚝을 다 박았다"며 측량 뒤 오세훈 후보 및 그 장인과 함께 차를 타고 식사를 하러 갔다고 했다. 진행자가 식당 이름과 메뉴를 묻자 A씨는 "안O 식당으로 생태탕을 먹은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 한 8000원인지 만 원 돈 됐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오세훈 의원이십니까? 그렇게 물어봤다"며 "그러니까 맞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부산의 어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제2의 김대업'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분노해서 왔다"면서 "(오 후보를 봤다는) 한두 사람이 나타날 것이며 차라리 나를 고소하면 그 사람들이 증인을 서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렇게 관련 목격담이 잇따르다 일행이 점심을 먹었다는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의 증언이 마지막에 나온 것이다. 식당 주인은 "나이가 좀 드신 분이 한 분 계셨고, 오 후보는 잘 생겨서 더 기억이 난다. 경작인 분이 주방에 오셔서 오 의원을 모시고 왔으니까 잘 좀 부탁한다고, 맛있는 것 좀 부탁한다고 하셨다"며 자신이 나선 이유에 대해 "식당에 오셨으면 오셨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렇게 높으신 분이 왜 거짓말을 하시나 싶어서"라고 했다. 그 아들 황모 씨 역시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면 되지 않나. 그런데 굳이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지도자로 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3월 2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고 묻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고 있다. YTN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들 다수의 증인은 오 후보가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든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언론 취재에 응해 목격담을 밝힌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들이 봤으니까 봤다고 한 것이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첫 방송 토론회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고 묻자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묘한 답변을 내놨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결과는 어떻게 나왔던가. 관계자 20명을 상대로 다각도로 수사를 벌인 검찰은 오 후보가 토론회에서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한 발언은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목격자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 2021년 10월 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혐의 불기소처분 결정서에서 "경작인, 측량팀장, 생태탕 식당 모자(母子)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세훈)가 측량 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들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가 측량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피의자의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작인, 측량팀장, 생태탕 식당 모자 등 관련자 20명을 조사하고 오 시장 쪽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토론회 발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처가의 토지 보상에 관여했느냐'는 주된 의혹을 부인하는 차원이라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 결과 오 시장이 측량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안 갔다는 발언이 허위라고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어서 불기소 결정을 했다는 얘기다. 이미 서울시장에 당선된 거물급 정치인을 두고 고질적인 봐주기식 결론을 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오 시장이 측량 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검찰은 나아가 국민의힘이 KBS 취재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4. 연합뉴스
이 같은 수사 결과에도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를 거론하며 여전히 생태탕 의혹 보도를 조롱하는 이들이 진보 진영에조차 존재한다. 오래전 일이 머릿속에 잘 안 떠오르고 디테일이 희미해지는 건 보편적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특별한 기억, 큰 줄기나 윤곽은 분명히 떠오르는 기억, 유달리 인상에 남았던 어떤 장면에 대한 기억 또한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인지심리학을 거론할 것도 없이 사람은 각자 주변 환경에 대해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법이고 단기기억이 있는가 하면 장기기억도 존재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만난 사람,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머릿속이 완전히 백지상태가 되는 게 아니다. 내가 1주일 전에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도 10여 년 전에 오세훈이라는 유명인이 눈에 띄는 차림으로 찾아와서 생태탕을 먹었다는 강렬한 인상은 장기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공통된 증언을 하고 있다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 10~20년 전 일은 무조건 기억하지 못한다면 증언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고 오래된 사건에 대한 탐문 취재나 수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KBS 보도에 무슨 문제가 있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안'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충분한 사실 확인 노력' 모든 면에서 당시 KBS 취재진은 저널리즘의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취재 및 보도를 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기자가 이 정도 취재를 하고 보도를 안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언론은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유불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그런데도 박민 사장과 박장범 앵커는 다짜고짜 해당 보도를 '불공정 편파보도'로 낙인찍고 대국민 사과라는 어처구니없는 오버액션까지 연출했다.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선거(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무수한 비판을 받는 건 정작 박 사장과 그 친위대 아닌가. 선거 때마다 공정한 심판이 아니라 직접 선수로 뛰어들어 상습적인 불공정 편파보도를 쏟아냈던 수구보수 언론들이 KBS의 대국민 사과를 대서특필하는 것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출처 : '오세훈 생태탕'이 불공정 보도라는 헛소리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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