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온통 어둠이다. 인적도 없다. 저멀리 산허리에서 희미한 불빛이 반짝인다. 도깨비불인가 보다. 마을 어귀 작은 곳간 옆에서 우리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말없이 가장 먼 별을 보고 앉아 있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긴 침묵이 어색했는지 가장 가까운 별 하나가 우리에게 뭔가 속삭이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말 수가 적은 나는 조심스럽게 숨만 쉬고 있다. 나의 들숨에는 열정이 날숨에는 갈망이 담겨 있다. '수'라는 이름의 그녀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내 얼굴에서 욕망을 읽었는지 옷깃을 여민다. 하늘에선 별들이 부끄러워 말라고 속삭이고 있고, 우린 별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문 열린 곳간 밖에서 망설이고 있다. 그 망설임은 열정과 갈망의 이름으로 포장된 욕망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도도히 흘러가는 현실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밤을 새운 욕망은 아침이 되자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지고 어지러운 하얀 현실이 나타난다. 내일도 이 곳간에는 어김없이 밤이 오고 새벽이 올 테지만 별들은 잠들지 않겠지.
첫댓글 욕망과 갈망마저도 망설이게 하는
현실의 강물이란 어떤 걸까요?
저도 궁금했는데 여쭤 보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세상에는 할 수도 있지만, 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그게 뭔지 상상에 맡깁니다. 그리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은 읽는 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욕망과 갈구의 순간들 이제 다 지나간 한여름 밤의 꿈이지요
그토록 열망과 갈급에 목말라 했던 그 시절이 젊은 날이 였다는걸
그렇습니다. 지나간 한여름 밤의 꿈. 그래도 또다시 여름은 옵니다. 미래의 한여름밤의 꿈을 꿔보는 건 어떤까요? 몸이야 늙어 가지만 꿈은 늙진 않겠죠.
다 잊여지고 새롭게 태어 납니다.
맞습니다. 잊는 것도 좋은 방편입니자.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