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4일 일요일.
대한민국 마라톤 마스터즈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거쳐가야할 마라톤의 성지 "춘천".
머언 먼 부산에서 밤 3시에 출발, 아니 집에서는 2시겠지. 그럴려면 잠도 못자고 설치고 하다가 나오겠지. 그러면서도 몇달 동안 끙끙거리면서 춘천의 노이로제를 받아가며서도 잘도 참아왔다고 자부하면서 인제는 그 노이로제에서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어그적 거리면서 나오고 있겠지.
남들이 그러할 때..
여기 그 여유로운 달림이들이 있었으니...
금정산에 호랑이는 없지만 그래도 토끼는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춘천 마라톤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있었다면 금정산악 마라톤은 소박함(아마 200명 이내쯤)과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던 좋은 풍경화 같은 가벼운 마당이었던 것 같다.
김상근 선배님과 윤석환 선배님은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9시부터 시작한다고 하길래 또한 현장접수를 할려면 좀 빨리 나오라는 말에 8시 10분에 가니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다. 산악제이다 보니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만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고서는 인제 부시시 일어나고 있다. 산악 마라톤은 한다는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고 달랑 조그만 현수막 하나만 펄렁이고 있을 뿐이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래서 다시 차로 되돌아와 시간을 죽이자고 하던차에 어디서 본 얼굴...강용철 - 구석구석 잘도 찾아다닌다.ㅎㅎㅎ
40분 쯤이 되어서야 나누어 줄 기념티와 배번들을 박스에서 꺼내 챙기고 있다. 아무리 산악제의 한 프로그램으로서 마라톤이지만 이건 너무 여유가 심한것 같다. 본부에서는 각 산악연맹에서 온 자원봉사자를 아무리 불러도 오지도 않고...
그래도 꾸역꾸역 달림이들은 모여들고 또한 큰 대회라면 벌써 고함소리 나오고 육두문자가 오고갔을 법도 한데 어느누구도 말이 없다. 그냥 대충 본부근처에서 어슬렁거릴 뿐이다.
그뒤 얼마지나 누가 그런다. 10시에 출발이란다. 으~~~~악!
그러면 그렇지.
누군가 그제서야 한마디 한다. "9시 출발이라고 분명히 인터넷하고 책자에 쓰여있는데..."
본부왈 : "9시에 모여서 우짜고 저짜고..."
그래도 아무도 말 한마디 안하고 시간 죽이러 간다. 차로 가는 사람. 운동장 도는 사람. 본부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사람.
윤양효 교수님도 그새 참여하시고. 그래도 이미 온다고 하신 두 분이 안오신다.
9시 넘어서야 울트라이후 몸 조리가 끝나셨는지 김상근 선배님이 오신다. 그 인상 그대로...웃으시면서.
"10시 출발"이라고 하니 "9시 30분으로 알고 있는데"라고 한수 더 뜨신다.
할 수 없이 운동장 몇바퀴 걷고 있으니 또 갑자기 9시 4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뭐! ?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려서 안되겠다나, 어떻데나. 여하튼 참으로 이상하다. 그래도 아무도 말이 없다.
근데 불현듯이 떠오르는 걱정, 방금 강용철이 차에 한숨 붙이러 간다고 갔는데 차에 있으면 모르쟎아.
찾으로 내려간다. 전화도 안 받고(하기야 자고 있으면 받을 수도 없지..) 까만 차든가, 흰차든가. 소타탄가. XG인가? 그냥 비슷한 차 안을 보고 자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를 찾아본다. 아무도 없다.
할 수 없지.
출발선으로 가니 "아니, 인간이 몸풀고 있쟎아!" 어이구 ~~
얼마전에 윤석환 선배님도 차를 저`~~밑에 세우고 벌써 이 오르막을 열심히 뛰어 오시었다.
출발 도장을 가슴팍 베번표에 '콱' 찍고 :호원 효원 힘!"하고는 출발.
<무명안부>까지 가는길은 급경사이다. 좁은 등산길로 가는 코스라 뛸 수도 없고 일렬로 가다보니 앞 사람을 추월할 수도 없다. 다만 앞 사람따라 바삐 걸어 올라갈 뿐이다.
무명안부 끝에는 승학산 만은 못해도 그래도 억세풀 모양을 갖춘 제법 넓은 지역이 나타난다. 그래도 마라톤 대회랍시고 감상할 여유도 없이 인제 금정산 능선을 따라 동문까지 내려칠 자세를 갖추고 또 도장 한번 가슴팍에 '콱' 박는다. 단축코스와 정규코스의 갈림길이다.
동문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전속력으로 달려보려 하지만 무더기로 올라오는 가을 산행객에 막혀 위험하기 그지 없다. 스스로 옆으로 비켜주는 분, 응원해 주시는 분, 자기들끼리 대단하다고 속삭이는 분, 역시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몸이 다르다고 숙덕이는 분. 이런 모든 소리들이 들리다니? 여유가 있어 그런가...
동문앞에서 또 가슴팍에 도장 찍고 '차씨집'인가? 옆으로 포장된 골목길을 따라 신나게 산성마을로 치고 내려간다. 아무도 안보인다. 하기사 몇 안되는 총인원에 또 갈림길에서 단축과 나뉘었으니 또한 아마도 1/3선 앞쪽이다 보니 아무도 안보이는게 당연하겠지. 쫌 쪽팔린다. 많이 같이 가면 그래도 쫌 나을긴데 혼자 뛸려니 그래서 더 빨리 산속으로 들어가고자 걸음을 빨리한다. 금성초등학교 앞에서 학생수련원 가는길은 계속적인 오르막 코스이다. 한 낮 햇볕에 넓은 시멘트길, 계속되는 오르막 제법 힘들다. 그래도 죽어라하고 땀 좀 뺄 요량으로 꾸역꾸역 올라간다. 드디어 오르막을 다오르고 내려갈려니 다시 천주교목장 쪽을 올라가랜다. 역시 가슴팍에 확인 도장 '콱'하니 박아주고는...
조금은 경사도가 낮아지는가 했드니 에라이 또 각이 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산길에 흙길에 오르막이니 쫌 낫다. 그러나 끝내 북문 정상까지는 다 뛰어오르지 못하고 두번을 결국 걸었다. 좋은 핑계(아참!, 무리하다가 다리 몽치면 경주 망친다.) 거리도 있겠다. 얼마나 걷기 좋은가. 시계를 본다. 아마도 춘천이 11시 출발이니까 지금쯤 출발하겠구만 생각하니 작년에 마지막 지점에서 걷고 있던 생각이 씁쓸하게 난다.
윤교수님을 뒤로하고 북문에서 고당봉 밑 샘터까지는 등산객들과 같이 걸어 갈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샘터에서 옆으로 빠져 양산 방면 금샘있는 방향으로 철탑이 있는 방향으로의 길은 숲길로 그래도 뛸만한 길이다. 뛰어간다.
철탑에서 또 도장한번 박고는 곧장 아래로 범어사 방향으로 치기 내려가는데 길이 매우 험하다. 만약 발목이라도 삐거나 미끄러져 긁히면 끝장이다 싶어 조깅수준으로 내려가는데 몇몇 달림이는 전속력으로 내려간다. 너무 위험해 보인다.
처음 와보는 길이다. 맨날 범어사에서 오른쪽으로만 북문을 갔었는데 여기도 길이 있구나.
범어사 경내를 거쳐서 매표소 앞을 거쳐서 오른쪽을 내리쳐오다가 상마마을로 올라간다. 아마 마지막 오르막이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또...앞에 많은 달림이들이 지나가다 보니 인제는 많은 등산객들이 응원을 해준다.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도하다가 결국 들켰다. 아는 사람에게 결국 들켰다. 사람아닌 모습으로...
거리표지가 없고 처음 가는 길로 접어들다 보니 얼마나 남았고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도장을 박는데 도장 찍는 사람 왈 "이 분도 도장이 많을 걸 보니 정규코스구만요" "300미터 남았습니다." 엥! 얼마 뛰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9키로를 다 뛰었단 말인가. 그제서야 시간을 보니 1시간 50분이 다 되어간다.
들어서는 제일 위쪽의 외대구장 입구에는 제법 들어오는 주자를 위한 안내주로도 설치되어 있고 번호도 부르고 박수도 쳐주고한다.
마지막에 누구를 추월해볼려고 하는 마지막 피니쉬도 없고 시계를 급하게 누르는 사람도 없고 완주의 기쁨을 표시할려고 손을 번쩍드는 사람도 없고 그냥 웃으면서 그냥 그렇게 근처 친구집에 마실 나갔다가 집에 오는 사람들 같다.
클럽들의 장황한 준비도 없다. 그냥 혼자서, 둘이서, 집사람하고, 친구 몇몇이서 그렇게들 왔다 간다.
메달, 완주증, 빵, 두유, 수건, 티 한장 받아들고는 끝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간단히 시작하고 간단히 끝남이 좋다.
마치고 바로 앞 나무밑 터에서 국수, 찌짐, 막걸리 한잔 걸치고 갈 수 있음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5명의 금정산악마라톤은 끝이 납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계산은 어느분이 하고 심부름은 누가 다하고 해서 저도 뭔가 해야될거 같애서 올립니다.-
첫댓글 크로스 컨트리의 묘미를 한 껏 맛보셨구만요.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같이 한번 뛰고 싶게 만드네요. 기회된다면 길 안내 한번 부탁드립니다.
너무 꼼꼼히 읽지마라, 시간없다. 10월 맞습니다.
박선생, 내가 없는동안 부산 지키느라 수고많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