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웃픈*1 아이러니
소굴 하나씩 독차지한 여우와 쥐, 대로를 누비는 호랑이와 독사.
하늘이야 내려다보든 말든, 그저 땅 위를 깡그리 휩쓸고 있다.
오리처럼 살찐 관리는 볼록한 조롱박 형상, 물고기처럼 문드러진 백성은 죽이 될 지경.
마구잡이로 거둬간들 누가 감히 따지랴. 부질없이 청백리 찬가(讚歌)만 떠올려 본다.
狐鼠擅一窟, 虎蛇行九逵. 不論天有眼, 但管地無皮.
吏鶩肥如瓠, 民魚爛欲미. 交徵誰敢問, 空想素絲詩.
―‘여우와 쥐(호서·狐鼠)’ 홍자기(洪咨夔·1176∼1236)
*1 웃픈: ‘웃프다’는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하여 슬플 때 사용된다는 신조어이다.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시달리는 백성의 삶을 목도한 시인의 분노. 권력자에게 빌붙어 재물을 탈취해가는 여우와 쥐도 있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대로를 활보하는 호랑이와 독사도 있다. 말단 관리도, 고관대작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친다. 백성은 어죽魚粥처럼 문드러질 처지건만 반항할 엄두조차 못 낸다. ‘부질없는 상상’임을 자인하면서도 시인은 그 옛날의 청백리 찬가를 되뇌어 본다. 영웅의 재등장에 거는 간절한 기대 때문이리라.
시는 문인시 특유의 완곡함 대신 과격하리만치 노골적이고 독한 비유로 일관한다. 현직 관리이면서도 멸망 직전 남송 조정의 부패를 거세게 비판했던 시인, 그 바람에 재상에서 말단직을 오가는 극단적 부침을 겪었지만 강직한 기개만은 꺾이지 않았다. ‘호서(狐鼠·여우와 쥐)’는 ‘성호사서(城狐社鼠)’를 줄인 말. ‘성곽에 굴을 뚫고 사는 여우와 사당에 서식하는 쥐’다. 권력자에게 빌붙은 소인배를 비유한 성어다. 저들은 근거지가 성곽과 사당이라 제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 중요한 장소를 섣불리 손댔다가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오명을 덮어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역사 속 ‘웃픈’ 아이러니다.
✵ 홍자기(洪咨夔, 1176~1236)의 자는 순유舜兪이고, 호는 평재平齋이며 남송의 시인으로 잠潛(지금의 저쟝성浙江省 임안현臨安縣) 사람이다. 영종寧宗 가태嘉泰 2년(1202) 진사에 급제했고, 관직이 형부상서刑部尙書에 이르렀다. 단평端平 3년(1236)에 세상을 떴다. 문충文忠이란 시호가 내려졌다. 저서로 《춘추설春秋說》3권, 《평재문집平齋文集》 32권, 《서한조령남초西漢詔令攬鈔》 등이 있고, 《송사宋史》권406에 전기가 실려있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2년 1월 21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생태사진과 글: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살아있는 것이 행복입니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이렇게 말해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아, 오늘도 살아 있네~♬'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기뻐하면
다른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병이 나면
'건강만 하면 참 좋겠다'
눈을 다치면
'눈만 보여도 좋겠다'
두 다리를 못 쓰게 되면
'걷기만 해도 좋겠다' 하죠.
이렇게 행복은 지천에 깔려 있어요.
그런데 그걸 다 내팽개치고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다른 데서 행복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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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세요~♬
- 법륜 스님 '지금 이대로 좋다' 中
고봉산 정현욱 님.
도연명이 부패가 만연한 세상이 싫어 벼슬을 등치고 조용히 초야에 뭍히고 싶은 심정으로 시를 쓴데 반해 홍자기는 횡포를 일삼으며 백성을 뭇살게 구는 권력자들을 여우 쥐 독사 호랑이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시를 썼다는 점에서 크게 대비가 되는것 같아요
다르게 말하면 더러운 세상 안보고 사는게 상책이라는 생각과 더러운놈들 두눈뜨고 그냥 볼수없어 빠른소리 좀 해야겠다는 차이
꾸짓는 대상은 같은데 꾸짓는 방법이 다르다고 할까요?
이런 저의 생각이 틀렸드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