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오직 승리만을
2008년 1월 13일 일요일,
잉글랜드 질링엄.
'첫 시합이군...'
훈 감독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락커룸의 문 앞에 잠깐 멈춰서서 생각했다.
어쩌면 빅리그로 진출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워
남은 그의 축구인생에 커다란 오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이 리딩이란 팀을 맡게 된 것은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자신이 있었다.
처음엔 잉글랜드에서 적응하는 데 꽤 힘이 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팀을 맡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강하게 이끌어나가면
또 그만큼 조금씩 변화의 모습을 보이며 따라오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특히 훈련장에서 본 선수들의 잊을 수 없는 그 독기서린 눈빛을 보면서
그는 전남의 감독으로 처음 부임하여 신화를 창조했던 그 때를 떠올렸다.
훈 감독은 이내 손에 힘을 불끈 쥐고 락커룸의 문을 열어젖혔다.
"스타팅 멤버를 부르겠습니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레프트백 J Shorey, 센터백 J vermooten, A Davies...."
이름이 불린 선수들은 축구화 끈을 확인하는 등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골키퍼에 제이미 영."
훈 감독은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긴 말은 않겠습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여러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경기를 앞둔 오늘 여러분의 눈빛은,
4년 전 K리그의 중하위권팀 전남 드래곤즈가
그해 리그 우승에 두 개의 컵을 휩쓸었을 때의 그 눈빛과 같다는 것을 저는 발견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의 승리는 반드시 리딩에게 돌아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훈 감독이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을 맺었다.
"시간이 다 되었군요.
그라운드에서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십시오."
2008년 1월 13일 일요일,
잉글랜드 질링엄 프리스트필드.
"와아아-!"
만여명의 관중이 들어찬 질링엄의 조그만 구장 프리스트필드의 분위기는
언제나 원정 경기를 할 때는 그렇듯 그다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맑은 날씨에 적당히 썰렁한 온도는 경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삐-익"
질링엄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역시 홈구장의 이점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특유의 빠른 템포를 선보였다.
전반 9분, 사이드에서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던 질링엄은 중앙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Izzet이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운좋게 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영은 여유있게 공을 잡아내었다.
리딩의 benayoun이 뒤에서 압박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반 17분,
중앙으로 공을 몰고가던 benayoun이 오른쪽의 torres에게 패스를 했고
그것을 논스톱으로 스루패스를 연결함과 동시에 스트라이커 chopra가
오프사이드 트랙을 깨면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1-0으로 전반 종료.
훈 감독의 지시가 이어진다.
"전반엔 AMC benayoun과 chopra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였습니다. 후반에도 계속 그렇게
플레이 하십시오. 후반전엔 저들이 더욱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선수비 후역습 형태로 전환하겠습니다. 최전방의 chopra 선수는 중앙선 아래로 내려오지
마시고 다른 선수들은 수비에 좀더 신경을 써 주십시오."
"삐-익"
후반전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후반전엔 예상대로 질링엄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왔다.
47분 Ivan Ania의 프리킥이 골문을 스쳤고,
49분에는 Byfield가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정신무장이 제대로 되어 있는 리딩의 선수들은 잘 버텨주고 있었다.
56분, 역습이 성공하면서 chopra가 한 골을 더 추가했다.
문전 앞에서의 판단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두번째 골이 터지자 마자 훈 감독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두골차로 벌어졌으니 이젠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바쁘게 움직였다.
질세라 질링엄의 벤치도 시끌벅적했다.
질링엄의 감독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질' 자가 4번 반복되는걸 보니 그들은 과연 질수밖에 없는 운명이다-_-;)
"야 임마! 초프라가 저렇게 날뛰도록 놔두면 어떡해! 완전히 한 놈한테 유린당하고 있잖아!
수비수 맨마킹으로 묶고 총 공격으로 나가!"
...리딩의 벤치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케빈 딜론 수석코치가 훈 감독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건넸다.
'쵸프라를 맨마킹으로 묶는답니다'
'음 그래요?'
훈 감독이 딜론코치에게 원츄
를 쌔우더니,
갑자기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른다.
"초프라가 맨마킹으로 묶인답니다! 왔다갔다 마음껏 휘저어 주시고,
Burgess와 Benayoun은 그 틈새를 마음껏 공략하세요~
"
...저쪽에서 들었는지 황당해 하는 표정의 질링엄 감독-_-;
"삑 삑 삐-익"
결국 몇 번의 공방을 더 주고받은 끝에 경기는 2-0의 리딩의 승리로 끝났다.
4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오래간만에 승리를 거둔 리딩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2008년 1월 14일 월요일,
잉글랜드 리딩.
"하하하하하! 그것 봐요 내가 한 건 한다지 않았습니까!"
리딩의 최전방공격수 초프라(chopra)는 알고보니 아주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잉글랜드 청소년대표에서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리딩의 보물과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을 방출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그에게 오기를 일으켰고
자존심 센 초프라는 보란듯이 활약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술도 아주 잘 먹었다.
지금도 승리를 자축하는 회식자리에서 5차까지 가지는 것을 겨우 끌고 나온 것이었다.-_-;
"하하핫!! 멋쟁이 감독님, 다음 상대는 누굽니까?"
"다음 상대 말인가.. 후훗 이거 공교롭게 되었는걸.
다음엔 마르커스 하네만이 이적한 팀, 코벤트리를 마데이스키 스타디움(리딩 홈구장)으로
불러들이도록 되어 있어!"
"뭐요? 그 늙다리 미국인 말입니까?
나는요, 영국인이지만 미국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질 않아요.
우리가 무슨 꼬봉입니까? 정부는 그저 양키놈들 하자는대로 맨날 비위 맞추기에 바쁘고..
내 성격에 그런건 참을 수가 없어요!
"
"푸훗, 그럼 자네가 다음 경기에서도 멋지게 골을 성공시켜 주면 되지 않나!"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
"좋아!! 노래나 한 곡 뽑아보게!!"
승리자가 된 사나이들의 행복한 노래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첫댓글 후훗 ^^ 잼잇어요 ㅋ ~ 계속 좋은글 부탁드릴께요~
정말 재밌네요^^.ㅎ 빨리 연재해 주세요.ㅎ
재미있어요~
심하게..재밌네요..ㅋ
ㅋㅋ 재밌네요
ㅋㅋ GOoD~~~ 재밌습니다~
질자 네번의 압박.. ㅡ.ㅡ;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
ㅋㅋ 정말 재미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