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독서계획
얼마전에 중국사를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들었다.
우리 역사를 태고적부터 상세히 적어 놓은 책을 보기 싶다는 생각 말이다.
한권으로 된 것이나, 특정 시대를 논한 역사책은 본 적이 있지만,
로마인 이야기같이 상세하게 적은 우리 역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같다.
그런 종류의 적당한 책은 하나 알고 있었다.
이이화가 쓴 한국사 이야기 시리즈이다.
예전에 교보문고에 갔을 때 1권부터 22권까지 꽂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망대한 양에 대해서 질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내가 원하던 그런 종류의 역사서였기 때문이다.
내가 우려한 점은 이이화의 역사관과 가격이었다.
그때는 이이화란 역사가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의 역사관을 인터넷을 통해 대충 알아봤더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일단 22권 중 앞의 다섯권만 구입을 하였다.
아참, 가격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헌책방을 뒤져서 구입을 하고,
헌책방에서 구입하지 못한 책만 새책으로 구입하기로 나름 계획을 세웠다.
첫번째 책을 집어들었다.
단순한 독자가 그의 역사관을 평가하기는 뭣하지만,
어느정도 중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문체도 읽기 편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대로 이 책을 가지고 우리 역사에 대한 지적 소유욕을 충족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읽고나서 일주일정도 지나면 긴가민가 망각속으로 빠져버릴 지식들이지만 말이다.
22권을 한숨에 읽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나는 두어권씩 나눠서 읽을 계획을 잡았다.
기대된다.
그리고, 이런 책을 기획한 한길사도 고맙다.
1. 우리 민족의 시작.
인류의 시작은 아직도 물음표이다.
많은 과학자, 인류학자들이 인류의 시작을 연구하지만, 추측뿐이다.
이 책의 시작도 그런 인류의 시작부터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배운 호모 어쩌구저쩌구도 등장한다.
도구를 손으로 이용한 호모 하빌리스,
직립원인이라고 부르는 호모 에렉투스,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좀더 발전된 뇌를 가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순으로 우리 인류는 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이 인류학의 용어들을 순 우리말로도 소개하였다는 것이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쓴 사람, 호모 에렉투스는 곧선 사람,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 사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슬기슬기 사람.
이렇게 순 우리말로 고쳐 놓으니, 더 정감이 가는 듯하다.
인류는 우연히 불을 사용하게 되었고,
사냥보다는 정착해서 농업을 짓는 것이 편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혹, 힘쎈 이는 남이 경작해 놓은 것을 빼앗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이것이 커져서 부족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생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인류 중 한 갈래가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몽골에 도착하였고,
다시 세갈래로 퍼져나갔는데,
한 갈래는 중국대륙으로 통해 동남 아시아로,
한 갈래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그리고 나머지 한갈래가 한반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학설이 맞는다면 우리 민족은 몽골계통이다.
그렇게 한반도에 정착한 이들은 구석기, 중석기, 신석기 시대를 거치면서
정착하게 된 것이 한반도 인류의 시초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의 본토기원설이라는 것이 있다.
60만년전부터 원래 한반도에 인류가 있었다는 설인데,
남한이나 세계인류학으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
인류는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청동기를 이용한 무기 생산이 들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종족간 전쟁이 잦아지고,
계급사회가 출현하면서, 본격적인 고대국가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생겼다.
우리는 이씨조선과 분류하기 위해 단군이 세운 조선에 옛 고(古)를 붙여 고조선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것은 뒷날 역사가들이 편의상 붙인 수식어이므로,
지은이 이이화는 그냥 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중에 이성계가 세운 조선을 근세조선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도 지은이처럼 그냥 조선이라 적겠다.
2. 단군신화
하지만, 조선은 청동기 시대가 아닌 신석기 시대에 건국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근거로 단군신화를 들 수 있다.
신화는 역사가 될 수 없지만, 단군이 우리 민족의 시작점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신화도
사실은 곰을 토템으로 하는 종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종족에 대한 포용정책을 우화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단군이 보통 1908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른 역사서에서도 봤듯이 단군이 직책의 이름으로
세습되었고, 그 세습된 기간이 1908년이라고 지은이도 이야기한다.
3. 조선의 논란거리 1 - 기자조선
워낙 우리나라 고대사의 기록이 없고,
중국의 기록에 의존하여 추측하다 보니 여러 논란거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 중에 하나가 기자가 세웠다고 하는 기자조선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기자와 기자조선에 관한 이야기도 역사서마다 다른데,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의 은나라가 망하고 주 무왕이 은나라의 현인 중에 한명인 기자에게
조선을 봉한 것이 기자 조선이라는 것이다.
어떤 역사서에는 주 무왕이 기장에게 조선을 봉했지만,
기자는 신하의 예를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는 은나라의 충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자가 미개한 조선에 농사, 법률, 예절을 알려주었다고 하는데,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죄다 모순이 되고 있다.
이 기자조선은 기자조선이 있었다고 하는 시대보다 무려 1000년이나 뒤에 출현한
한나라의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데,
당시 막 생겨난 중화사상의 산물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자조선의 여러 설 중에 지은이가 관심있게 본 것은
기자가 동이족의 후손이라는 점이다.
어째했든 기자조선은 조선의 전통을 이어간것은 분명하다.
4. 조선의 논란거리 2 - 위만조선
중국의 춘추시대일 때 연나라는 조선과 전투를 벌이게 되어 조선은 수도를 평양으로 옮긴다.
이후 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가 통일하면서 끝을 맺게 된다.
이때 요동지방에 있던 일부 동이족이 중국에 흡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나라에 쫓겨 많은 정치망명자와 전쟁을 피한 사람들이
조선으로 유입되게 된다. 조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남쪽까지 유입되어 삼한의 주요 일원이 된다.
이때 연나라의 위만이라는 사람도 조선에 망명하게 된다.
당시 조선의 왕은 준왕이었는데, 준왕은 위만을 신임하고
요동지역의 지방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이런 신임을 보란듯이 위만은 준왕을 배신하고 조선을 차지하였다.
이를 두고 역사는 위만조선이라고 한다.
준왕은 쫓겨가 마한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만이 실제로 연나라 사람이었는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연나라 사람을 과연 준왕이 그렇게 높은 직책까지 주어가며 신임을 했는가 말이다.
...
위만의 손자 우거왕 때 일이다.
중국 땅의 한나라 한무제는 조선을 자신의 휘하여 두려고 사신을 보냈는데,
우거왕은 사신을 죽여버렸다.
이에 한무제는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데, 이것이 조선 역사, 우리 역사의 첫 외부침략이었다.
우거왕은 견고한 수비로 1년 넘게 전쟁은 이어졌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 있었다.
한나라는 조선의 고위간부를 꼬득여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우거왕은 자신의 신하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로써, 조선이 멸망하게 되었다.
서기전 108년이었고,
위만조선으로 보면 3대 86년동안 이어진 것이었다.
5. 조선의 논란거리 3 - 한사군
한나라는 조선을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이것도 이미 다른 역사책에서 얻은 상식으로는
실재여부에 대한 논란거리가 있다.
이이화 선생도 이 점에 관해서 논란거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것은 몰라도 낙랑군은 실제로 있었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한다.
낙랑군은 한족과 토착민의 융화정책을 썼다고 한다.
낙랑군은 약 400여년 유지하다가 고구려에 합병되게 된다.
6. 부여와 삼한
북부여의 시조는 해모수로 알려져 있다.
북부여는 엄격한 법률을 가지고 있었고,
남성 위주의 일부다처제와 순장제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초기 국가들 중 북쪽에서 가장 강성한 국가였다.
후에 고구려를 침입했다가 추운 날씨 때문에 후퇴하게 되는데,
그 이후 국력이 급격히 쇠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선비족의 공격으로 동쪽 간도지방으로 도망을 가게 되는데
이 때부터 동부여라고 한다.
나중에 고구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또 나오겠지만,
부여는 494년 고구려에 항복할 때까지 600여년간 이어졌다.
그 밖에 북쪽에 옥저, 동예, 읍루 등의 나라가 있었다.
...
한편, 한반도의 남쪽에는 마한이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마한은 아량도 넓어 보였다.
중국에서 내려온 망명자들에게 땅을 내주어 거주를 허락하였는데,
그들을 진한이라 하였다.
그리고 경상도 한쪽 구석에 변한이라는 나라도 있었다.
진한과 변한은 마한에 조공을 바쳤는데,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국력이 강해진 진한이 조공을 거부하였다.
한반도 남쪽에도 또다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다.
...
한편 근세조선 안정복은 <동사강목>을 통해
삼한의 사람들이 우리민족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하는 삼한정통론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7. 단일민족인가?
우리민족은 단일민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 있을까?
없다.
물론 우리도 단일민족이 아니다.
나중에 단일민족이 만들어진 것 뿐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렇다.
이이화는 특수한 종족을 제외하고, 세계사적으로 단일민족은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민족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민족은 여러 종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섞인 것이라고 한다.
동이족의 예족, 맥족 그리고 한족이 고대국가를 형성하면서 우리 민족의 토대를 구성한 것이다.
이들이 한반도의 테두리에서 언어와 풍습을 공유하면서
단일에 가까운 민족을 형성했을 뿐인 것이다.
이후 우리 역사는 중국, 일본과 끊임없는 역사적 마찰을 통해
일찍이 만족의식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한다.
8. 역사의 주인공
역사서를 보면 역사의 주인공은 지배집단의 이야기이고,
역사의 대부분은 전쟁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인류 탄생 이후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낸 모든 구성원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이화 선생은 말한다.
역사는 어느 영웅이나 지배집단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
그 역사를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민중들의 삶 자체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역할을 소홀히 다루면 역사의 실상을 바로 볼 수 없다고...
그러면서, 이 책을 쓰면서 그는
민족사, 생활사, 민중사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1권에서도 고대 국가들의 생활방식, 언어, 신앙, 결혼, 장례 등의 풍습을 살펴보았다.
그런 풍습들이 세월이 흘러 오늘에 다다른 것이다.
...
그리고 과거의 그들처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 또한 이시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가?
후세가 지금시대를 이야기할 때,
부끄러운 역사가 아닌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음...
9. 역사서를 읽는 자세
동시대를 이야기를 함에 있어,
역사가들마다 전부 다르다.
1권에서 이야기한 우리나라의 고대사는 특히
역사가들 사이에도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기록이 미미하다보니 추측이 많은 것 같은데,
어느것이 옳고그르다는 것을 독자들은 더욱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터득한 나의 방법은 어느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그 책을 쓴 지은이가 쓴 진실에 가까운 가설일 뿐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읽을 예정인 이 이이화의 한국사 시리즈 역시
그런 자세로 읽을 예정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의 굵은 흐름을 알고 싶을 뿐이다.
이상.

책제목 : 한국사 이야기 1 - 우리 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지은이 : 이이화
펴낸곳 : 한길사
펴낸날 : 1998년 06월 20일
정가 : 9,000 원
독서기간: 2008.10.27 - 2008.10.29
페이지: 354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