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크리스티나 시몬 IE 비즈니스스쿨 교수 얼마 전 미국 한 명문대에서 벌어진 토론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엔지니어와 음악학자 사이에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엔지니어는 조직에 `소프트 스킬`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음악학자가 끼어들며 일명 `소프트 스킬`이라 불리는 능력들은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하드`하다고 꼬집었다. 나는 그 음악학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선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 용어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하겠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관리자(manager)`라는 새로운 직종이 탄생했다. 내부 운영부터 판매까지 조직의 다양한 업무들을 감독하고 시장의 반응을 불러 올 전략을 짤 사람이 필요해 관리자직이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당시 엔지니어 전공자들은 졸업 후 (전공에 맞는 기술적인 업무를 맡지 않고) 관리자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교에서 (미래의 관리자가 될)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 초기 MBA 과정들은 학생들이 경제학, 수학, 행동심리학 등 `하드`한 수업들을 듣도록 해 그들을 관리자로 육성하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학적인`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관리자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금세 드러났다. 사회적인 교류가 중요하기에 관리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관련 지식만으로 사람들을 관리할 수 없다. 공감능력, 소통능력, 영향력 행사 등과 같은 또 다른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때문에 (공감 능력과 같이) 측정할 수 없는 `소프트 스킬`이 화두로 부상했다. 그렇지만 사실 `소프트 스킬`이 실제론 전혀 `소프트`하지 않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공감 능력, 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을 갖추고 개발시키긴 매우 어렵다. 이러한 능력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수업에서도 배울 수 없다.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지 가능하다. 둘째, 소프트 스킬은 생산직 노동(direct labor)에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는 직원 중에는 본인의 상사가 부하직원들을 관리하는 데에는 능력이 없지만, 상사가 업무를 통해 쌓은 경력이 소프트 스킬을 보완해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비즈니스 세계는 다재다능한 관리자들을 요구하고 있다. 팀원 각각의 재능을 파악하고 팀원 개개인이 성과를 내도록 이끌 뿐만 아니라 팀원들 사이 교류를 통해서도 가치 창출을 하는 관리자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관리자들에 가져야 할 `소프트 스킬`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에 따르면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
첫째,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다. 나는 이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을 깨닫고, 어떠한 일에 대한 본인 반응을 예측하고, 본인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은 타인과 `건강한` 교류를 하는 데 기초가 된다. 다음으로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반응을 `관리`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알고 이를 컨트롤함으로써 나오는 결과가 바로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소인 공감능력(empathy)과 사회성(social skills)이다. 마지막으로 동기(motivation)가 있다. 이 기고 맥락에서 사람들의 동기는 일이다. 자신의 직업을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더 긍정적인 태도로 일을 할 수 있다. 덧붙여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커진다. 그렇지만 `동기`는 우리가 가장 컨트롤하기 힘든 요소다. 모든 직업에서 일의 의미를 날마다 찾을 수도 없다. 감성지능은 배우고 습득하기 힘들다. 적어도 전통적인 교육을 통해선 어렵다. 물론 태생적으로 감성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사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학이나 경제학 같이 `하드`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은 본인의 감성에 대한 자각을 하지 않는다. 나아가 최근 `소프트 스킬`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매우 적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이에 대한 투자를 한다. 이 모든 이유에서 여태까지 나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이제 현재 소프트 스킬이 말 그대로 `소프트`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관리자들이 습득하기 가장 어려운 능력이란 점에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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