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모는 양띠 잔나비띠 닭띠 선후배님들 모두 다 함께 모이기로 했어요
나름대로 재미도 있을 것 같고 흥미롭기도 할 것 같아 가슴까지 살짝 설레기도 했어요.
이 세띠 모임을 다른 띠 모임과 좀 다르지요
그럴 수 밖에
우린 다 같이 친구였었거든요
어느새 70년이 다 돼가네요
당시는 전쟁을 겪은 상태에서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이었지요
우리도 피난갔다 고향이라고 찾아온 서울은 불 구덩이에서 싸늘한 재만 남은 집에
임시 움막을 지어놓고 살았지요
난 집이 왕십리라 광희 국민학교를 입학했는데
1학년 한 반에 나이가 7살 부터 10살 까지 있었으니...
지금 양띠 잔나비 닭띠 다 함께
같은 학년으로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니 지금처럼 나이 한 두살 차이로 선후배가 아니라
서로 욕을 하고 치고 받고 싸우기도 하고 또한 좋다고 어깨 동무하던
정말로 다정했던 친구였어요
그때 얘기를 잠깐 할까요
그때를 생각하면 우습기도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네요.
광희 국민 학교는 미군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우린 말 키우는 장소를 빌려 거적을
깐 땅 위에서 국어책을 펴놓고 영이야 철수야 바둑아 .~~~~
수학시간엔 셈본이 있었죠.
3년쯤 뒤에 교실로 들어가긴 했지만.
얼른 경제가 안잡힌 아이들은
월사금인가요? 사친회비인가요 이제는 이름도 잊었네요.
나도 2학년까지는 선생님께 불려갔는데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은, 양은숙 선생님께서
"언제 아버지가 오시니" 하시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해요.
그 후 10 여년이 지났는데 동생들이 2~3명이 늘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베이비 붐 시대였죠
그때 막내 동생들이 지금 후배님들이죠
저도 막내 동생이 닭띠 63살이예요.
학교만 갖다오면 이 동생은 꼭 내 등짝이 필요했어요.
업어주고 안아주고 엄마 대신 보살펴 주었지요.
수시로 엎어달라고기도 하고
얼마나 쫓아다니는지 혼자 자유 시간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동생 제대로 안 본다고 야단은 치시고...
아주 예쁜기도 했지만 미워 죽을 뻔한 동생이었죠
그러니 후배들이 어찌 띠민 갖고 상대할 수가 있나요
꼭 친 여동생 남동생 같은 것이 찐한 혈육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후배죠
당시 문화생활로는 바닥을 가마니를 깔고 천막친 곳에서 써거스를 보고
또래 애들과 홍도야 우지마라하는 신파극도 보았지요
영화로는 왕십리에 광부극장에서 장마루촌의 이발사를 볼려고 몇 시간 줄을 섰었고
고등학교쯤 되어서여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오페라를 보기도 했지만...
또한 아버지 세대는 태평양 전쟁 6. 25전쟁을 겪으셨지만
우리들은 고등학교 매일 데모로 길거리에서 최류탄 까스로 울고 다녔고
4. 19 로 대학생들의 생떼같은 주검을 보았고 그걸 구경한다도 쫓아 다니다
동대문에서 경찰이 쏜 총에 앞사람이 맞아 난 그여자의 피를 흠뻑 뒤집어 써
무서워서 벌벌 떨고 울며 집으로 온적도 있지요
5. 16 때 군인이었던 박정희는 왜 그리 멋이 있었던지...
70년간 흘러간 세월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위 세 띠님들은 다 아실거예요
후배들역시 유신 정권을 타도 한다고 데모하다 혼도 나기도 했으니
내 남동생도 데모로 징역까지 살았죠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난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옛날의 동생들을 만난듯 새롭고 정겹고
또한 세 띠방의 선배 후배님들과 공유된 한 시절이
지금은 고통의 환상이 아니요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속에 잠길 수 있는 행운이라는 것을 알기에.
또한 노인이 된 우리들에게
5670 카페 생활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공무님의 닉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어찌 오늘 모이신 분들을 잊을 수가 있을까요
우리들은 역시 행운아입니다
살아 있어 좋았고
물질의 풍요를 누릴 수 있어 좋았고
건강하기에 서로 사랑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난 오늘 선물로 볼펜 두자루, 비누 그리고 또 큰 선물
(뜯어보기 전에 잔나비 총무께 드려 속 내용을 모름)
그리고 너무나 예쁜 반지 4개를 주셔서 끼고 까불고 다녔습니다.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오늘 지하철에서 퍼온 시가 있습니다
은사시 이파리처럼 박암숙
세월이 흐른다고 다 늙을까
수백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은사시나무 이파리
저 녹색의 순수를
저 주체할 수 없는 명랑함을
저 잔망스런 웃음을 보아라
나이에 갇히지 않은 영혼은
언제나 청춘을 산다
여러분들 언제 까지나 이 시처럼 청춘으로 사시기를...
횡설 수설 막쓴 글 이해를 바랍니다 2019년 5월 18일 낭만 씀
정말로 이번 모임에 한티회장님 수림 총무님 너무 애 많이 쓰셨어요
속을 있는대로 졸이시고...
하지만 역시 잔나비는 어딜가나 잘낫습니다
인물도 재주도 열정도
멋을 알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친구분들과 후배님들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파이프문 쑤세미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선물 감사합니다
선배로서 잘 한 것도 없는데 거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선배님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감칠맛나는 후기글도 감사히 읽었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다음에 뵙겠습니다
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
정말 반가워서 안아드리고 픈 후배님
그날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좋았어요
낭만 그렇지 우리 국민학교 다닐땐 사친회비 못내어 학교 못가고
아버지 고무신 엿장수에게 주어 엿먹고 집에 못들어가고
비 새는 천막에서 숫검뎅이로 1234 쓰던시절 그래도 그시절이 그리운것은??
우리 늙어서 후회하지말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먹고 신나게 세상 하직??
낭만님 옛시절 글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 합니다
사랑해요! 우리 건강 합시다
정말로 나이는 먹어도 남자다운 남자입니다
그 열정 의리에 깜사드립입니다
언니를비롯 선배님들과 함께한 모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즐겁게 노래부르시던 모습 넘 예쁘셨습니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뵐수있기를 바랍니다 ~~♥
사랑해님 후배를 내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한없이 사랑하고픈 정겨운 분이예요 감사즈립니다
항상 친구님들 위해 애쓰시고~~저도 시간내서 얼굴뵈러 가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까마콩님 안녕
후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저의 홍복입니다 언제 같이 동행하기을 바랍니다
낭만 선배님은 몇번 뵙지 못했지만 늘 즐겁게 보내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잠시 들렀다 갑니다~ㅎ
안녕하세요 고운길 후배님
전 약간 모자라서 그렇게 살아요
저 후배님 보면 좋아서
안아드릴 거예요
하루 하루 즐겁게 사세요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