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선자씨가 말린 가자미 한 마리 들고 왔다
두 마리 사서 나 한 마리 먹으라고
가자미 받은 답례로 선자씨 새로 구입한
냉장고 구경하겠다 했더니 좋아라
앞장선다
아무나 함부로 집에 들이지 않는
요즘 인심에다 서로서로 밖에서는 만나도
집을 방문하는 일도 드문 세월이라
아주 친하지 않으면 오라 가라 않으며
가구를 바꾸어도 주방용품을 들여도
봐줄 사람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는 이도
드문 현실의 세태다
얼마 전 냉장고와 티비 새로 바꾸는데
천만 원이 넘는 지출을 했다고 공터에 앉아서
자랑삼아 말하는 걸 들었지만
내가 바쁘기도 했고 별로 호기심도 없어
그냥 듣기 좋은 소리로
“잘했수 언니 돈 놔두면 뭐 해
요즘 신식 원하는 거 사서 써 봐야지
평생 시집도 안 가고 홀로 늙었는데
몇 푼 있는 거 남기고 죽으면 조카들에게
갈 재산인데 뭘
이유를 모르는 이는
”에이 다 늙어서 새 가구가 뭣이 필요해?
“그냥 쓰던 거 있는 거 쓰다 죽으면
내다 버리면 될 것을
참견에 안쓰러움을 보태어
혀까지 치기도 한다
사백만 원 넘게 주고 샀다는 냉장고는
좋았다 겉보기와 달리 안은 넓고 깊다
아주 쓸모 있게 설계되어 있다
”햐! 좋다
“언니야 속이 참말로 깊고 쓸모 있게 되어 있네
연신 감탄하는 날 보는 선자 언니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구름처럼 퍼지며 눈가에 행복한 꿀이 떨어진다
그건 그렇고
혼자 살면서 무슨 저장 음식이 저리도 많담
색색의 병들 속엔 오래 두어도 되는 식재료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고 과일과 마시는 것에서
부터 이름도 모르는 먹거리들이 잘 포장되어
선반마다 진열되어 있다
세상에! 혼자서 얼마나 먹는다고
저 많은 걸 다 어째
흉년이 들어도 3년은 충분히
버틸 것 같은 빼곡한 식자재들
티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해서
티비 오는 날 내 다시 구경하겠다 하고 내려왔다
나도 그렇고 다들 그렇게 사는지 모르지만
냉장고 생기고부터 우리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에 주저 함이 없어졌다
남으면 냉장고에 넣으면 되니까
우물에
김치 단지 동동 띄워 두고 먹던 시절엔
밥도 찬도 식구 수대로 맞게 짓고 만들어야
솜씨 좋은 아낙이고 살림꾼이라 했는데
특히나 여름 밥이 남으면 그날 해가 지기도 전에
쉬어 버려 밥에서 찐득한 진이 나올라 치면
아까운 그 밥을 누룩에 섞어 하루 발효시켜설랑
솥에 넣고 푹푹 끓여
달달한 사카린 섞어
술국 인양 술 죽처럼 퍼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여름 밥과 찬은 남지 않게 대중을 맞춰
지어야 해서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냉장고 시대엔 음식의 양에 신경을
쓰지 않는 무한한 아량 편안하고
달콤한 마음으로 그저 음식의 질과 맛에만
열과 성을 기울인 결과 지금 전국은
맛있고 달콤한 음식으로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
늘 싱싱한 음식
잔뜩 해놓고 언제라도 꺼내서 덥혀 먹는 음식
선자언니의 냉장고는 진짜 멋있고
효용성 있고 좋아 보였다
거기다 새것으로 들앉는 동시에
냉장고 몸 전체가 음식으로
꽉 차버린 거에 놀랍기도
가자미 한 마리 받은 답례로
냉장고 구경해주고 립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던 오늘이다
내일이면 실습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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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삶의 방 식구님들
중복이 내일이네요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짜증이 스멀거리는데 누가 살짝만
빈정 상하게 해도 바로 결투를 신청하고픈
무더위와 습도의 가운데 있는 싯점에서
우리님들은 꼭 살아 냅시다
꼭 견디자구요 ~
아유 이제 막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 왔습니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