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드라마에 흠뻑 빠지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자기에게 그려보는 때문일 것입니다. 주인공의 삶을 내가 산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면 어떻게 처신할까? 지금의 처지와 전혀 다른 자신의 삶을 그려본다는 것, 어쩐지 흥미진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빠져드는 모양입니다. 그것이 환상적인 행복한 상태라면 아마도 기꺼이 즐기겠지요. 그런데 만약 자신의 처지와 너무 다르게 힘든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감정이입은 될지라도 그런 입장에 놓이고 싶은 마음은 없으리라 봅니다. 비교가 되면서 지금을 다행이라고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드라마는 주인공의 입장을 상상하며 대리만족을 취하든지, 아니면 비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든지 하는 효과를 줍니다. 이래도 저래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봅니다.
잘못 온 것은 확실한데 한 가지 조건만 수락하면 되돌려주겠답니다. 당연히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조건이 무엇인가? 한 사람의 삶을 한 달만 살아주는 겁니다. 시간상의 착오로 한 달 미리 올라왔습니다. 그러니 그 한 달을 채워주고 오라는 것입니다. 한 달 뒤에는 그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나고 그 때 대역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야 어렵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한 달만 참고 지내면 나의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세상을 떠날 마음은 없습니다. 한창 무르익는, 신나는 인생인데 그리 쉽게 끝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튼 조심할 일 하나, 절대로 가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이겁니다.
그래서 돌아왔습니다. 일어나보니 여기가 어딘가?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엄마, 만원! 웬 학생인 듯한 녀석이 엄마라고 부릅니다. 엄마? 누가? 내가 네 엄마라고? 내가 왜 니 엄마인데? 엄마, 어디 아파? 결혼은 해보지도 않았고 또 할 생각도 없는 처녀가 갑자기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두 녀석의 엄마입니다. 더구나 잘생긴 남편도 있습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그렇고 그런 공무원입니다. 전에 혼자서 살던 반질반질 빛나던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4 식구가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전쟁이지요. 고등학교 딸 녀석부터 등교하면 다음으로는 남편(?)의 출근 그리고 나면 막내 녀석 유치원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에는 동네 아줌마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하는 일이나 말하는 것 모두가 자기가 살던 모양새와는 전혀 다릅니다. 생각도 언어도 환경 자체가 다릅니다. 고급에서 중하급으로 내려앉은 기분이지요. 자신의 모습도 예전과는 딴판입니다. 이게 나야? 이럴 수 없어. 그러나 한 달을 그렇게 살기로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버텨야 합니다. 잠자리부터 조정해야 합니다. 착한 남편은 그것도 일단 양보합니다. 아내가 너무 힘들어서 조금 이상해졌나보다, 참고 기다려보자는 심산입니다. 아이들도 그러려니 했지요. 좀 이상해졌나, 어디 아픈가? 갱년기? 엄마가? 작은 아들 녀석이 엄마 생각하여 갱년기 약이라고 처방받은 비타민 씨를 매일 엄마에게 줍니다.
잘나가던 변호사입니다. 재벌 편에서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무슨 일이든 거뜬하게 처리해줍니다. 선배는 못마땅하다고 보지만 그래서 가난한 거야. 감성으로 살면 가난하고 이성으로 살면 이렇게 부자가 되는 거지. 그야 자신의 선택이지만. 나는 꼬질꼬질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 잘 벌어서 잘 쓰면서 살고 싶어. 그래서 넓고 반질반질한 아파트에 의젓하게 살고 반짝이는 외제차를 운전하며 거리를 당당하게 질주합니다. 아빠는 어려서 원양어선을 타셨다는데 어느 날 가시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렇게 고생하다가 떠나셨지요. 나는 절대로 고생할 수 없어. 그래서 악착같이 출세하여 이제 떵떵거리고 살 거야. 결혼? 엄마처럼 고생이나 하라고? 그럴 수는 없지. 남자도 필요 없고 결혼은 생각도 없다.
그러다 그만 사고가 났습니다. 그래서 보장받은 삶을 되찾으려 한 달의 계약을 했는데 이게 웬일? 여태 지켜온 인생관하고는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라고 합니다. 말도 안 돼! 하지만 옛날을 되찾으려는 희망을 가지고 버티기로 합니다. 하루 이틀, 한 주 그리고 두 주, 그들의 삶에 녹아가지요. 가끔은 옛날 버릇도 나오지만 가족의 힘이 되고 정이 붙기 시작합니다. 전에는 돈으로 해결하고 끝난 일이지만 막상 내 가족의 일로 되돌아오니 그냥 넘길 수가 없지요.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돈으로만 해결했던 사건입니다. 내가 당하고 보니 그게 아니로구나, 싶었지요. 나중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 좀 새로워지리라 봅니다.
어느덧 한 달, 이제 사고를 당하여 헤어질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떠날 마음이 없습니다. 이제는 나의 가족입니다. 어떻게 이들을 두고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안 돼요, 안 가요. 그럴 수는 없는데. 약속이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 안 돼요. 그냥 있을 거예요. 그럴 수는 없는 일, 천기를 바꿀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강제 퇴출당합니다. 드디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당장 가족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 봅니다. 그런데 그곳이 아니지요. 꿈인가? 일단 혼자 사는 집을 줄입니다. 그 동안 너무 사치하고 과분하게 놀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삿짐을 챙기며 옛날 사진첩을 펼쳐봅니다. 엄마의 옛날 사진, 그 접혀진 부분을 펼치니 거기에 엄마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아빠가 보입니다. 그 분이 아빠였구나! 눈물이 핑 돕니다.
판타지 속에 가족애를 펼쳐 놓았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자기 입장만 고집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 ‘미쓰 와이프’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
^&^
오호~ 어제 다운 받았는데, 오늘 꼭~ 봐야지....감사.
예, 보셔도 손해 없습니다. ^&^
미쓰 와이프’ 잼있나요?
재미 감동 ^&^ 괜찮습니다.
@제이우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