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발부터 기분이 왠지 상큼하다.
운봉-인월 구간의 국도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연재를 힘겹게 넘어 운봉에 도착하면 인월. 산내. 마천까지는 그냥 쫙~뻗은 평길이다.
인월읍내를 지나 산내쪽으로 방향을 틀자 곧 일성콘도가 나온다.
여기가 매동마을 입구란다.
매동마을회관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다.
9시 15분. 드디어 출발이다.
가슴이 설레인다. 부푼가슴을 안고 발걸음은 가볍게.
올해는 유난히 주말에 무언가를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집에 그냥 박혀 있거나... 일을 했거나. 딱히 기억 나는 사건도 여행도 없이 지나간듯 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더욱 새롭다.
오랜만의 여행인것만 같아서.
처음은 아스팔트길로 좀 힘겹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30분이 가장 힘들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준적이 있다.
맞다. 처음 30분동안은.. 그냥 집에가? 조금만 참자.. 아.. 힘들다. 집에가고싶어.. 라는 유혹이 가끔 들때가 있다.
본격적인 숲길이 나타났다.
여기서 대구에서 오셨다던 40대 남자 2분 여자 1분을 만났다.
주말마다 지리산길 구간을 다니셨다고 한다.
오늘이 3번째라고...
멀리서도 이렇게 찾아오는데 30분 거리인 이곳을 나는 이제야 와본다.
이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간다.
이분들 참 좋은 분들이었다.
한가지 안타까운점이 있었다면... 그 일행분중 한분은 대중가요를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셨는지 산행중 내내 핸드폰으로 음악을 키고 다니셨다.
난.. 산에 오면 바람소리.. 바람에 풀부딪히는 소리. 풀벌레소리가 더 좋다.
하지만 사람 취향이 다 다른걸..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것은 아니니.. 별말없이 그냥간다.
이분들과 같이 길섶갤러리에 들러 같이 커피를 마셨다.
산속에서의 잠깐의 여유. 그림같은 그곳에 길섶이와 길순이 진돗개 두 마리를 같이 키우고 계신 주인아저씨.
찻값은.. 알아서 상자에 넣어놓고 온다.
차 향기가 좋았다. 설탕도 유기농 설탕인듯... 흰설탕이었지만 심하게 정제하지 않은듯한.. 몇 번을 찍어먹고 왔다. 아.. 설탕은 역시 달콤했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설탕중 가장 맛이 좋았다. 생각해 보니 커피보단 설탕에 사심이 더 있었나보다.
커피를 마시고 이곳에서 대구에서 오신분들이 후르츠칵테일에 얼려온 우유를 말아주셨다.
이건... 음... 회식때 몇번갔던 단란한곳에서 가끔 나오던 안주였다 ㅎ
맛있었다. 무엇보다 얼린 우유가 더운 날씨탓에 녹아 있어.. 샤벳처럼~ 입안을 감도는.. 맛이 일품이었다.
정리하고 다시 출발~
이제 종종 음식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길 곳곳에 천막을 쳐놓고 막걸리에 파전.. 비빔밥등을 팔고 있다.
첫 번째 가게에서 약간 흔들렸으나.. 음.. 같이 간 일행이 잘하고 맛난집을 아신다고 해서 따라갔다.
몇 번의 천막음식점을 지나 도착한 곳.
포스부터 남달랐다.
큰 나무 그늘을 기둥삼아 밑에 평상이 있고 평상밑으로 작은 개울이 시원스레 흐른다.
작은 개울이지만 물길이 제법 세차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테이블을 꽉차있고 서있는 사람도 여럿이다.
청국장 찌개를 주문하고 혼잡함과 짧지않은 기다림속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은 옆테이블 분들이 막걸리를 권한다.
한잔 두잔 받아 먹고.. 다른 아주머니는 고구마도 먹으라고 주신다. 서로서로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괜히 뿌듯하다.
밥이 나오기전에 배가 부르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우리앞에서 밥이 똑 떨어져서 밥을 새로 하는중이라 밥이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옆자리에 앉았던 또다른 분이 막걸리를 우리에게 권하시고선 한잔 드시고는 가야 한다고 자리를 뜨셨다. 손도 안된 안주가 담겨있던 술상이 다 내차지가 되었다.
처음에 만났던 대구 일행분께서 꼬마 맥주를 한캔 주시고 그분들은 길을 먼저 떠났다..
막걸리 3잔에 맥주 한캔.. 알딸딸하다.
그 많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빠지고 일행과 나 둘만 남았다.
여유롭다.. 큰 나무밑의 평상에 자리를 잡은 우리일행.. 이곳에서 한잠 자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밥은 한참있다 나왔다. 가게 옆에 밭이 있는데 쌈채소들을 여기서 공수하셨다.
참 인심 좋으셨던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인상깊었다.
꼬들빼기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 파실수 있냐고 일행이 여쭈니 판적이 없으니 그냥 조금 싸주겠다고 하셔서 조금 얻어 왔다.
오랜 휴식 끝에 다시 길을 나선다.
등구재를 넘는다. 거북이 등과 같다고 해서 등구재란다.
등구재를 넘으면 전라북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간다.
오랜만의 여유로운 산행이다.
가다가 쉬다가.. 바람과 놀다가..
지리산길을 걸으니 이곳에 유난히 호두나무와 고사리밭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을 타기 쉽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매동마을 초입부터 크고작게 써있던 밭 주인들의 경고문이 생각이 난다.
-손대지 마세요. 농작물에 피해가 갑니다.- -할매가 뿔났다잉~- -농작물에 손대지 마세요!!!- 등등의 경고문.
길을 내어준 마을 분들께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듯해서 마음이 안좋았다.
우리야 한두개 따가는 것이겠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것이다.
보다 성숙한 의식의 산님들이 많이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힘에 부쳤다. 완젼 등산코스였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다. 헉헉대며 부지런히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마을.
오후 3시경 금계마을에 도착해 버렸다. 중간에 길섶갤러리에도 들러서 놀다오고.. 점심 먹는데도 시간을 꽤나 많이 소비했는데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일행과 내가 살짝 당황했다.
살짝은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금계마을에 -나마스테-라는 찾집에 가서 솔잎효소차를 한잔 마신다.
솔향기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민박집에서 운영하는 찾집이었다. 테라스에 의자를 두고 천왕봉과 제석봉. 중봉등을 바라볼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찻값도 너무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커피와 녹차는 천원. 세작은 2천원. 솔잎효소차는 3천원. 컵라면도 팔았다. 천오백원.
=나중에 혹시 이 길을 지나가시거든 우리 지리산님들도 꼭 한번 들려보길 바래요. =
이 민박집과 찾집이 너무 맘에 들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이 민박집에 꼭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민박집은 아들과 어머니가 운영하시는듯 했다.
고추를 손질하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고추를 이~~~만큼씩 주셔서 또 가방에 싸가지고 왔다.
꼬들빼기에 고추에.. 이번여행은 얻어가지고 온것들이 많아서 더 기분이 좋았다.
같이간 일행은 점심먹은 곳에서 청국장도 구입해서 가방이 올때보다 더 무거웠다.
차 한잔 마시고 그곳에서 한참을 놀다가 차시간 맞춰서 버스를 타고 다시 매동마을로 돌아와 집으로 왔다.
내 맘대로 정한 이번여행의 모토는 여유로움이었다.
아직은 여름 끝자락이라 나무가 없는 길은 많이 더웠다. 조금더 깊은 가을이 오면, 가을향기가 코끝을 스밀때가 오면 이 길이 더욱 아름다워질것 같다.
좋은길을 좋은님과 함께 걸었다.
지리산이 인연을 맺어주신 좋은 님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향기로운 분이라는것이 느껴지는 분.
습관처럼 배려가 몸에 배인분.
사람에게는 각자의 향기가 있다고 한다.
갓 뽑은 원두커피처럼 쌉쌀하면서 달콤한 향을 풍기는 이분.
30대인 내 피부보다 더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계tu서ㅠㅠ 살짝 부러운 이분.
지리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좋은분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래도 지리산 산신령님께서 날 잘 봐주셔서 멋진분들을 내게 보내주셨나보다.
좋은님. 감사합니다^^*
좋은산행 종종 같이해요^^
우리 향기로운 인연 오랫도록 이어가요^________^*
첫댓글 사진이 배꼽으로 보여요. 확인하시고 다시 올려주세요.궁금해요^*^
사진이 배꼽으로 보여요.^^ 아주 간만에 들리셨네요. 여유롭게 즐거운 산행 다녀오신듯 하네요.언제 지리에서 한번 뵈요. 저도 그 동네 사는데..^^*
음... 사진은 수정했는데 여전히 엑박이라서 삭제했슴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올릴께요^^
나두 따라 갔어야하는데...아쉽다
지리산은 산속으로 들어가도, 산위로 올라도, 산아래를 돌아도 어디를 가도 좋은것 같습니다. 우리 마을은 지리산국립공원내에 있는 마을로 지금 열심히 옛길을 복원하려고 산길을 다듬고 있으니 좋은님 많이 다녀가시길............
언제 한번 꼭 다녀와야겠습니다.
가까운곳에 사셔서 부럽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