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지리산 둘레길로...
지리산 둘레를 걷는 길이 생겼다. 아직 지리산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하지만 남원시 주천에서부터 인월, 함양 마천면을 거쳐 산청군 금석면 수철마을에까지 칠십여킬로미터의 둘레길이 먼저 트였다. 오로지 사람의 발로만 걸을수 있는 길로....
8월이 저물어가는 주말에 금요일과 월요일을 추가해 3박 4일 휴가를 맞아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마침 8월 28일에는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에서 함께 하는 길동무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라 참가 신청을 하고 애벌레 선생님의 인솔하에 십여명이 같이 길을 나섰다.
남원시 인월면에 있는 지리산 안내센터에서 출발 준비를 끝낸 참가자들
중군 마을 - 마을 주택의 담벼락에 얼마전 벽화가 그려졌다. <전투 군단 편성에 있어 전군(前軍), 중군(中軍), 후군(後軍)이 있고 따로이 선봉부대가 있는 것이니, 그중의 중군이 임진왜란 때 이곳 마을에 중군(中軍)이 주둔한 연유로 인해 마을 이름을 중군리(中軍里) 또는 중군동(中軍洞이)라 불리어졌다고 한다. 중군마을은 본업인 농사 외에도 잣과 송이 채취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를 지나도 비가 오지 않으면 동네 부인들이 머리에 키를 쓰고 마을 앞 냇가에서 통곡을 하면서 무제를 지낸 풍습이 있던 마을이다. - 지리산길 홈페이지에서 발췌>
수성대에서 잠시 탁족을 하며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서는 길동무들
황매암 입구에서 애벌레 선생님이 지나가던 물뱀을 잡아 뱀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설명을 마친후 뱀은 풀숲에 놓아 주었다.
둘레길 곳곳에서 만날수 있는 주민들의 경고문 -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으나 주변의 농산물과 임산물에 제발 손을대지 말아달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문이다.
장항마을 당산이다. 당산나무로는 흔치않은 소나무인데 보호수로 지정까지 되어있다. 당산소나무를 지나 조금더 내려서면 장항마을 쉼터가 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을 싸온 사람들도 있고, 쉼터에서 라면을 사먹은 사람도 있었다. 난 준비해간 코펠과 버너로 밥을 해서 참가자들과 나누어 먹었다.
중황마을 쉼터 애벌레를 비록한 지리산둘레길 길동무들은 이곳에서 모두 걷기를 마치고 돌아간다. 나, 같이 간 친구, 새로운 청년 두 명, 이렇게 네명이 길을 계속간다.
등구재를 넘어 만나게 되는 무인가게 길에서 새롭게 구성된 네명의 길동무들이 이곳에서 맥주를 한캔씩 마시며 쉬었다 갔다. 냉장고 없이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대야에 흐르게 해놓고 그속에 캔음료 몇개와 맥주가 있더라. 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가게 치고는 가격이 싸지는 않더라.
창원마을을 내려서서 의중마을로 가는 길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만난다. 원래 고양이는 매우 도도해서 자신의 주인에게도 잘 복종하지 않는데 이 고양이는 초면인데도 나를 너무나 잘따르더라. 배가 고픈것 같아 가지고 있던 삶은 계란을 주니 너무 맛있게 잘 먹는다. 한참을 같이 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저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첫 날은 애벌레님이 소개해준 의중마을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주인이 손수 지은 황토집도 좋았고, 주인 형재들과 함께 한 삼겹살에 소주와 더덕주도 참 좋더라. 무엇보다 길동무가 된 두 청년도 좋았고...
둘째날인 8월 29일 일행들은 모두가 늦잠에 빠져있다. 혼자 아침 일찍 일어나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다녀왔다.
서암정사는 전체적으로 중국풍의 느낌이 강하다. 용왕단을 위의 사진과 같이 꾸며 놓았더라.
벽송사 전경이다. 십여년 전에 와본 벽송사는 많이 변했더라. 흰색의 화강석 축대가 초록의 지리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축대의 기왓장과 배롱나무 꽃이 어우러진 벽송사 원통전
주불전의 퇴칸 마루 모습이다. 일반적인 사찰의 대웅전과는 다르게 전면과 양 측면이 퇴칸 마루로 되어 있다.
원통전 올라가는 계단의 중앙 소맷돌 앞 조각 연꽃이 양각으로 잘 조각 되어 있다.
새로 지어진 건물의 귓기둥 부분이다. 목부재의 갈라짐 방지를 위해 마구리 부분에 한지를 발라 놓았다. 목수의 사려깊은 맘이 느껴진다.
둘째날 아침을 먹고 민박집을 나서며 반대편 채석장을 찍었다. 채석장에 엄청나게 큰 불상이 조각되고 있다. 채석 후 산을 다시 경사지게 복구해서 나무를 심어야하는데, 그 대신 수직벽에 불상을 조성하는 것이라 한다. 채석장의 정리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지역의 명물을 만드는 것이라 많은 사람이 좋아 한다고 하더라.
처마 아래 간대를 걸어 옥수수를 말리고 있는 초가을의 농촌 풍경이 너무나 정겹다.
세동마을을 향햐다가 아스팔트에서 나도 뱀을 한마리 잡았다. 길동무였던 대학생들에게 뱀의 생태에 대해 알려주고 풀숲으로 놓아주었다.
세동마을 쉼터에 피어있던 꽃이다. 마치 종이로 만든 꽃인 지화를 보는 듯 하더라. 이 꽃의 이름을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길 바랍니다.
세동마을 뒷편의 소나무 쉼터
지리산 둘레길이 끊겨 있다. 인월에서 벽송사까지가 한구간이고 다음이 벽송사에서 세동마을을 거쳐 동강마을까지이다. 올초부터 벽송사에서 세동마을 뒷편 소나무 쉼터까지는 산길이 다시 막혔다. 이 구간은 개인소유의 산인데 길을 걷는 사람들이 길을 벗어나 임산물을 채취하는 일이 잦아서 폐쇄되었단다.
의중마을에서 첫째날을 보내고 일찍 벽송사와 서암정사를 둘러본 후 둘째날 길을 나섰다. 큰길로 나와 히치를 해서 세동마을 입구까지 갔다. 우리 일행을 태워 주신 50대 후반의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세동마을까지 1.6km, 세동마을에서 소나무 쉼터까지 다시 1.3km를 갔다가 원점회귀해서 운서마을, 동강마을로 가야한다.
세동마을에서 문제가 생겼다. 소나무 쉼터로 올라가는 표지판을 지나쳐 한참을 더 올라간것이다. 아무리 가도 표지판이 없어 벌초를 하러 오신 마을 어르신께 여쭈어보니 다시 삼십여분을 내려가란다. 세동마을로 다시 내려와 마을정자에서 쉬었다가 길을 확인하고 소나무 쉼터로 올랐다. 소나무 쉼터로 오르는 표지판이 있기는 한데 잘 보이지 않는 곳이어서 길의 오른편에도 하나더 설치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소나무 쉼터에 오르니 길을 잘못들어 생긴 짜증이 한번에 없어진다. 너무 좋더라. 소나무와 앞의 전경이...
세동마을 정자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내려오는 길에 아까 쉬었던 세동마을 정자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동강 마을 팽나무 쉼터 - 바위를 그대로 두고 곡선으로 쉼터를 잘 조성해 놓았다. 운서마을과 세동마을까지는 길이 힘들지 않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논과 밭들 사이론 난 길은 걷기에 좋더라 세동마을에 도착하니 네시. 전날 부터 함께 했던 두 청년은 서울로 돌아가고 나와 친구만이 호젓한 둘레길을 나선다.
오래된 팽나무
길동무들과 헤어지며... 동강 마을에서 하루 반동안 같이 길을 걸었던 길동무 두명과 동강마을에서 헤어진다. 홍익대 경영학과 동기인 이들의 밝음이 참 좋더라. 이들과 스무살 차이가 났지만 함께 길을 걸었던 이틀간 나와 그들은 친구였다.
지리산 인근에서 벌어진 역사의 아픔의 흔적도 본다. 산청, 함양 양민학살이 6.25전쟁과 직후에 있었다. 그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이다.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의 전경 추모공원이 있는 방곡마을에서 두번째밤을 지내기로 했다. 방곡마을에는 민박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 없어 그냥 빈방에 하룻밤 신세를 졌다. 방만 있고, 수도는 개울물을 이용하고, 화장실은 주변의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미리 숙소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왔으니... 일찍자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길은 나선다.
마지막날 길을 나선지 한시간여만에 만난 상사폭포
상사폭포 아래 바위의 모습 - 마치 뱀의 등무늬를 보는 듯 하다.
수철 마을이 가까워진다.
수철마을에서 본 고구마 꽃.
수철마을에 도착하니 열두시도 안 되었더라.
잠시 버스정류소에서 다리쉼을 하다가 히치를 했다. 다행히 산청읍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동네어르신의 차를 얻어 탈수 있었다. 산청읍 버스정류장 앞 중국집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랫만에 먹는 자장면의 맛이 일품이더라.
산청에서 함양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함양에서 인월까지 완행버스를 이용해서 인월로 원점회기했다. 지리산 안내센터에 들러 인사를 하고 영주로 왔다.
이번에 걷지 못한 주천-운봉-인월구간은 시월중으로 시간을 내서 다시와야겠다. |
출처: 허경도 원문보기 글쓴이: 토마토
첫댓글 좋은경험 하셨네요. 저도 어제 지리산 둘레길 매동-금계 구간 다녀왔답니다. 둘레길이고 편한 길이라 생각해서 긴장하지 않고 갔떠니 지금 온몸이 쑤시네요. 저도 나머지 구간은 주말을 이용해서 한번씩 다녀와야겠습니다^^*
언제 보아도 또 가고싶은 고향같은 사진같은 사진입니다 금계 에서 동강 구간을 가다가 벽송쪽부터 안내표시가 눈에 잘 안띄고 벽송사뒤로 넘어 송대마을 까지 구간에도 여려 갈릴길이 나오지만 푯말이 없어 감으로 송대 마을까지 갈수가 있었습니다 송대마을에서 밑에 길로 내려가지마시고 마을 옆에 길이있더군요 이때 물어 가야됩니다
한참을 돌았습니다. 그냥 벽송사에서 송대마을로 넘어갈것을.... 중간에 길이 끊기니 매우 불편하더군요.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니 지리산둘레길 서서히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여긴 내고향인디 잘다녀오셧군요 .
기회를 잡아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