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 창립 110돌(2018년 8월 31일) 기념 축시
*출처: 김슬옹(2018). 말글이 오르면 나라와 사람이 오르나니(한글학회 창립 110돌 축시). ≪한글새소식≫ 554호(10월호). 한글학회. 18-19쪽.
말글이 오르면 나라와 사람이 오르나니
-1908년 8월 31일 그날의 샘물-
김슬옹(한글학회 이사,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말글은 흐르고 흐르나니
사람 눈빛으로 흐르고
책갈피 손때로 흐르고
역사의 숲으로 흐르고
서로의 가슴으로 흐르나니
1446년, 세종대왕 만백성의 정음 문자 천 년 빛으로 새기니
막혔던 말과 글이 흐르고
사람과 사람을 넘나들어, 사이사이 소리소리 흐르나니
말이 글로 흐르는 지혜가 비로소 빛을 보았나이다.
세종의 바른 소리 바른 문자의 꿈은
온나라 아리아리 소통의 샘을 만들더니
때로는 거대한 검은 문자에 맞서고
때로는 함께 어울리며 사람다운 세상 더불어 길 이루더니
1894년 고종의 국문 칙령으로 세종 큰임금의 월인천강지곡 문자 꿈이 우뚝 섰나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온 더럽고 추악한 칼에 국모는 스러지고
나라는 한스러운 핏빛으로 물들어가니
바른 소리 바른 글자는 바르게 흐르지 못하고 사위어 갔나이다.
1907년 상동교회에서 바른 말글 올곧게 세우고자
한힌샘 옹골지게 뜻을 모아 배달 말글 샘을 여니
기울어가는 나라에 희망의 샘이 되었나이다.
1908년 제국주의 검은 파도 맞서
정음이 움튼 한양 땅 안산 봉원사에서 주시경 선생과 한말글 동지들 국어연구학회 터 세우니
어찌 알았으랴.
1910년 나랏글을 나랏글로 부르지 못하는 절망의 이 강산에
오직 하나의 큰 글, 한글은 정음의 희망을 담는 그릇이 되었나이다.
한힌샘 주보따리 정음의 꿈을 담아 밤낮으로
거친 숨결 내쳐 달려 온 몸을 던지니
1914년 조선어학회 생일 앞두고 흐트러진 주보따리
목숨은 갔어도 주보따라는 모두의 보따리가 되었나이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나니
1921년 한힌샘은 다시 후학들의 샘이 되고
1926년 한글 백성의 품으로 처음 안긴 날 세종의 훈민정음 꿈 다시 일깨우고
1929년 말모이 주춧돌 세우고
1933년 한말글 바른 법 일제 맞서 펼치고
1936년 서로의 지혜로 흐르는 말들을 모으니
1938년 일제가 우리 말글 숨결을 끊으려 해도
도도히 흐르는 한말글의 오랜 빛을 막지 못하였나이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으로
천지자연 하늘백성 문자의 꿈, 지식정보의 꿈
말글얼 기개가 다시 희망이 되었나니
이 모든 꿈 앗으려는 일제가 33인 감옥에 가두어도 그 기개는 가둘 수 없었고
한말글 뿌리는 더더욱 가둘 수 없었나니
아! 다시 세운 광복 나라에 한말글은 다시 우리 모두의 빛이 되었나이다.
2018년 세종 큰임금, 임금 되신 600돌에
한글학회 110년 세월 앞에 서니
세종 정음의 꿈, 새로운 시대의 빛이 된 한글 꿈
21세기 새로운 시대로 요동치는 거센 바람
몇 자 안 되는 한글로 너끈히 담아내어 너와 나의 별이 되는
큰 글로 큰 세상으로 거듭나소서.