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이 의원은 이런 항의에 “죄송하다”며 전후 사정과 취지를 설명하느라 바쁘다. 본인에게 뿐 아니라 의원실로도 항의 전화가 온다. 국정원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12월31일을 전후해서는 보좌관들이 항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지역구(경북 김천) 유권자들뿐 아니라 여야가 합의 통과시킨 국정원 개혁안에 비판적인 보수성향 인사들도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이 의원은 국회의원 300명중 유일하게 국정원 출신이다. 그는 국정원에서 2급 간부까지 지내고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2008년 18대 총선때 정계에 입문했다. 이번에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한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의원이 항의를 받는 건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국정원 개혁특위는 연말연초 여야 합의로 국정원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를 통과시켰다. 핵심적인 것은 국정원 IO(정보관)의 정부기관, 국회, 정당, 언론사 등에 대한 상시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예산 통제권도 강화했다.이 의원은 전화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개입 금지를 명분으로 국정원 기능을 제한하고 발목에 족쇄를 채워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특위 위원으로서 잘못된 개혁안은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이 의원은 “요즘 나는 후배 국정원 직원들과 전화통화도 못하고 있다. 후배들 안부 물으려고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알고보니 국정원에서 정치인하고 통화를 하면 감찰실에 보고를 하는 제도를 만들어놨더라. 통화 내용까지 다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 하지 않으면 징계도 받게돼 있다더라. 오해 받기 싫어서 내 전화를 안 받는 것이다. 그 정도로 정치개입을 하면 안된다는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국정원 개혁안의 문제가 뭔가.
“국정원이 정치 개입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가 정보기관의 손발을 묶는 내용들이 통과 됐다는 게 문제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북한의 권력 지형이 요동치고 일본과 중국 등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런 위태로운 환경에서 정보기관의 역량은 국가 존립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 정치개입을 금지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국정원의 기능을 제한하고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
“IO(정보관) 국가기관 출입금지 정보수집 능력 심각한 타격”―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문제인가.
“IO의 국가기관 출입 금지는 심각한 문제다. 정보관의 국가기관 상시 출입을 금지시킨 것은 국정원의 정보 수집 능력에 큰 타격이다. 대체 어느 나라가 정보 기관의 출입을 통제하는지 묻고 싶다. 대공 정보 수집을 하는데 출입을 안 하고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예를 들어 국회는 대북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대북 정보가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주요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외국의 정보기관들도 우리 국회에다가 시민단체, 언론 등을 가장해서 정보요원을 수시로 들여보내고 있다. 외국 정보기관의 PA(Primary Agent·민간인 보조요원)도 많이 활동한다. 아마 북한도 그렇게 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보기관의 출입을 금지한다는게 앞뒤가 맞는 이야기인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정보관들의 국가기관 상시 출입 금지를 법에 명시했다. 법에다 명시해 놓으면 출입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이른바 ‘길거리 정보 활동’도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회 근처에서 국정원 직원이 보이기만 해도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불법’이라고 문제 삼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아예 출입하기가 불가능해진다. 합법적 활동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심각하다. 대공 활동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국회 내에서 이석기 사건 같은 것이 다시 발생하면 누가 막을 것인가.”
“정보기관 예산 공개는 국정원 능력 노출시키는 것”―국정원 예산 통제권을 강화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정보기관 예산을 공개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번 개혁안은 국정원이 세입·세출 예산을 요구할 때 총액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요구하도록 했다. 또 다른 기관에 계상할 수 있도록 한 예산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이 예산의 실질심사에 필요한 세부 자료를 정보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국정원 예산 규모가 사실상 공개될 수 있다. 예산의 규모가 곧 정보능력 규모와 직결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예산이 노출될 경우 국정원 조직 및 인력 규모, 정보활동 방향과 능력이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
- 2013년 12월 31일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정세균(왼쪽) 위원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특위는 이날 국정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가 예산을 통제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현재 국회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정보기관 예산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민감한 정보활동을 회계감사원(GAO) 감사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연방법에 명시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보기관은 GAO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이 외국 정상들을 도청해서 큰 문제가 됐지 않나. 당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서 ‘외국 정상 감시는 첩보의 기본’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처럼 세계는 노골적인 정보전쟁의 시대인데 우리만 족쇄를 채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그렇다면 특위 위원으로서 왜 막지 못했나.
“솔직히 한계가 있었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특위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애초에 정치적 합의로부터 출발했다. 올해 안에 입법해야 한다는 여야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숙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게다가 야당에서 이 문제를 전혀 상관 없는 예산안 의결과 결부시켰다. 국정원 개혁안에 합의해주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도 없다는 식이었다. 저를 포함해서 당내 여러 의원들이 준예산을 편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만큼은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한계가 있었다.”
―국정원이 개혁 빌미를 준 측면이 있지 않나.
“사실 국정원이 그동안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렇게 이름을 바꿔가면서 많은 개혁을 했다. 또 국회에서 정보위원회를 만들어 감시하고 정치개입에 대해 가중처벌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것은 과거 권력기관으로서 정치에 숱하게 개입한 일종의 ‘업보’라고 생각된다. 이제 국정원도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그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국정원이 과거 권력기관의 업보를 벗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는 대공수사 모르고 하는 말”국정원 개혁특위 활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번 통과된 개혁안은 1차 개혁안이었을뿐 굵직한 문제가 또 남아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 국내 정보수집 기능 축소 등 더 민감한 사안들이다. 벌써 여야 공방이 뜨겁다. 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대공수사권 폐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진통이 클수밖에 없다.이 의원은 대공수사 기능 폐지 주장에 대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에 대해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폐지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이관하자는 주장인데.
“말이 안된다. 검찰이나 경찰이 하는 대공수사는 결과를 갖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중요한 것은 목적을 갖고 한다는 데 있다. 간첩을 잡아내기 위해 꾸준한 정보 수집과 수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간첩을 적발한다고 해서 바로 잡지 않고 더 큰 뿌리를 캐기 위해 추적만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잡았다가 풀어주기도 하고 공작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정보와 수사, 공작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대공수사를 검찰이나 경찰에 이관한다는 것은 안된다.”
―남은 2개월간의 국정원 특위 할동 기간 동안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인가.
“이제는 국정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위 차원에서 테러 방지 활동을 위한 대테러방지법과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 테러는 국제적인 문제이며 우리나라도 테러에 있어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 법을 만들어야 한다. 휴대폰 감청도 합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특위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볼 것이다.”
첫댓글 국회를없앨까요?
국정원을없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